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시범의 변화

2010. 2. 3. 01:09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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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의 시범과 관련된 내용은 이미 고대에서부터 출발한다. 전쟁기술을 목적으로 무술이 존재했던 시기에 우수한 무사를 선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술의 연무를 통해 선발했거나, 의례적 행위속에 무무(武舞)를 통해 기예(技藝)적인 측면의 무술이 존재했다. 또한 해외 교류에 있어서도 무술의 시연도 있었다.

무술에서 무술적 특성을 보여주는 행위와 관련된 용어는 연무(演武, practice of martial arts), 시범(示範, demonstration), 시연(試演, performance)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무술계에서는 시범 혹은 시범단이라는 명칭으로 시범이 보편화 되어 있다.

무술을 보급하고 활발한 활동중 하나인 시범과 시연은 한국을 대표한 태권도는 물론 무술전반에 걸쳐 두르러진 현상이다. 특히 협회와 대학차원에서는 ‘시범단’이라는 명칭으로 시범 혹은 시연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명칭에 있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대부분 ‘시범단’으로 사용되고 있고, 연무나 시연이라는 표현은 극소수의 종목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용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연무(演武, practice of martial arts)라 함은 무술을 수련하는 것이고, 시범(示範, demonstration)이라함은 모범을 보여줌, 그리고 시연(試演, performance)은 공연과 같은 개념으로 특정 행위에 대한 예술적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해방이후 무술단체들이 시범이 주를 이루었으며, 일본의 경우도 일본의 유도를 유럽에 보급하는 과정에서 시범단을 구성해 시범형태로 소개하는 것에서 무술의 시범은 출발한다. 이러한 특성들은 해당 무술들의 모범을 선보임으로써 무술적 특성을 알리는데 주 목적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무술계에서 시범은 무술을 수련한 사람이 그 기술과 묘기를 보여줌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범을 보이고자 하는 무술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하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기함과 흥미를 자아내게 하여 무술을 배우고자 하는 의욕을 고취시키는 보급적 차원에서 보편화 되어 있다.

이러한 보편성은 ‘시범(示範)’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모범적 틀을 보여줌으로써 기준을 정한다”라는 해석처럼 해당 무술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시(示)는 보인다는 뜻이고 범(範)은 본보기, 법, 틀 등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다는 점에서 무술의 시범은 해당 틀을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동안 무술의 시범은 수련생들이 해당 무술의 기술과 묘기를 보여 줌으로써, 해당무술이 무엇인지를 선보이고 관객으로 하여금 신기함과 흥미를 유발 시킬 수 있는 보급으로서의 역할과 홍보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새로운 본(本)이나 품새와 같은 무술이 지니고 있는 제정형의 교육과 새로운 기술체계의 보급을 위해 동작의 상식과 인지도를 제공하기도 한다.

태권도의 예를 들면, 이 종목의 시범은 기본동작, 품새, 격파, 호신술 및 특수기술과 묘기, 고난도의 발차기 기술 등을 구성하여 짧은 시간 내에 보여주는 태권도의 종합예술(綜合藝術)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범은 생동감 있는 행위예술로서 예술적 경지 또는 도(道)의 경지에 승화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고 원시적인 감정을 직접적으로 가장 완전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운동이며 무용적 요소, 음악적 요소를 가미 하므로 써 종합적이고 완성미를 갖춘 태권도 정수를 표현할 수 있는 형식적이고 율동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예술(行動藝術)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시범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는데 제일 먼저 장소, 시간, 관중, 소요시간, 시범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 같은 기본 구성 요소들이 파악되면 시범의 목적에 맞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작성해야 한다. 이때에는 먼저 새로 선보일 시범의 목적과 제반 상황에 맞는 내용을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시범의 프로그램 내용 중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 필요한 내용이나 변화된 내용 을 첨가하고 연무시범에 참여할 연무단원을 선발, 조직하여 기본동작, 품새, 격파, 호신술, 겨루기 등 태권도 시범 전반에 걸친 요소들을 조화롭게 구성하여 작성하여야 한다(임일혁, 2003).

무술시범의 형태는 단독으로 하는 개인시범과 2인 이상으로 하는 단체시범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시범은 개인이 자기기술 한계 내에서 시범을 보여 주어야 하고 기술의 제약 또는 장소 및 공간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자기 과시를 하기 위해 시범을 보이는 것이고, 단체시범은 각자의 묘기와 위력을 보이며 특수기술, 호신술 경기 등을 혼합으로 보이는 종합예술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중에서 단체 시범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시범의 형태다.

