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퍼붓는 비에 어느덧 하늘이 열렸다. 서울의 하늘이라고 말하기 두려울 정도로 하늘은 맑고 거리의 시야는 넓어졌다. 문득 자연의 신비감마저 든다. 이런 생각에 잠시 무예와 자연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무예수련공간을 도장(道場)이라 말한다. 도장하면 실내공간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자연만큼 훌륭한 도장도 없다.
최근 시청률이 급증하고 있는 모방송사 사극을 보면 신라 화랑과 낭도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모든 면에서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고 무예에도 뛰어나다. 화랑은 사극의 특성상 무예의 장면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역사물에는 그들이 가무(歌舞)뿐만 아니라 유람과 무예 등 다재다능한 인물들로 소개되고 있다.
많은 무예도장들이 과거 화랑을 이야기하며 수련생의 목표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잠시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화랑들이 수련했던 다양한 것들 중 요즘 우리에게 걸맞는 수련법인 캠프 등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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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하는 어느 무예캠프(사진출처=해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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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야 ‘camp'라고 불리지만 우리에게는 ’야영‘이라는 말이 더 친숙하다. 원래 사전적 의미로 캠프는 ‘기지’, ‘야영’, ‘야영막사’, ‘야영지’라고 한다. 단순히 유목민들이 삶을 위해 하던 야영이 이후 전쟁의 이동과정이 됐다. 유럽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조직적인 캠프를 교육수단으로 채택해 활성화됐다.
이러한 조직캠프에 대해 관계자들은 서양의 우수한 교육방식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역사 속에서 수많은 캠프?해 왔다. 그것도 우리 무예와 더불어 산수(山水) 좋은 장소만을 찾아 자연의 도량에서 무예를 연마한 사료들만 보더라도 서양보다 빨리 교육의 한 방법으로 역사와 함께 했다.
때문에 우리는 야영 또는 자연과 더불어 수련하는 문화는 그리 낯설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야영은 군대를 상징하는 훈련캠프로 둔갑했다. 아무래도 약해진 청소년들의 신체와 정신을 극복해 보자는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군대식 캠프는 유행처럼 인기를 더 해 가고 있다. 과연 이런 조작적인 틀의 캠프가 좋은 것일까. 그렇다고 일본무도인 유도와 검도에서 하고 있는 모서훈련, 모한훈련을 할 수 있을까. 두 훈련은 무도를 통해 가장 더울 때와 추울 때를 극복하고 체력과 기술을 함양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일본무도의 군국주의적인 수련법인데 말이다.
현재 대부분의 도장은 레포츠활동이 위주인 캠프형 수련을 하고 있다. 여름에는 레프팅캠프, 겨울에는 스키캠프가 주류를 이룰 만큼 보편화 되었다. 레포츠활동을 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훌륭한 캠프소재가 무예로도 가능하다. 물론, 핵가족화시대에 학부모들에게 설득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올 여름, 무예도장만큼은 자연과 함께 하는 수련캠프를 기획하는 무예지도자들의 노력이 더욱 값질 것이다. 캠프를 통해 수련동료들과 함께 사회성을 배우고, 또 다른 공간에서 무예를 체험하고, 자연과 함께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찾아가는 무예캠프가 더욱 값진 무예프로그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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