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술연맹, 유네스코자문기구의 의미 20081108

2010. 1. 20. 14:29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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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NGO확보 국가적 위상 높아졌다

우리 무술계는 개화기와 일제시대에 겪었던 국가주의적 내셔널리즘에 연연하고 있다. 올림픽정식종목이나 무술에 내재된 정치적 사회적 의제에 치중되어 왔고, 표면적으로는 경기화를 시도하면서도 내면에는 상무정신이라는 근대적 문화현상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모두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세계무술연맹이 유네스코 자문기구로 인정된 지금은 우리 무술계는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유네스코의 등재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것도 막대한 예산을 써 가며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보호와 육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런 가운데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서 ‘무술’이라는 영역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번 세계무술연맹의 유네스코 자문기구 인정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세계문화유산의 관심거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고 큰 성과다. 세계 각나라의 무술에 대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심의하고 지정하는 기관이 우리나라에 본부를 두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제적인 NGO를 확보했다는 국가적인 위상이 될 것이고, 무술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무술에 대한 지위확보와 영역이 세계무술계에 크게 작용을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러한 성과뒤에는 세계무술연맹의 소병용의장(전, 유엔대사)의 외교력과 그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온 나라가 올림픽종목에 집중하고 문화콘텐츠를 부르짖던 2002년 10월 세계무술연맹은 충주라는 도시에서 조용히 창립됐다. 그 다음해에 외교통상부 민간단체로 등록되고, 올해 들어 외교통상부 법인으로 거듭 태어났다. 이러한 행정적인 절차 뒤에는 6년간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있었다. 일부는 그게 어떻게 되겠느냐는 비난 아닌 비난도 있었고, 중국과 일본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소의장은 유네스코의 각기구와 각국을 돌며 무술에 대한 문화적 가치에 대해 설명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2년전부터 무엇보다 우려가 컸던 중국과 일본이 긍정적으로 인정하면서 연맹관계자들은 확신을 갖게 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난 6월에 있었던 유네스코 회의에서 청신호를 확신하고 이번에 인정된 것이다.


세계무술의 교류확대 계기마련, 택견-국궁-마상무예 청신호

세계무술연맹은 앞으로 무형문화유산로 등재하려는 각 국의 무술을 심의하고 목록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유네스코 자문기구로서 국제기구의 책무, 세계연맹체로서의 책무, 그리고 발전지원책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가맹국가간의 교류와 유네스코 등의 국제기구들과의 유기적 공조체제, 세계화시대에 맞는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국가간 무술의 교류와 학술교류, 전문가교류 등이 이루어지며, 무술문화발전을 위한 지원 등이 뒤따른다.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세계무술학회와 세계무술아카데미 설립이 필연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점에 대한 이익은 무엇인가? 우선, 세계무술연맹은 모든 문서가 영어와 한국어 두 개의 언어만을 사용하게 된다. 국제 공용어인 영어와 본부를 두고 있는 한국어를 선택한 것은 세계무술연맹의 규약에 명시되어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전세계에 한국어에 대한 위상은 높아진다.

그 다음은 전세계 무술인들이 한국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중앙본부로서의 기능이다. 수많은 무술관련학자들이 정기적으로 학술교류를 하게 되고, 세계무술인들이 정보와 교류를 하는 장이 본부를 둔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기존 국제스포츠기구를 능가하는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세계무형유산으로서 전세계와 차별화되었고 가치가 인정될 수 있는 우리 무예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의 의견이기는 하나, 당연히 택견과 국궁, 그리고 마상무예 정도일 것이다. 택견은 이미 우리 문화재로 등재되어 있고, 국궁은 일제시대의 영향으로 다분히 변용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사법과 사정에 대한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마상무예는 90년대 말 문화재청과의 복원 및 재현과정의 노력을 통해 그 근원을 찾아낸 종목으로 이미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는 차별화된 것이다.

이 무술들은 전통과 그 근원이 명확하다. 그러나 국내 해방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신생무술들의 특징은 중국무술과 일본무도의 혼합형이거나 일부 이식(移植)된 것들이다. 이러한 무술이 우리사회에서 변용되고 재창시되는 과정을 겪어 지금의 무술판을 만들고 있다. 이들의 무술들은 세계무형문화유산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그것은 우리 문화속에 변용돼 완성된 것이 아닌 계속 변용되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무술은 외면만 당할 것인가? 그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수많은 세계무술들이 한국을 찾을 때 당연히 이 무술들도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무술이라는 큰 문화테두리 속에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세계본부를 두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전승과 제대로 된 복원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필연적으로 관심을 갖고 내세울 수 있는 무술에 대해서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한국무술 하나 하나가 인정 받아 가는 과정에 대해 축하를 해 주고, 많은 무술들이 세계본부가 있는 종주국무술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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