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2022. 2. 21. 16:31In Life/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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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밥내음이 진동하면 이 검은 솥에서 나는 냄새였다. 밥이 뜸이 들때면 고구마나 감자를 열기가 남은 숯더미에 넣어 구워 먹기도 하였으며,  남은 열기로 젖은 신발을 말리기도 했다.

솥뚜껑은 잔치날 지짐판이 되기도 했다. 넓은 솥뚜껑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넣으면 온집안에 고소한 내음으로 가득 찼다.

매년 김장 이후 겨울 간식을 준비하던 어머니는 솥뚜껑에 모래를 달구어 유과를 구워냈고, 솥안에는 하루종일 달인 조청이 가득했다. 학교를 다녀온 뒤 솥뚜껑을 열면 먹을 간식이 식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10살이 되면서 멈췄고 지금처럼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서울로 이사를 오니 부뚜막은 연탄불이 타고 있었고,  집앞에 구멍가게에는 간식거리가 즐비했다. 그리고 근처의 시장은 먹을것 천지였다. 무엇보다 검은 솥은 사라지고,  밥은 전기밥통이 하고 있었으며, 반찬과 찌개는 석유곤로가 대신했다.

9살때까지의  솥 맛을 기억하고 있기에 요즘도 가끔 솥이 있는 식당을 찾으며, 이 솥맛을 아직도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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