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술의 특성과 변화

2010. 2. 3. 01:06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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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무술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불과 10년 정도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자들은 ‘무도와 스포츠는 다르다’는 것과 전통무예에 대한 발굴, 그리고 동․서 체육사상의 만남이라는 주제 등으로 무도를 논의해 왔다. 그동안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무술은 생존을 위한 수단, 전쟁기술, 건강, 그리고 스포츠로의 그 모습을 바꿔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게임, 패션, 만화, 영화, 건강, 스포츠, 교육의 소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생활 속의 무술은 이미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그리고 동양인들의 삶속에는 자연스럽게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다. 이것은 무술이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세계를 둘러 보더라도 다변화되는 현상에 대해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현대사회는 넓은 의미에서 사람들의 주요 활동이 정보 기술에 기반해서 이루어지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도 우리가 무술을 어떻게 규정하든지 간에, 엄청난 사회적 대 변혁이 이루어지고 있고, 사람들의 삶에 모든 측면에서 무술도 시간과 공간의 의미는 크게 변화고 있다.

과거의 무술이 시공간의 제약에 의해 전수되는 방식은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련생들 역시 다양한 환경에 의해 무술을 접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미 무술은 동양적이라고 볼 수 있는 소지는 줄어 든다. 세계는 실질적인 지구촌(global village)이 되어가고 있다.

무술과 관련해 이미 직업이나 경제적 측면에서의 변화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과거 도장중심의 경제적 환경이 이제는 무술용품을 비롯한 시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벤처열풍 속에서 무술관련 산업의 벤쳐 열풍도 일고 있다. 10년 전과는 다른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다.

또한, 경쟁적인 대인적 성격을 지닌 무술이 개인의 미(美)와 건강을 위한 양생무술의 등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포츠화되어 가던 10년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미 무술은 세계화에 도달했다.

동양의 것이라는 동양인들의 자부심은 과거의 일이고, 이제 서구사회에서 스스로 변용시킨 새로운 무술을 형태와 수련체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무술의 변화는 구미사회와는 다르다. 19세기 동양의 무술이 유럽에 전해지고 100년이 지난 시점에서 유럽의 무술들은 동양의 주도적인 입장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유도의 경우 컬러유도복 착용과 자체시스템을 고집하는 것을 볼 때 국제유도연맹의 위치가 유럽세가 강세이고, 태권도의 경우도 유럽태권도연맹이 자체단증을 발급하려는 시도나 자체 운영시스템을 고집하는 것을 보더라도 세계태권도연맹이 한국의 주도적 입장이라는 데는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무술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100여년 동안 보여준 동양의 지도자들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종주국의 행정체계와 수련체계의 고집에 대한 거부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동양 무술지도자들의 아집과 서구사회에 대한 도전적 지도방식들에 대한 환경과 무술유입시기로 본 자체 지도자 양성과 조직체계 등이 이미 서구사회에서 변용돼 그들만의 문화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서구의 모습과 같이 동양에서도 변화는 있다. 일본무도의 대부분이 국수적인 입장에서 스포츠화를 거부하고 있는 입장과 한국의 경우 서구 스포츠지향적인 무도의 세계, 그리고 중국과 같이 중화민족주의적 무술의 고집 등은 이미 서구사회의 변화와는 다른 동양만의 아집이자, 민족주의적인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동안 무술을 해석하고 발전론적 관점이 잘못된 것은 대부분의 동양무술들이 문화적 실체라 이야기할 수 있는 국가라는 차원에서 역사적 과정으로 설명되기도 했다. 중국의 무술-한국의 무예-일본의 무도라는 식의 국가적 해석 방식과 무술-무예-무도라는 발전적 해석 등은 앞서 설명한 무도의 세계화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 무술계는 이러한 소비성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허건식, 2004).

무술의 생성이 동북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서구사회와 동남아와 중동지역은 동북아의 주변부로서 동북아 무술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무술은 세계화가 되면서 동북아에서 서구와 중동, 그리고 동남아로 보급되었다. 이렇게 보급된 무술이 주변부에서 정착되어 다시 역으로 동북아로 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메이저급 무술이라 일컫는 올림픽종목인 유도, 태권도에서 드러나고 있으며 중국의 태극권역시 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경기화된 무술인 유도와 태권도의 경우 행정적인 관점이나 경기의 변화에 대해 유럽중심에서 변화가 일고 다시 중동지역으로 확산돼 동북아로 이어지는 추세이며, 태극권의 경우는 임상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례들로 해석하고 있는 호주와 유럽의 노력으로 태극권의 세계화를 이루고 있다.

한편, 무술은 무술이라는 상품을 통해 경제적 부(富)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무술에 대한 생산력의 무게 중심이 무술상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술에 있어서는 프로그램, 경기이벤트, 무술용품 등이 생산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 관계란 이런 생산력의 소유 관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생산 관계를 설명할 때는 누가 이 생산력을 얼마만큼 소유하고 있으며, 생산력을 소유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함께 생산에 종사할 때 이들 상호간에 이루어지는 관계는 어떤 가를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통적으로 생산력의 소유자는 지배 계급이 되었다. 예를 들어 농경 사회에서의 토지 소유자나 산업 사회에서의 금융 자본가는 지배 계급이었다. 같은 논리에서 보면 세계무술계도 세계인들의 구미에 맞는 무술체계를 지닌 것이 지배 계급으로 될 수밖에 없다.

무술이 부의 원천이 되는 이런 상황에서, 이것들에 대한 사적 소유가 특허라는 형식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렇지만 무술이 지니고 있는 정신적인 역할이 사적 소유가 될 수 있는지는 과제이다.

한편, 국내무술들의 특성중 하나는 정부와의 밀착된 정책논리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것은 ‘전통’이라는 귀속성과 자무술의 정당성을 포장하기 위한 것들이다. 이러한 국내무술들이 해외로 진출해 종주국 한국이라는 또다른 정당성을 제시하며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미 세계무술인들은 한국무술에 대한 불신이 생겨났고, 최근 들어 국제사회에서 권력의 재편 현상이 나타난다. 수많은 무술에 대한 가맹국들은 무술에 대한 부의 원천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무술의 보급과 권력의 분산이 밀접한 함수 관계를 갖는다.

무술의 보급에 대해 종주국에 대한 논쟁은 세계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권력의 중앙 집중을 초래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동안 동양무술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무술에 대한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질적인 면보다는 양적인 생산에 입각했기 때문에 수련프로그램과 자본과 권력을 모두 중앙 집권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생산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각 대륙과 국가별 분권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리적 제약 조건의 극복에 의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결국 집중되어 있던 무술단체들의 권력이 분산된다는 것과 동시에 수직적 명령 통제형이 수평적 상호 협력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태권도연맹의 경우 각대륙과 각국가들이 한국인 중심으로 구성된 세계연맹의 권력에 종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강자로서 유럽연합의 권력의 무대에 출현했다는 것을 함축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긍정적인 변화가 끝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유럽과 구미사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변용된 무술들은 형태적인 변화이지, 내면적인 수양적 관점에서는 깊이가 부족하다. 거짓된 수련은 수많은 수련생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것은 국내 무술단체들이 90년대 중반이후 난무했던 것에서도 나타난다. 단체들의 분파로 이어진 수 백개의 무술단체들과 신생무술들은 어떠한 검증없이 생성된 무술들이 많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시대에 유행하는 무술의 형태, 검증되지 않은 무술서적을 통한 자해석(自解釋)들이다. 특히 학계에서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고서적의 해석으로 수많은 무술인들의 조작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었다는 것도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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