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심(残心)

2024. 4. 21. 09:33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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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으로 일격을 가한 후 반격에 대비하라. ”

“활을 쏘고 난 뒤 바로 다음의 반응에 대비하라.”

그런데,

“차 그릇을 만졌다가 놓을 때에는 그리운 사람과 이별하는 심정으로 하라”

검도와 궁도, 다도(茶道)에서 잔심(残心)을 해석해 놓은 말이다.

검도와 궁도에서는 어떠한 상태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이다. 특히 검도는 경기규칙에도 잔심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다도(茶道)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세심한 행동을 하라는 이야기다.

잔심은 스스로 깨닫는 지혜를 몸에 베이게 만드는 학습법이다.

잔심은 ‘미련’이나 ‘아쉬움’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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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무도를 알아야 우리 무예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무예의 생활문화는 대부분 일본 무도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일본 무도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자칫 어설픈 무예문화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 무도의 특성을 파악해 그 문화적 요인들이 우리 문화에도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연구들도 있다. 그러나 문화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한국의 무예는 일본무도와 큰 차이가 없다. 단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 변화된 모습이 보이기는 한다.

 

잠시 일본 무도에서의 잔심(残心)에 대해 살펴보자. 일본무도에서 정신을 이해하는 마음가짐중 하나로 "잔심(残心)"이라는 개념이 있다. 스포츠에서 포인트를 얻거나 상대를 제압해 승리를 이끌었을 때 기뻐서 승리의 포즈를 취한다. 이것과는 달리, 상대를 제압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언제 어디에서든 공격에 대해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는 모습을 "残心"라고 한다. 이것을 경기에 접목하고 있는 종목으로는 검도가 있다. 검도에서는 残心이 없다고 간주되면 점수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검도는 상대와 겨루는 자체를 생사를 건 실전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승부’는 상대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대 스포츠에서 구지 그런 마음가짐을 강조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하지만 여기에서 공부가 된다. 이겨도 기쁨을 나타내는 않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한층 더 정진을 목표로 하며 평온한 마음을 지속적으로 가지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겼다고 방방 뛰지 않는다. 이겼다고 상대를 무시하지 않는다.

 

‘禮始禮終’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는 매력은 일본 무도가 가진 큰 매력이다. 잔심이 자신의 생존을 위한 마음가짐이라면, 禮는 상대에 대한 마음가짐이 더 크다. 상대에 대한 마음이지만, 사실 禮를 표하는 주체는 내가 된다. 무예를 수련하면서 예절과 인내를 함께 몸에 익히게 되고, 이것은 단정한 아름다움과 품격을 갖추게 한다. 이러한 품격은 우리 사회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인내를 알게 한다.

 

또한, 잔심의 학습은 마음이 고르지 못한 것을 의식하며 잠념을 털어바리고 안전된 마음을 유지하며 집중력도 향상된다. 무예를 지속적으로 수련하면서 쌓아 올려진 기량을 통해 ‘성장’을 배우게 하고, 잔심의 배움을 통해 안정된 마음과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무예를 수련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공격성이 감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잔심은 검도뿐만 아니라, 궁도(弓道)와 다도(茶道)와 같은 일본의 예도문화(藝道文化)에서도 있다. 여기에서 잔심은 어떠한 상황과 변화에서도 흔들림 없이 평상심으로 대처하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어려운 난관이 있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우게 한다. 다도에서는 차를 마시고 난 후 지니는 마음가짐으로 “차 그릇을 만졌다가 놓을 때에는 그리운 사람과 이별하는 심정으로 하라”라는 말이 있다. 세심한 행동을 하라는 이야기이다. 스스로 깨닫는 지혜를 몸에 베이게 만드는 방법이다. 미련이나 아쉬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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