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지도자 변해야 산다(2007.09. 월드태권도신문)

2010. 2. 3. 00:58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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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에 사는 필자는 가끔 밖에서 들리는 태권도수련생들의 기합소리를 자주 듣는다. 귀한 자식을 도장에 보낸 부모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자식이 커가는 모습에 흐뭇해 한다.

수련을 마쳤는지 땀에 흠뻑 젖은 도복을 입은채 골목을 들어서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돈다. 그들을 바로 보는 어른들의 표정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으면 그들 역시 얼굴에 무언가를 만족하는 듯 미소가 가득하다.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태권도장에서 수련한 의미보다는 생기있는 모습의 아이들의 모습만으로도 골목이 화기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보이는 모습만 바라 보았지, 그 생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그만큼 도장을 운영하든 학원을 운영하든 간에 실체를 알리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태권도장을 다녀온 자식을 놓고 수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단연 아이에 대해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학교에서는 어떠했는가? 태권도장에서는 무엇을 배웠는가? 이에 대한 평가는 아이가 들려주는 주관적인 이야기로 결정지어진다. 이렇다보니 태권도지도자들은 아이 눈치를 보며 지도하고 아이 기분을 맞추려 애쓴다. 지도자로서 이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되지만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지도자들의 심정은 더 안타까워 한다. 이러한 현실속에 우리사회가 태권도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태권도지도자들을 바로 보는 사회의 시각은 어떠한가도 생각해 본다.

필자는 20여년전 조카가 다니던 도장의 관장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1980년대 시장 2층에 도장을 운영하던 그 관장은 동네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절반이상이 다닐 정도로 학교이외의 산교육장이었다. 하나같이 관장에 대한 칭찬과 관장을 존경하는 분위기였다. 시장주변에서 ‘관장님’으로 통한 그는 동네 사람들의 말벗이 되었고 모범이 되었다. 그런 지도자에게 자식을 맡기며 바쁜 시장일에도 전념하는 모습들이었다. 그 관장이 시장골목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삶에 대한 이야기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웃음 꽃이 피었다. 거만하지도 않고 항상 겸손하며 어딘지 모르게 동네 사람들에게 위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얼마 전 이제 사회인이 된 조카들에게 그 관장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직 살아 계실까?”, “아직도 도장을 하고 계실까?”라는 말과 함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매일 올바른 생활이 무엇인지, 운동은 왜 하는지, 태권도를 하면 미래에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기억한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탕발림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스승이라고 한다. 이것이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관장은 과거 수련생들에게 많은 것을 기억하게 해 주고 있다. 하지만 요즘 태권도장의 모습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그 속에서 마케팅이라는 방법이 도입되고 도장과 도장간의 경쟁이 시장경제 논리로 치열해 지고 있다. 그 속에서 바라보는 수련생들은 치열한 경쟁을 함께 배우고 있는 듯 하다.

태권도장의 위기는 그 근원지가 태권도인들에 의해 생겨나기도 하고, 정부의 정책이나 주변환경에 의해 발생되기도 한다. 지금의 태권도장 위기론도 태권도장의 변화를 예고하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직면한 방과후 학교나 한국형 스포츠클럽, 그리고 복학체육시설과 같은 공공체육시설의 정책으로 인해 도장의 수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지역과 친밀하고 지역과 연계된 도장은 살아 남을 수 있다. 어설픈 도장들이 살아남지 못하고 수련생들을 방과후 학교나 공공시설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정말 도장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하는 곳이라면 그 위기는 쉽게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과 연계되고 지역에서 인정받는 우수한 도장이라면 당연 공공체육시설이나 방과후 학교, 그리고 스포츠클럽으로서 지원과 러브콜을 받을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미래의 도장은 여러 환경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직은 심각할 정도로 피부로 와 닿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2014년까지 진행되고 있는 공공체육시설의 확충과 현재 시행되고 있는 방과후 학교나 스포츠클럽의 정착이 이루어진다면 일선 도장들의 감소는 예측해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태권도단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뚜렷한 대책은 없는 것 같다. 겨우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 도장활성화에 있어 주된 관심사라고 단정하고 있는 프로그램개발이다. 그 중에서도 성인프로그램개발에 대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단기적 처방으로 보인다.

태권도의 성인프로그램개발이전에 중고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초등학생에서 중고등학생, 그리고 성인에 이르는 연계프로그램이 개발되지 않고서는 태권도장에서의 프로그램제공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 개발이전에 이미 제도권에서는 심사제도부터 개선해야 함은 당연한 절차일 것이다.

이미 태권도계에서 수없이 논의된 문제들중 하나일뿐이다. 현실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는 태권도단체들의 문제는 도장지도자들에게 불안감을 더 초래하게 된다. 지금 태권도장의 위기에 대해 위기라 하지 말고, 기회도 함께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위기뒤에 기회가 온다고 하지만, 위기가 있는 가운데 기회도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그 기회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의 태권도장에 대해 위기론은 지금 존재하는 도장들의 감소가 있을 것이라는 것 외에는 모두가 기회로 보인다.

방과후 학교와 스포츠클럽, 그리고 공공체육시설의 연계된 전략은 앞으로 새로운 태권도장문화를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좁게 생각하고 도장을 차리고 운영한다는 입장에서는 걸림돌이 되겠지만, 도장다운 도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식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한 도장과 비교해 부럽지 않은 도장도 한국에 들어 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도장 관장들의 의식변화와 환경에 대한 적응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의 정책들을 놓고 본다면, 앞으로 10년뒤의 태권도장 모습은 지금의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다양한 태권도프로그램이 공존하고, 지역민의 건강장소가 될 것이며, 전문화되고 특성화된 태권도장들이 살아남아 지역클러스트와 함께 지역클러스터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막대한 국고가 지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하나 태권도프로그램을 제시해 그 국고를 받아가는 단체나 지도자들은 없다. 일각에서는 눈 먼 돈이라고 까지 생각하는데도 가장 우수한 태권도상품을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태권도장이 자체 수익에만 치중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주변을 돌아보면 훌륭한 전략으로 도장운영뿐만 아니라 사회교육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다양한 정책에 눈이 떠야 하고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역할을 기획해야 한다.

수많은 태권도언론에 치중된 경기태권도의 문제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정부의 생활체육정책과 청소년정책, 그리고 교육정책에 관심을 보이고 분석해 낸다면 어느 교과서 부럽지 않은 도장경영방식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태권도장 지도자들이 단순한 운영 노하우(knowhow)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사회교육으로서 함께 할 수 있는 노웨어(knowhere)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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