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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義)를 지키고 성(誠)을 중요하게
무예계에는 스승을 하늘처럼 모셔야 한다는 풍토가 있다. 제자가 스승아래에서 수련할 때는 그 행적을 엄하게 지도하여 의(義)를 지키고, 성(誠)을 중요하게 하는 것을 가르치면 사리에 어긋남이 없는 선도(善道)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스승이나 제자가 지켜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떠난 제자에게 의도적인 의(義)와 성(誠)을 강조한다는 것은 무리다. 새로운 스승을 만난 제자에게 지속적으로 스승임을 강조(?)하거나, 서운함을 표현하는 것은 스승의 아집이 될 수 있다. 심하면 스승이라는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왜 우리 무예계는 수파리의 원활한 과정이 없는 것일까? 특히 무예계 1세대, 그것도 일본의 영향을 받은 무도의 경우 지나칠 정도로 수 단계만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하에서 일본무도를 수련한 대부분이 수 단계에서 해방을 맞아 한국무도계의 지도자가 되었다. 원활한 수파리단계를 거치지 않은 2, 3단의 실력자들이 지도자가 된 것이다. 이렇다보니 당연히 제자들에게도 수십 년간 수 단계 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해방이후 우리 무예계는 길게는 4세대까지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수(守)’라는 단계를 벗어나 원칙과 기본을 바탕으로 삼는다. 그러나 그 틀을 깨고 자신의 개성과 능력에 의존하여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해 가는 파 단계도 존재한다. 또한 파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그 수행이 무의식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단계로 질적 비약을 이룬 상태, 즉 리 단계에 있는 무예인들이 존재한다.
최근 도장을 개관하는 젊은 세대들은 자신만의 창조와 철학을 가지고 지도하는 ‘리’단계에 서 있다. 젊은 지도자도 무예에 대한 내면적인 성숙은 지속적인 과정에 있다. 하지만 일단 제자들을 지도하는 도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리 단계에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어설픈 리 단계가 아니냐”며 도장개설은 일본처럼 7단 이상의 고단자로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4단을 소지하고 지도자 자격만 있으면 도장을 개설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이 있는 한 빠른 리의 성숙단계도 잊지 말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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