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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처방사의 꿈접고, 경찰 투신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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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의 바다소년이었던 강형사는 가끔 한적한 바다를 찾는다. |
| 강 형사가 경찰에 입문한지는 11년째다. 예리하지만 부드러울 때는 한없이 부드러운 형사라고 동료들은 입을 모은다. 그가 이러한 부드러움과 강함을 함께 소지한 이유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는 땅 끝 마을로 불리는 전남 해남에 위치한 바닷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간척지가 되어 바다가 멀리 보이지만, 그가 어렸을 때에는 ‘노루목’이라는 작은 언덕처럼 생긴 뒷산이 있었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 무예라고 보기에는 비정형화된 권법류를 동네 어른에게 배웠다고 한다.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할 때 그것이 도대체 무슨 무예였을까. 몇 번이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냥 싸움기술 또는 정권단련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권법을 수련하고 땀을 식히며 내려다 본 앞 바다의 노을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 노을은 강 형사에게 큰 영향을 줬다. 어린 학생이었지만 노을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그 후 태권도를 수련하고 사춘기를 겪으면서 힘들 때면 그 노을과 함께 많은 꿈을 꾸었다고 한다. 운동 후 흐르는 땀을 느끼고, 땀이 식을 때 즈음이면 다시 기술을 생각하고, 성인이 되어서의 삶을 생각하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편안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강 형사는 현재 재직 중에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필자가 지인을 통해 그를 소개받기 전 들은 이야기가 있다. 그는 원래 운동처방을 전공한 유능한 대학원생이었다. 운동처방에 무예를 접목하려는 그의 노력은 대학원을 함께 한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였다. 그는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었다. 이런 그가 갑자기 경찰에 투신한 이유에 대해 대학원동료들은 의아해 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에게 조심스레 물어 보았다.
“운동처방에 대한 관심은 비과학적인 훈련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올바른 운동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비과학적인 훈련법의 근원적인 문제는 운동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급변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경찰로서 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운동사회에서 우리 일반사회를 처방하는 일로 전환되었을 뿐 그 내면의 생각은 동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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