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닭(人)싸움놀이, 정규스포츠종목 등극

2025. 3. 30. 08:32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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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투사 경기장면 . / 베이징각투사협회 홈페이지 캡처


'닭(人)싸움놀이'가 글로벌 스포츠로 성장하고 있다. 어릴 적 소풍이나 동네 골목에서 즐겨 하던 깨금발 싸움, 바로 이 경기가 중국에서는 '각투사(脚斗(鬪)士, Judose)'라는 이름으로 중국 국가체육총국 중국무술협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각투사의 기원을 5천 년 전 치우놀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고대 중국 북부 농촌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던 민속놀이로, 중원 평원에서 황제와 경쟁한 치우를 기념하는 의미를 지닌다. 치우놀이가 각종 축제와 경연에서 인기를 끌며, 북방에서는 목발싸움, 남방에서는 닭싸움으로 불리던 이 놀이는 이제 스포츠로서 발전했다.

 

이 경기는 기업인 우예다가 2005년부터 다년간의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경기화한 뉴스포츠로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자국의 전통 민속 스포츠를 국제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연구와 실증을 거쳐 "한 발로 지지하고 한쪽 무릎으로 공격하는 형태"로 경기 규칙과 심판 방법을 설계했으며, 스포츠 보호 장구의 연구 개발, 특허 출원 등도 이루어졌다. 이 스포츠는 '각투사(脚斗(鬪)士)'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고, 'Judese'라는 국제화된 명칭도 창작했다. 

 

중국 내에서는 초, 중, 고, 대학까지 팀이 구성되어 있으며, 학생 대항전과 일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미디어 홍보 덕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국에서만 이 스포츠가 활동한 것은 아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충주 세계무술축제에서 번외경기로 닭싸움 월드컵과 세계 닭싸움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그러나 관주도의 축제라는 점에서 닭싸움에 대한 적극적인 프로그램 반영을 만들어 내지 못해 지속성을 잃었고, 대신 2012년에는 대한닭(人)싸움협회가 설립되면서 국내 대회가 생겨났다. 당시 농림부 장관을 역임한 정운천 전국회의원이 창립 회장을 맡아 춘천의 닭갈비축제와 춘천국제레저총회를 통해 이 스포츠의 흥행을 꾀했다. 또한, 치킨 회사들이 대학 축제에서 닭싸움 대회를 후원하며 이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 스포츠를 먼저 글로벌 스포츠로 성장시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스포츠 종목 대다수는 외국에서 유입된 것이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해외 스포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중국은 자국의 전통 스포츠를 현대 스포츠로 발전시키고, 이를 세계화하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중국은 독자적인 지적 재산권을 가진 스포츠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중국을 창조하라'는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09년 전후로 씨름과 활쏘기와 같은 전통 스포츠를 장려했으나,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에는 서양 스포츠와 일본 무도 교육의 영향으로 전통 스포츠가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다. 또한, 해방 이후 체육계는 해외에서 유입된 스포츠에 집중하며, 올림픽 종목이 전통 스포츠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압도하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 문화는 유럽이나 미국의 스포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선수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에게 집중되며, 국내의 전통 스포츠나 비인기 종목은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국내파 스타는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국내 스포츠 협회들은 경기 대회를 개최하기 급급하고, 선수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세미프로로 간주되는 실업팀은 대부분 기업이나 지자체가 떠맡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팀은 정부의 간섭과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제약을 받으며,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팀도 마찬가지로 해당 지자체가 팀 운영을 맡고 있어 마케팅에 한계가 있으며, 결국 팀의 지속적인 성장이나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실업팀은 종종 도민체전이나 전국체전용이라는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으며, 해당 도시의 주민들조차 자신들의 도시 스포츠팀과 선수들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서양 스포츠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 10대 스포츠강국으로서 이제는 우리 스포츠를 세계에 알릴 때가 되었다. 족구와 택견은 생활 체육 저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들로 국제연맹을 설립해 세계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사(騎射)는 이미 세계화가 진행중인 종목이다. 다행히 정부는 e스포츠, 전통 무예, 태권도, 씨름 등 K스포츠의 육성에 노력하고 있으며, 제2의 태권도를 찾기 위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정부와 정치가 불안하니 제대로 정책을 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전통 스포츠가 글로벌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정책 변화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태권도, 씨름, 택견, 족구, 기사(騎射) 등은 물론 새로운 전통 스포츠의 발굴과 K스포츠의 개발은 K문화산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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