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의 경기화문제 2005

2010. 1. 21. 11:50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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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스포츠문화의 요구에 의해 무도가 경기화 되어가고 있다. 이 배경에는 무도종목의 형태가 일정한 규칙과 형식에 따르는 공개적 게임으로 발전함에 따라 국제화에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직·간접적으로 국제적인 홍보와 진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해외진출에 경기화(스포츠화)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되어 왔다. 그러나 수양이나 정신은 주관적인 평가인 무도의 원래 특성이 경기화가 되면서 특정 경기규정에 의한 기법과 수련에 객관적 혹은 일의적인 평가 방식으로 변하여 왔다.

현대무도는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까지 변해 왔다. 경기상 겨루기에서 이기는데 주된 목적을 두고 있다. 스포츠화된 무도가 정신과 육체를 함께 연마한다는 측면은 다른 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들 무도는 스포츠화되면서도 다른 스포츠와 다르다라는 합리화를 각계에서는 하고 있지만, 과연 다른 스포츠와 뭐가 다른지라는 정확한 설명없이 "도(道)니까"하는 식의 무도성을 내세운 합리화뿐이다.
무도가 다른 서구스포츠와 달리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은 과거에 생사를 분명하게 하는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겨루기에서는 위험한 기술을 모두 사장했다. 단지 유도나 검도와 같은 일본무도에서는 실전적이고 살인적인 기술을 본(本)으로 남겨 두었다. 실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실전성을 밑바탕에 두고 완성해 놓은 것이다.
경기화가 되기전 무도를 보면 수양과 정신의 평가는 해당 종목의 주관적 평가였다. 그러나 서구문물의 유입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시도된 것이다. 서구문화의 유입으로 동양의 무술들은 유파간의 시합, 즉 타류시합(他流試合)에서 시작되어 각 유파간의 승리지상주의적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그 기법역시 변화를 가져 왔다.

현대 무도가 스포츠화되면서 무도본질은 상실한채 경기적 요소만을 강조하고 경기규칙이 수없이 변천하면서 기술적 본질이 상실되었다. 이것은 경기화된 무도가 서구의 기능주의적 성격으로 변하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서구 스포츠의 기능주의의는 무도의 특징인 수양적 개념의 목표에 반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무도가 경기화되면서 동양의 전통적 사상과 문화가 점차 서구화 되고 있다는 의미다.

태권도의 경우 경기적 성격이 강해지면서 오늘날 스포츠문화가 안고 있는 지나친 경쟁심과 승부의 집착이 들어났다. 이런 문제를 예측이라도 한 것일까? 무도가 경기화될 수 없다는 주장은 이미 1970년대에 무도계에서 있었다. 수박도의 창시자인 황기(黃奇)관장은 그의 저서에서 "무술이란 원래 인간의 생명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시합이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시합을 통해 기술이 그 형태나 방법에서 근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므로 경기화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또 “경기화는 결과적으로 무술정신을 무시하게 될 것이며 단급, 심사제도가 불필요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도의 겨루기 경기화는 문제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지된 기술적 개념을 넘어서 규정된 틀속에서 새로운 기술체계와 수련방법이 자유롭게 발전하는 과정을 만들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태권도로 이것은 새로운 겨루기 중심으로 전환된 결과 일본가라데와 같은 형중심의 허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겨루기는 방어기술보다는 공격중심으로 변하였고, 여기에 선수들간의 경쟁적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전형적인 서구스포츠에서 갈등하는 승리지상주의적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겨루기와 수련중심의 양바퀴를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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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무도에 있어 경기방식은 적절치 못한 것인가? 그것은 서구적 방식인 겨루기 중심으로의 발전이 문제소지가 된다. 현대무도는 형과 같은 수련과 겨루기와 같은 경쟁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두관계는 마치 무도라는 수레의 두개 바퀴와 같다. 지금까지 동양의 무술계는 한쪽 바퀴인 겨루기만 발전하거나 신생무술들의 경우는 수련바퀴만 돌고 있었던데 문제가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가장 잘 분석한 나라는 중국으로 그들은 수십년간 동양의 무술이 스포츠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분석했고, 우슈경기에서 표연경기와 산타(겨루기경기)로 구분해 경기화를 추진하는 재치를 보였다. 그들은 어차피 스포츠화가 대중화되고 세계화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문제점인 하나의 바퀴움직임을 극복하기 위해 양자를 함께 택한 것이다.

겨루기체제가 아닌 형의 모습은 수많은 공격과 방어의 기술중에서 선택된 공격과 방어의 순서와 방법이 약속하에 꾸며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형의 수련은 공격과 방어의 여러가지 기술의 원리를 알고 기술의 실체를 체득할 수 있는 체계다. 유파무술에서 경기무도로 진행시키기 위해 복잡한 기술을 분석정리하여 유형화하고 개편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무술들의 제정형은 수많은 유파의 형을 정화시킨 대표성을 띤 기술의 함축적 의미가 있다. 안일한 생각으로 비판하고 변형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태권도한마당에서는 공인품새와 창작품새로 구분돼 대회가 열린다. 창작품새에 대해서 많은 여론이 있지만 무도도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해 간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소중한 소재가 될 수 있다. 단지 좀 더 구체적인 연구와 경험, 그리고 원리에 의해 다듬어져 가야 하며, 무도가 지닌 본질적인 요소를 유지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형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

