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축제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는 1990년대 이후부터다. 그 이전에도 지역 특색에 맞는 다양한 축제가 있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여기저기 '축제의 홍수'를 이루게 한 결정적인 계기는 지자체장들의 관심에서 시작됐다 할 수 있다.
민선 초기의 축제는 지역의 특산물을 중심으로 한 형태였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 문화소재를 근간으로 한 축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활성화되면서 어떤 지역은 계절마다 축제를 개최했다. 이것이 과도해 특정 지역은 마치 축제 전문 지역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해당 지역의 인물 또는 문화소재로 ‘무예’가 축제의 중요한 소재 또는 프로그램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무예단체들이 여기저기 축제장을 돌아다니며 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축제 뒤에는 당연히 지자체를 이끄는 민선 관계자들이 간접적 특수효과를 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축제의 본 취지를 떠나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행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단체들에게 축제예산을 골고루 나누어 주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질적으로 연결된 이벤트 관계업자와의 결탁도 큰 문제다. 축제를 기획하는 당사자들이 전문적인 지식없이 주변의 압력에 의해 또는 이윤만을 따져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이는 축제의 본래 의도는 살리지 못하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이벤트로 전락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게다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지자체의 공무원들은 매년 반복적인 내용으로 일관하며, 고질적인 복지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속에 무예단체들도 축제에서 한 몫 챙겨 보려는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단적으로 많은 협회들이 축제리스트를 만들고 지자체에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질은 뒤로 한 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준 낮은 시범과 시연으로 관광객들에게 ‘이것이 무예다’라는 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무예가 축제의 핵심에 자리하는가 하면, 해당 축제와 전혀 관련이 없는 퍼포먼스를 통해 축제의 본질을 떠난 무예시연이 판을 치기도 한다. 이런 요지경을 지켜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특히 올해는 더 걱정이다. 금년 축제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권이 동원된 과시적인 축제가 될 확률이 높다. 지역주민은 없고 뜨내기 관광객만 넘치고 주체가 불분명한 축제, 장삿속으로만 부풀려진 채 쓰레기만 양산하는 축제, 관광객은 없고 지역주민만 판을 치는 '이름만 국제'인 축제, 비슷비슷한 이름이나 소재로 여기저기 난무하는 축제 등에서 우리 무예들이 얽히고 섥혀 있는 모습은 정말 유감스럽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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