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술이 제기하는 철학적 물음들

2010. 2. 3. 01:04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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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의 세계화에서 가장 심각하게 제기될 철학의 문제들은 무술의 세계화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 될 것이다. 무술의 세계화의 본질에 대한 물음은 단순히 무술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주도하고 있는가하는 물음을 넘어서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묻는 것이다. 이것이 무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과 맞물려 무술의 세계화가 자칫 동양무술의 정체성을 절멸시키면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첫째, 무술의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여러 문화가 뒤섞이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동양에서 보급된 무술들이 각국에서 그들만의 문화와 접목돼 새로운 신생무술들이 등장하고 대중화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무술이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스포츠화된 종목 역시 그 내면에는 서구스포츠의 경기규칙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하나의 보편 문명(universal civilization)이 생겨나고 있다. 보편 문명이란 인류의 문화적 융합, 즉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공통된 가치관과 믿음 및 이상을 그리고 공통의 체제나 제도를 받아드린다는 것을 의미한다(이희재, 2000). 서구음악과 무술의 만남, 서구의 신체리듬에 맞는 무술형태의 변화, 그리고 합리성을 앞세운 경기규칙 등이 무술의 세계화속에 나타난 특성들이다.

이러한 형태들은 구지 ‘무술’로 해석하기에는 어려운 논리다. 일시적인 대중문화로서의 변화이지 한때의 유행으로 볼 수 있다. 한때의 대중적 유행이 세계 곳곳에 열병처럼 퍼진 사례는 역사 속에서 수 없이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것들이 심층적 구조를 바꾸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무술도 대중문화의 일부분으로서 변화되고 있는 듯 하다.

무술의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동양3국은 자신의 무술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강화되고 있다. 왜 이런 욕구가 발생하는가? 여기에는 무술의 정체성을 회복함으로써 무술의 세계화가 갖는 제국주의적 획일화에 대항하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서구문명이 반강제적이고 폭력적으로 수행해온 세계화에 대한 반론일 수 있다. 지리상의 발견이라 불리는 시기부터 서구는 전 세계의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식민화함으로써 자신을 중심으로 세계화를 시도해 왔다. 서구의 선진국들이 후진국을 돕는다는 미명하에 세계 은행(world bank), 국제통화 기금(IMF) 등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을 만들어 세계 금융시장을 자신들이 주도하는 단일 체제로 재편한 것도 같은 맥락의 세계화 물결이었다. 무술역시 수많은 서구문명의 환경속에서 서구중심의 무술조직으로 변화하고 있고 다시 이러한 문화가 동양으로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동양의 무술인들은 반항하고 있는지 모른다.

둘째, 무술에 대한 지적 재산권에 대한 원천적인 재 검토가 필요하다. 무술의 근원이 어디이고 무술에 대한 체계를 어느 나라가 만들었는가에 대한 것보다는 무술이 애초 각 나라와 민족마다 존재했다는 거시적인 기원론을 근거로 한다면 공동으로 지니고 있던 신체문화가 어떠한 수련체계를 가해 처음의 신체운동체계보다 더욱 좋은 결과를 산출했다면, 그 무술은 개간된 것이다. 특히 무술이 서구중심의 재생산과정에서 지적 소유권의 확립과 함께 무술지식의 사유화는 새로운 지식을 모두 사유화 할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무술에 대한 사적 소유권은 토지나 자본의 사유화와는 다르다. 어떤 무술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이 다른 무술의 지식 획득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의 무술을 독점적으로 활용해서 좋은 결과를 산출한다면, 그것을 사장시키는 것보다 낫다고 해야 한다. 같은 논리로 그것 때문에 아무리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할지라도, 다른 무술의 기회를 박탈하지 않는 이상 부도덕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술의 사적 소유에 대한 주장은 해당무술의 본질에 대한 완전한 곡해 위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나의 새로운 무술이 창안되는 과정을 보면, 누구든 새로운 무술을 창출하려면 지금 까지 축적된 무술의 지식을 배우지 않고는 불가능 할 것이며, 이 배움의 과정에서 그에게 무상으로 제공된 모든 것을 고려해 보면, 그가 창안한 무술의 양은 대개의 경우 극히 적은 부분에 불과 할 수 있거나 대부분일 수 있다. 또한 지적 재산권의 보호가 혁신을 촉진시킨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무술의 창출자에게 지나친 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계속 야기 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무술이 건강을 위한 소재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적 소유권은 생명의 도구화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셋째, 무술이 스포츠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철학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무술이 지닌 기술체계와 정신적인 면에 있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무술의 겨루기식 경기화는 무술이 지닌 본래의 특성들 중 승부의 세계를 강조하고 결과론적인 입장을 고집한다는 측면에서 무술의 본질은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스포츠세계에서 나타나는 조직의 갈등을 고려해 볼 때 조직권력이 강화된 국가에 비해 다른 국가들의 가맹국의 권력은 약화된다. 말하자면 경제적 세계화에 의해 종전과 같이 효과적일 수가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연 스포츠화된 무술을 무술로 볼 것인가? 스포츠로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엄밀하게 따지면 스포츠라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술들은 경기속에 모두 무술적 요인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스포츠맨쉽이나 아마츄어리즘을 무도정신과 똑같이 보기 때문이다.

무술의 스포츠화는 경쟁이라는 본질에서 떠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여타 스포츠와 동일하지만 경쟁이라는 과정과 단련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정신수양과 같은 교육적 기회를 마련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구별된 무술경기만의 특성이 있다(최종삼, 1997). 무술경기는 서양의 일반적인 스포츠와는 달리 동양적인 전통위에서 발전하여 왔기 때문에 문화적 전통을 무도경기에 강하게 심고 있다. 무술경기가 갖고 있는 전통문화의 의식은 해당 종목의 국제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무술경기는 아직까지 경기용품과 경기내용에서의 예법 등을 유지하려는 동양의 입장은 국제화를 위한 도약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화되면서 이러한 무술의 전통이 서서히 무너지고 동양적 특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스포츠에 대항하는 무술인들의 주장들은 대부분 수련의 과정을 중시한다. 서구문화의 융합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서구인들에게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해당 문화권에서 자생적으로 그 환경에 맞게 형성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 더 크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들은 일본의 무도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일본의 대표적인 무술이라 할 수 있는 검도의 경우를 보면 스포츠화에 대해 상당히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일본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검도(劍道, Kendo)라는 것이다. 경기화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경기화를 하려면 경기화를 하되 일본의 검도계에 관여하지 말라는 주장을 펼친다. 상당히 국수적인 입장에서 무도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에 중화민족의 무술이라는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는 다르다. 중화민족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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