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이 죽고 있다(2)

2010. 1. 21. 11:47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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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8) ㅣ 추천수:25

스포츠이론도, 체육학 이론도 아닌 모호한 무도이론이 혼란 가중

우리 주변에 대부분의 무술교재를 보면 일반 서구체육교과서와 다를 바 없다. 마치 체육의 가치로 표현되고 있는 부분이 태권도의 가치가 되어 있고, 검도의 가치가 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체육과 무술에 대해 별다를 바 없다는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서구스포츠의 비대가 가져온 우리 무술계에 마치 서구스포츠처럼 무술이 돼 주기를 바라는 듯한 내용이 해방이후 모든 무술교본에는 나온다. 과연 무술과 서구스포츠가 동일한가?

대학에서 무술을 전공해도 실기만 무술이지 이론은 온통 서구체육학 이론으로 포장되어 있다. 이런 교과과정의 웃기는 모습 덕(?)에 지금 일선 지도자들은 현장에 나와 무술이론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체육학을 지도하고 있다. 겉모습만 무술이고 속내는 서구체육학으로 차 있는 모습이다.

“무술의 가치가 무엇입니까?” 하면, 체육의 가치와 다를바 없고, 서구스포츠의 가치와 다를바 없는 모호한 짜집기 이론들로 설명한다. 신체적 가치, 정신적 가치, 사회적 가치로 표현된다. 어쩌면 아주 단순하게 넘어갈 지 모르겠지만, 지금 서구사회에서는 분명 동양과 서양의 신체관이 다르다고 해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무술과 서구 스포츠가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禮)를 지도한다”라는 답변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서구스포츠에서 이야기는 ‘manner’는 예의가 아니란 말인가? 꼭 머리를 숙여야 예의다라는 사고는 우리만의 예법을 강조하는 고집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호신술인가? 동양무술만 호신술이 있고, 서양스포츠에는 호신술과 같은 기법이 없단 말인가? 그럼 레슬링은 어떻게 보아야 할 까?

이처럼 우리 무술계는 지도자들에게 충분한 이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무술과 스포츠가 뭐가 다른가? 하면서 말이다. 일선 지도자들이 자신있게 학부모나 수련생들에게 알려 줘야함에도 침묵을 지켜야 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도장에 수련하고 있는 수련생을 둔 학부모들에 던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자식을 도장에 보내는 이유가 ‘체력단련’에 있다고 답변하는 경우가 80%가 넘는다. 체력이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저희 무술을 하면 키가 큽니다” . 우리 도장사(史)에서 지금까지 이 말처럼 훌륭한 마케팅(?)소재는 없었을 것이다. 무조건 키크면 좋은 운동일거라는 우리 학부모들의 열등감때문에 도장마저도 키 키우는 도장으로 변하게 한 것이다.

또한, 국가기관이라고 하는 대통령경호실에서 조차도 “왜 경호원들이 무술을 합니까? 사격하고 영어만 잘 하면 되지. 지금 총이 있는데 뭐하러 무술을 합니까?” 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일부 경호관련학과의 지도자들은 “경호를 하려면 무술을 해야 하고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무술은 필요합니다”라고 답한다. 총알도 피하는 훌륭한(?) 술기만을 강조하면 된다는 모호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우리 무술계는 다양한 질문과 어설픈 답변속에서 살아 간다. 이런 문제는 곧 무술이론의 부재현상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무술관련협회에서 시행하는 지도자연수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당연히 이러한 이론들을 접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도 되지 않는 이론들로 지도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한 지도자들은 도대체 뭘 지도했는지 의미조차 없어 형식에 치우친 교육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범이라는 무술계의 칭호 사라지고, ‘코치’라는 용어 사용할지도

그렇다면 대학에서는 어떨까? 무술관련학과가 있는 대학마다 ‘무도론’이라는 과목이 있다. 사실 무도관련학과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전공개론 과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이 무도론의 내용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체육원리’와 동일한 과목처럼 알고 있거나, 각 종목별 역사를 조사해 발표하는 수준, 우리나라 장군에 대한 인물조사, 조금 한다고 하면 지금은 별의미 없는 1960년대 일본세미나 자료를 답습하면 되는 줄 알고 있다. 이렇다보니 무도에 대한 기초지식이 되어야 할 과목도 형식에 치우쳐져 시간 떼우기식 수업에 연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그것은 해방이후 서구스포츠의 굴레에서 무술이 천대받고 있는 실정에 오로지 경기화를 위해 스포츠로서의 무술로만 고민한 했기 때문이다. 마치 대한체육회에 가맹이라도 되면 최고의 무술인냥 생각했으며, 전국체전에 정식종목이라도 채택되면 최고의 목표가 달성되는 줄만 알았다. 이렇다보니, 무술의 본질은 온데 간데 없고, 경기규칙을 만들고 온갖 경기대회를 만들어 ‘결과중심의 스포츠’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로 지금에 와서는 스포츠과학으로서의 무술을 해석하려는 연구가 지배적이며, 경기력 향상이라는 연구에 치중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무술에 대한 독창적인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채 뜬구름만 잡는 꼴이 되었다.

