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Life(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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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1994년 그러니까. 내가 석사과정을 입학해 2학기를 마칠 무렵. 형님에게서 책 한권을 받았다. 한양대 김병모교수가 쓴 '김수로왕비 허왕옥'. 메소포타미아의 쌍어 신앙과,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 가 결혼 못하는 이유를 김교수는 자신이 연구하게 된 경위부터 그 후 수많은 연구를 하기까지 흥미롭게 저술했다. 수로왕비가 된 인도공주 허황옥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밝힌 문화인류학 교수의 글은 당시 내겐 내가 김해김씨와 결혼을 못하는 이유를 알게 해 준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후 10년이 지나 2004년. 박사과정을 마치고 여기저기 강의를 하며 흥미거리를 찾을 무렵. 우연찮게 인도의 무술과 동남아,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말로만 무술과 문화라는 그럴싸한 연구에 흥미..
2010.01.10 -
사과의 고장 아오모리
지난해 10월 일본 아오모리시행 대한항공비행기에 올랐다. 맑은 날씨. 우리나라땅이 내려다 보이고, 어느덧 강릉을 지나 동해를 지나 2시간정도만에 아오모리에 도착했다. 예부터 항구로 교통중심지로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원래는 일본땅이 아니었다고 한다. 탄광이 유명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제징용돼 이곳 탄광에서 노역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한국으로 돌아오는 배를 파선해 500여명의 한국징용자들이 목숨을 잃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동쪽으로 태평양, 북쪽으로 쓰가루(津輕)해협, 서쪽으로 동해와 접한다. 쓰가루 반도와 시모키타(下北) 반도가 무쓰 만(陸奧灣)을 둘러싸고 있다. 춥고 눈이 많은 긴 겨울이 있어 혼자사는 사람들에게는 정서상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나라 설악산 중턱같은 느낌이다. 단풍도 좋았고..
2010.01.10 -
진도홍주(珍島紅酒) 이야기
2009년 세미나 발표 의뢰가 들어왔다. 진주홍주와 문화마케팅에 관한 주제다. 원래 도시마케팅과 지역마케팅에 활동하면서 축제와 연관짓는데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재미있는 것을 하나 발견했다. 진주홍주가 우리 집안 술이란다.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진주홍주는 독한술, 마시면 다음날 엄청 괴로운 술로 알려진 것이지만, 그 역사를 조명해 보면 좋은 술임엔 틀립없다. 양천허씨 종가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허씨문중의 유명한 음식소개에는 진주홍주를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다. 진도홍주(珍島紅酒)는 지초주(芝草酒)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지초주와 박문주가 최고 진상품으로 꼽혔는데, 이는 고려시대부터라고 전하고 있다. 조선 세조때에 경상도 절도사 허종(許琮)의 부인 청주한씨가 홍주의 양조비법을 알고 있어 후손들에게 전하..
2010.01.07 -
칭하이, 티벳족을 만나다
2009. 7. 중국 서중앙. 우리말로는 청해라는 곳이고, 칭하이가 중국표기 명칭이다. 티벳족이 대부분인 이곳에는 청해천지가 있고, 말이 집집마다 있으며, 활을 즐기는 곳이다. 매일 각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을 찾아 다니고, 매일 양고기에 지칠만도 한데 몸 컨디션이 최고였던 여행지였다. 하루 승용차로 8시간을 강행하기도 했고, 7일간 그곳의 문화를 담느라 온 신경을 썼던 일정이었다. 해발 3,000m에서는 고산증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고, 사람들은 순박하며 항상 친절하게 맞이했다. 7월 1일. 하늘길이라 부르는 대륙간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공산당창당 70주년에 맞춘 이 행사에는 엄청난 칭하이시민들이 밤새 폭죽을 터트리며 즐거워 했다.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라곤 한명도 없던 낯선곳. 그러나 우리나라 두산건설의 ..
2010.01.07 -
2008, 3만관중의 졸업작품발표회
2008. 11. 늦가을 비가 내린다. 몇달을 고생해 이제 발표날이다. 놈들은 문제가 생겼다며 전날부터 울상이다. 졸업발표회 장소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그곳에서 민주노총집회가 있다고 한다. 교수들 의견이 분분하고 아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는놈 신경질내는놈 멍하니 있는놈 다양하다. 민주노총에 전화를 해보니 마로니에공원은 집회장소가 아니란다. 대학로만 사용한다고 한다. 아침부터 경찰병력이 버스로 대학로를 둘러싸고 있고, 3만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집회를 시작했다. 공원에서는 아이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졸업작품은 시작됐다. 집회에 가족단위로 온 노조원들은 아이들이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졸업작품현장에 몰려왔다. 국내 최고의 비보이(이들의 공식 공연비는 20분에 400만원이다. 재학생이라 별수..
2010.01.07 -
어설픈 머리를 올리다
2009년 8월. 영랑호CC 사실 골프는 못친다. 대학시절 수업시간에 조금 배운 게 전부다. 농약냄새맡으며 골프장을 4시간정도 걸어야 하는, 골프채 들고 땡볕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마치 골프를 해야 사회계층상승을 하는듯, 내겐 별로 관심의 대상은 아니다. 체육선생이 골프도 못치면 되느냐는 박사과정 동료들이 강제로 부킹하고 강제로 끌고 갔다. 몇타에 홀인하느냐가 관건. 어려서 구술치기를 해도, 자치기를 해도 그것을 몇번만에 넣었느냐를 세야 하는 스트레스는 골프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동료들은 어쩌고 저쩌고 사탕발림 소릴 하지만, 내겐 골프친후 싱싱한 회에 소주한잔이 더 기억에 남는다.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골프는 원래 중국이나 우리나라에는 격방이라는 말로 궁중에서 했다고 한다. '격방(擊棒)의 -棒은 원..
2010.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