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축제속에서 우리 무예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무예단체인지, 공연단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정도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공연비를 받는 단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이유때문에 축제철이면 무예단체들은 지방을 돌아다니며 시연에 집중하고 수련의 공간인 도장은 그 의미를 잃고 있는 경우가 많다. 뿐만아니라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지자체들은 무예라기 보다는 공연단으로 인식하게 돼 무예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지역축제에서의 무예시연은 해당 지역의 무예, 즉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역무예를 선보여야 한다. 지역을 알리고 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겠다는 지역축제들이 다른 축제에서도 볼 수 있는 무예시연단을 초청해 시연하는 모습은 이미 독창성이 결여된 축제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일본 훗가이도 밑에 있는 아오모리시의 한 행사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곳에서 무예시연이 있었다. 많은 관광객이 숨죽이고 그 시연을 보고 있었다. 시연이 끝나자 아오모리시민들이든 관광객들이든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감사를 표했다. 일본이 무도의 나라라 그런 것은 아니다. 무술시연과 더불어 그 지역의 가부끼시연도 이어지면서 그들은 그들의 지역문화를 소개한 것이다.
무예를 시연한 사람은 일본의 고류 검술유파의 전수자로 그 지역에 살고 있었고, 그는 돈한푼 받지 않고 지역을 찾은 관광객을 위해 시연을 했다. 필자가 지켜본 바로는 도시락 한개를 받았을뿐 더 이상도 없었다. 잠시 그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자신이 수련하고 있는 고류검술은 우리지역의 명예고, 지역을 위한다면 언제든지 시연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어떤 지역이든 무예원로나 고단자는 존재한다. 설령 없다면 무예시연을 안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구지 무예시연을 축제 프로그램에 적용하려면 지역에서 무예원로나 고수를 찾는 수고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 지역의 무예원로가 시연을 한다면 많은 무예인들이 그 축제에 올 수 있다는 생각을 축제 기획자들은 한번쯤 해봐야 한다.
어떤 축제에 가면 어떤 무예인이 있어 시연도 보고, 함께 수련할 수 있는 시간도 있다는 인식을 확대시킬 수 있도록 지역축제의 무예시연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