무술도장이 체육관으로 변신했고, 무술사범은 ‘코치’라는 명칭으로 불러야 할 처지가 돼 버렸다. 무술은 서구스포츠계에 대안적 소재로 1960년대 이후 부터 등장했다. 심지어 국내 몇몇 무술학계 사람들은 대안적 소재가 아니라, 이제는 ‘대항적 학문’으로 가야한다고 외치는 마당에 우리 무술계는 아직도 스포츠와 88올림픽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현장 목소리

최근 일선 도장 지도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수련프로그램에 대한 해답이 없다는 현 무술계의 판도에 대해 어디에 장단을 맞추어야 할지 괴롭다는 입장이다. 평생 무술을 수련하고 지도하며 살겠다는 젊은 시절의 꿈은 거품이 되는 듯 해 가슴아프다는 지도자도 있었다. 일선 도장 지도자를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들어 보았다.

일선 지도현장에서 이론적 부재현상 절실히 느껴

경기도 신도시에서 검도장을 하고 있는 A모씨. 그는 검도장을 운영한지 10여년이 지났다. 90년대 중반 검도의 인기속에 퇴직금을 모두 검도장에 투자해 주변 도장보다 좋은 시설로 지역 검도인들의 수련공간으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상당히 큰 아픔이 있다.
수련생의 대부분이 대학생과 성인이라는 점 때문에 수많은 검도용어와 검도가 지닌 가치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검도만 지도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디서 듣고 왔는지, 검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수련중 느꼈던 점을 질문해 올때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을 서핑하며 검도와 관련된 다양한 이론을 접했고, 심지어 대학에서 나온 논문들도 보며 수련생들에게 설명해 주다 보니 웬만한 이론은 다 알게 됐다.
하지만 그는 아쉬운점이 너무 많았다. 검도지도자를 위한 전문적인 이론서가 없다는 것과 강습회 역시 대부분이 실기에 치중한 보편적인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무술계흐름에 수련내용 혼란 가중돼

서울에서 합기도 도장을 하는 B씨. 그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수련생들이 이종격투기의 기술을 지도해 달라는 이유때문이다. 그는 한때 검도가 유행해 모단체의 검도지도자과정을 급하게 이수후 수련생들에게 검법과 검술을 지도해 오던 차였다. 하지만 수련생들이 대부분 중, 고등학생이던 도장특성상 최근 이종격투기가 인기가 치솟자 수련생들이 이종격투기 기술을 TV에서 배워와 도장에서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평생 합기도를 수련하고 지도하면서 이러한 변화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나이도 먹고 더 이상 사회변화에 합기도를 왜곡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러한 고민을 협회측에 건의해 보지만 협회측은 빠른 사회적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 듯 한숨만 쉬었다고 한다. 심지어 정통합기도를 지도해야 할지, 이것도 아니면 시시때때로 변하는 수련생들의 욕구에 쫓아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초등학교앞에서 학생유혹 마케팅, 태권도인으로서 창피했다.

경기도에서 태권도도장을 10년째 운영하는 C모씨. 그는 최근 자신의 아파트 단지 앞에 태권도도장이 4개나 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10년전 태권도도장을 처음 개관할 때, 그는 다른 도장과 마찬가지로 속셈학원이니 바둑학원이니 하며 복합적인 프로그램으로 유도해 많은 수련생을 유치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몇해전 주변에 태권도도장이 하나 둘 생겨 치열한 마케팅(?)경쟁이 생겨났고, 대부분의 태권도관장들은 주변 초등학교 앞에서 특이한 장난감을 모아 놓고 수련생 유치에 나섰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에게 도장에 나오게 되면 장난감을 주겠다는 유혹도 해 보고, 도복도 무료로 주겠다는 현수막도 내걸며 수련생 유치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 시절을 생각하면 왜 그렇게 창피한 짓을 했는가 하는 자멸감을 느낀다고 한다.
주변에 친한 몇몇 관장들하고 모인 자리에는 항상 마케팅 전략이라는 말로 수련생확보방법에 몰입하고, 정작 프로그램에는 등한시 한 것을 생각하면 당장 도장을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외에도 일선 도장 지도자들은 고충이 많다고 한다. 들어보지도 않은 신생무술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같은 종목이라도 무술인으로 지켜야 할 기본 덕목은 사라진 채 이권을 위한 경쟁도장간의 불화도 있다고 한다. 마치 모두가 먹고살기 위해 치열한 자본주의 논리속에 도장들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무술에 대한 정통성은 사라진지 오래고, 단순한 신체활동도 각색해 무술이라는 명칭으로 그 범주에 귀속돼 활동하는 단체도 많다. 이렇다 보니 순수한 무술지도는 뒷전이고 당장 현실에 치혀 스스로 무술인이라는 본분을 잃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때 츄리닝이 아닌 도복을 입고 기존 스포츠와는 다른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자신감도 사라지고 당장 도장운행차를 몰며 수련생들을 실어 나르는 운전에서부터 수련생들에게 50분이라는 수련시간을 맞춰가는 슬픈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는 우선 해당 협회의 적극적인 배려가 없는데 있다. 충분한 정기적인 지도자 강습이 필요하고, 도장운영에 대한 현실적 고충을 풀어 줄 수 있는 대안도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무술을 수련하는 일선 수련생들에게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 역시 고민하고 연구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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