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토베 이나조(新渡戸稲造)의 '무사도'

2020. 6. 19. 17:40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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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전쟁의 승리를 계기로 일본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주목되는 가운데 1900년 니토베 이나조(新渡戸稲造, 1862-1933)의 ‘무사도(Bushido: The Soul of Japan)’는 이에 호응하는 작품이 되었다. 니토베는 일본 메이지시대와 다이쇼시대에 걸쳐 활동했던 사상가이자 농업경제학자, 교육가, 외교가, 정치가였다. 그는 일본 화폐 5천엔권에 한때 초상이 실려 있었던 적이 있고, 당시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제주의자였다. 그는 일본의 식민정책연구를 통해서 당시 일본인들에게 식민지 정책과 제국에 관한 지식을 가르치기도 했다. 제국주의적 사상을 지닌 식민정책학의 1인자로 일본 지식인 사회의 식민지 조선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니토베의 ‘무사도’는 서구 기독교 정신에 대응하는 정신문화로서 일본의 무사도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식의 저변에는 서구에 대한 무의식적 동경에서 이어진 제국주의 논리를 합리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아시아의 정서에 무지한 영어권 독자를 대상으로 일본의 정서와 정신을 소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영어로 쓴 책이다. 1899년 미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일본 봉건시대 무사들의 정신세계라 할 수 있는 ‘무사도’의 덕목 체계와 무사도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유럽의 역사와 문화, 종교, 사상에서 그 다양한 사례와 인용문을 빌어 상세히 비교 분석 소개하고 있으며, 출간 이래 100여 년이 넘도록 서양인의 입장에서 일본인과 일본적인 것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텍스트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근대의 무사도는 근대 국민국가 만들기의 필수 과제로 여겨진 상무사상에 대한 강조의 움직임과 더불어 동아시아 삼국에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

근대 무사담론은 근대국가 성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국수적 민족문화 인식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일본, 중국, 한국 등 동북아 삼국이 공통된 점을 갖고 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근대 국민국가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 국민개병제를 추진하였고, 이를 위해 봉건사회의 무사도 개념을 가져와 충성의 대상을 국가와 천황으로 치환하여 국민에게 요구하였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은 일제에 의한 식민지배에 결부되어 상무정신의 강조뿐만 아니라 독립을 위한 고유성과 주체성을 확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이를 위해 자민족, 자국가의 ‘고유성’과 ‘주체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자신의 역사 속에서 상무정신의 기원을 찾고 민족 고유사상으로서 무사도를 재발견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무정신을 자신의 역사 속에서 우월한 강자의 모습을 발견하고자 한 점은 제국주의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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