기존의 무술시연은 주어진 시범시간과 시범의 범위 및 인원으로 그 구성을 설계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어진 장소에 맞게 시범을 보이는 것을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임일혁(2002)에 의하면, 장소가 협소할 때는 빠르고 힘 있는 종목을 선택하여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또한 시범내용 구성에서 관중들에게 지루함을 줄 수 있는 요소나 긴 시간적 배정은 불필요한 요소이므로 잘 생각하여 구성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최근 무술은 시범을 뛰어 넘는 총체적인 표현양식이자 전위예술로의 가치로 보고 무술의 총체성, 현장성을 무기로 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작용할 수 있는 무술의 시연을 강조하고 있다. 태권도의 경우 ‘신화’, 합기도의 허리케인시범단 등 다양한 종목에서 시나리오와 음악, 그리고 무술의 효율적인 표현양식으로 접근해 가고 있는 무술퍼포먼스(performance og martial arts)의 성격이 확대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시범에서 예술적인 공연문화로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무술의 시범을 넘어 예술적인 면모를 갖춰 무대 공연의 한 장르로 부각되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Digital) 기술의 발전에 따른 그래픽(Graphic)영상, 조명, 무대장치 그리고 음악과 사운드 이펙트(Sound effect) 등 기술을 동반한 멀티미디어의 발달이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초기의 무술시연은 관객들에게 묘기를 보여주는 것을 주요 관점으로 하였으나, 사회가 복잡해져 가고 새로운 요소를 추구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해감에 따라 스토리(Story)가 가미되었고, 상황이나 분위기 등을 묘사하는 데에 음악, 음향, 조명, 보컬(Vocal), 의상 등의 다른 외적 요소들이 공연자와 관객들의 교감 형성을 위한 매체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음악적인 요소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기존의 무술시연에서는 음악이 배경음악 형태로 머물렀었다면, 최근에는 단지 몸을 움직이는 기계적인 동작을 위해서 뿐 아니라 분위기 묘사,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 심지어 스토리를 말해주는 역할까지도 감당하고 있다.

한편, 무도의 예(藝)기능은 이미 육예(六藝), 즉 예-악-사-어-서-수(禮-樂-射-御-書-數)를 말하는데서 출발한 개념으로, 이들 여섯 가지 분야의 문화 활동은 모두 일정한 신체적 움직임, 즉 기능을 포함하고 있고, 여기에 필요한 신체적 기능을 학습하는 데는 일련의 세밀하고도 엄격한 과정과 법칙이 있다. 결국 무술퍼포먼스는 무술을 표현할 수 있는 종합예술로서의 길이다.

동양 사유의 또 하나의 특성은 이러한 본체론과 인성론의 일원론적 접근은 필수적이다. 사람은 그 감정, 사상, 기세로서 우주만물과 서로 호응시킬 수 있으며, 사람의 심신 작위의 일체 규율과 형식(예술의 일체의 규율과 형식을 포괄하여) 또한 바로 자연계의 우주 보편규율과 형식의 호응, 예를 들면 운동, 변화, 동태, 평형, 대응, 통일 또는 그 속에 있는 음양, 강유, 장단, 강약 등의 규율에 합치되는 것을 그 이상으로 생각할 때, 인간의 신체적 행위인 무술이 자연적 경지에 도달하여 예술적 경지가 되고 또 철학적 이상을 실현하는 이상적 과정으로 승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무도는 분명히 세계적 문화가 되고 있다. 동양적 문화로서 세계적이라는 말이다. 세계는 일본, 한국, 중국을 따지기 전에 무도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고 세련된 개념체계와 그것에 바탕한 각종 무도적 소프트웨어를 원하고 있다.

일찍부터 인간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발전해 왔다. 마왕퇴등 고분 자료에서 보여지는 고대사회의 건강체조, 즉 도인양생 신체문화는 후대에서 격투기술로서 발전된 무술과 통합, 또는 융합(중국의 태극권 등 소위 내가권의 발전과정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것처럼) 되면서 건강은 무술문화의 중요한 한 가치를 형성해 왔다.

이외에도 무술은 처음부터 신체를 통한 인간의 미적, 정서적 표현의 수단인 무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다. 동양 전통 무용의 원초적 전형으로 인식되고 있는 무용의 하나인 무무(武舞)는 바로 고대사회의 집단적 사냥, 전쟁 등의 문화활동에 뿌리를 둔 무용 양식이다. 이러한 신체 예술적 표현 양식으로서 무술은 검무 등 격투기술을 일정한 양식과 정서에 따라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것들은 차차 품새나 형 등의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무술의 시범이나 시연은 고대사회에서부터 무희, 무극, 또는 무술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유행(무술 시범을 통한 약장수의 활동은 중국 명대에 쓰여진 송대를 무대로 하는 수호지에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하였으며, 오늘날 무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 되고 있다. 특히 무술이 다양한 문화영역과 소비 경제 영역으로 파고 들고 있는 것은 무술인들에 의해서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적 상상력에 민감한 비 무술인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 무술인들이 반성적으로 받아 들여야만 할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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