무예정책의 모순(矛盾)

2020. 9. 19. 13:56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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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예진흥에 관한 법률 입안은 2004년 8월 24일 당시 국회 이시종 의원이 대표 발의하기 위해 ‘전통무술지원에 관한 법률’ 입안의뢰서를 국회 법제실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10일 국회문화관광산업연구회 주최가 되어 ‘전통무술의 보존 현황과 육성발전을 위한 정책과제’라는 주제로한 조찬세미나를 계기로 국회의 관심을 유도했고, 같은 해 9월21일부터 법률안 공동발의 서명을 시작해 의원 45명이 10월 7일 법률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법률안은 1년 뒤 10월 11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철회됐고, 다음날 12일 ‘전통무예진흥법’으로 변경되어 재발의되었다. 1년 사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당시 문광부(현 문체부)의 법안 검토사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년 동안 주무 부처인 문광부는 법률안의 모든 조항에 대해 부정했다. 그 중에서 문광부가 국회로 보낸 내용을 보면, 전통무예 이외의 다른 전통문화 및 종목과 형평성의 문제, 문화재법과의 충돌 우려, 종목지정의 객관성, 무예단체 인정에 따른 무예단체 난립 예상, 무예지원 예산문제 등 문광부는 전면 부정했다. 그러나 이 법을 발의한 의원들은 이를 전면 수용하지 않았고, 일부 내용을 수정한 후 2006년 재발의해 2년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8년 2월 26일 제17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문체부의 외면은 법 제정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법 발의 16년, 법 제정 12년 동안 공청회만 형식적으로 반복해 왔다. 그동안 주무부서만 세 번, 담당자는 수없이 변경되었으며, 변경될 때마다 담당자들은 자신감을 보였으나 일이 진행될 만 하면(예산편성 시기 전후에)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변경된 부서와 담당자는 다시 처음부터 무예진흥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반복했다. 이렇게 12년을 반복해 왔다. 최근 무예계의 목소리가 심각하게 커지자 문체부는 비공개로‘전통무예진흥위원회(이하‘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주무부서와 담당자를 또 변경했다. 이번 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2004년 무예진흥관계법을 반대했던 문광부의 내용과 지금 진행되고 있는 문체부의 진행내용을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법 발의이후 16년째 줄곧 문체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 내용은 정권이 바뀌어도, 장관이 바뀌어도, 실무자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주무부서와 담당자가 변경된 사이 무예 진흥을 한다고 위원회를 비공개로 만들어 운영되어온 사실이 일부 언론의 정보공개요청으로 공개됐다. 위원회가 공개된 이후 무예계는 더욱 예민해졌다. 이 위원회가 비밀리에 진행중인 사업이 종목지정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을 문체부가 주도해 비공개로 추진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비공개로 만든 위원회는 법률에도 없고 규정도 없는 자문기구다. 단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기본계획에 따라 급조된 민간자문기구일 뿐이다. 그러나 문체부는 무예진흥은 ‘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고 민원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문체부가 무예진흥 사업을 주도하면서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에 체육진흥기금을 넣어 놓고 정산업무만 시키고 있음에도 마치 위원회와 센터가 무예진흥 업무를 주도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위원회는 문체부와 무예계의 중간에서 그 책임이 막중해졌다. 위원회는 무예의 가치를 생각하고 무예 단체의 자립과 사회의 공동이익을 증진시키는 진흥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문체부의 모순(矛盾)으로 일관해 온 무예진흥사업이 법률에 근거해 수행되지 않는다면, 무능력한 위원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무예계에서 위원회를 신뢰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도 위원들이 보다 신중해야 해야 한다. 위원회는 문체부의 대변기구가 아니다. 문체부가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무예 현황을 분석해 정확히 전달해야 하며, 위원회는 그동안의 정책 모순이 진흙탕으로 만들어 놓은 무예계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무예신문에 올려진 '무예정책의 모순'이라는 글의 원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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