무도에서의 형은 기술의 목적, 방법, 순서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시스템이다. 또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것으로 수많은 수행자들의 체험과 연구의 집적(集積)을 통해 정형화된 것이다. 실전적인 무도의 기술은 현대사회에서 불필요한 것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겨루는 스포츠적 성격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표적인 종목이 검도(Kendo)다. 현대 사회에서 진검을 수련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해 죽도사용만을 고집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검도와 관련된 수행철학의 대부분은 죽도가 아닌 진검과 연관된 내용들이다. 죽도만을 사용하면서 진검의 이치를 알려고 하니 무도가 지닌 본질을 왜곡한 꼴이 됐다. 그러나 무도의 본질이나 체험에서 나오는 철학은 과거 실전에 사용하던 시대에서 온 체험철학임은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들어 국기원에서 태권도한마당을 또다른 경기체제로 구체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태권도가 겨루기중심으로 발전하다보니 수련중심의 태권도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이 문제는 태권도뿐만이 아니다. 유도가 본(本)대회를 하고 있고 검도가 본국검경연대회를 하는 것도 겨루기중심의 무도와 수련중심의 무도가 함께 가야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검도나 유도의 경우는 태권도에 비하면 아직 초보단계다. 태권도가 90대말에 시작한 ‘태권도한마당’의 경우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발전의 결정적 역할은 일선도장 수련생들의 많은 참여에 있다. 이미 국제대회규모의 대회도 있었고 앞으로 꾸준히 계획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태권도의 양바퀴는 태권도의 정체성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치열한 겨루기의 경쟁은 더 많은 욕구를 요구한다. 더욱 강한 자만을 의식하는 관중이나 선수들의 욕구, 심지어 국제대회의 경우 국가간의 힘의 논리로 변하고 있다. 태권도든 검도든 이러한 겨루기중심의 힘의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련중심의 무도에 대한 새로운 경기문화도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다.


경기장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모두가 참여하는 경기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사진은 태권도한마당)


국내 무도스포츠의 경기장에는 선수와 임원, 그리고 학부모뿐이다. 관중없는 스포츠인셈이다. 우리 정서와 서구스포츠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안타깝기 그지 없다. 스포츠가 관중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스포츠로서 존재하기 힘들다. 국내 무도스포츠의 경기장은 무료입장이다. 관중에 대한 서비스보다는 선수들과 팀간의 치열한 전투장면만이 보인다. 하지만 서구사회의 무도스포츠경기장은 수많은 관중이 있고 유료관람인 것을 보면 국내 무도스포츠계는 충격을 받아야 마땅하다.

국내의 이러한 비참한 모습은 대회운영본부의 안일한 생각때문이 아닐까? 국내 대회의 주인공은 선수가 아니다. 오로지 임원들이고 일명 '내빈'이라고 하는 VIP에 대한 의전이 전부다. 대회를 준비하는 운영본부측에서 개회식만 끝나면 대회의 90%를 끝냈다고 안도의 숨을 쉬는 것은 왜일까? 또, 화려한 개회식과는 달리 썰렁한 시상식과 폐막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기장에서의 진정한 주인공은 선수임에도 개회식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 시상식임에도 줄줄이 줄세워 놓고 임원들이 한번에 메달을 걸어 주는 씁쓸한 대회의 마지막 막을 내린다. 결국은 관중들에게 받아야 할 입상자들의 축하도 없이 '스타만들기'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기장 모습은 과거 군사독재시절 군부에서 즐겨하던 방법이 아니었던가? 저개발국가중 독재체제인 국가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아니던가?

패자는 끝까지 남아 승자를 축하해주는 스포츠정신도 없다. 승부에 집착한 팀들이 자신들의 시합은 끝났다고 선수들을 몰고 대회장을 나가 버리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오로지 전투를 하러 온 사람들 같다.
선수가 많다고 대중화가 됐다는 것은 큰 오해다. 그건 선수층이 두터울뿐이지 대중화가 된 것은 아니기때문이다. 스포츠현장에서는 행위자인 선수와 팀, 그리고 관중과 체험인구가 모여 대중화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대회운영본부가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끌어 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국기원이 최근 2005년 세계태권도한마당을 경기장과 야외까지 확대해 축제분위기로 이끌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정말 듣던중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선수와 관중, 그리고 많은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관중몰이의 원칙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80년대 이전 학교가을운동회를 생각하면 쉽게 풀린다. 온동네 사람들이 모두가 참여하는 학교운동회가 아니었는가? 그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는가? 그것은 축제였다. 치열한 겨루기경쟁을 떠나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데 의의를 둔 축제였다. 무도스포츠대회도 냉정하게 보면 이벤트이자 축제다. 따라서 대회운영본부는 종합 코디네이터로서의 자세가 필요하고 큰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의 자세도 반드시 필요하다.
끝으로 대회운영자는 3가지 관점에서 지속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먼저, 주최자의 입장으로 대회목적에 의도는 달성했는가? 이고, 두번째로 관중이나 선수의 입장에서 기대에 응하고 있는가? 전체적인 인상은 어떻게 비치는가? 무엇인가 부당하고 불편한 것은 없는가? 가를 인지해야 하며, 세번째는 운영본부의 입장으로 순조로운 운영을 할 수 있을까? 비효율적인 것은 없는가 등을 충분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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