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묘술

2011. 4. 18. 17:31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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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고양이의 묘술>이라는 전서의 내용으로 일본의 무도계에 전해지는 이야기다. 도가사상이 반영된 것으로 검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전서다. 여기서는 일부 필요에 의해 각색하여 정리했다.

사진은 로이터통신사의 사진을 옮겨온것임.

어느 무사집에 큰 쥐가 한마리 살고 있었다. 그 쥐는 대낮에도 당당하게 방안을 돌아다녔다. 무사는 방문을 닫고 집고양이에게 쥐를 잡으라 했다. 그러나 그 쥐는 집고양이의 얼굴에 달려들어 공격하기 일쑤였고 고양이는 겁을 먹고 도망 가버렸다. 이 방법이 먹히지 않자, 집근처에 있는 쥐잡기로 알아주는 우수한 고양이들을 모두 데려와 큰 쥐를 한방에 몰아 넣었더니 그 쥐는 한쪽 구석에서 자세를 잡고, 고양이가 오면 뛰어서 물고 할퀴며 공격했다. 이 장면이 너무나도 무시무시하게 느낀 고양이들은 모두 꼬리를 감추며 앞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무사는 화가나 자신의 목검으로 큰 쥐를 잡으려고 쫒아다녔지만 큰쥐는 무사의 손바닥에서 교묘하게 빠져 나갔다.

그 무사는 쥐가 교묘하게 빠져나가자 더욱 집중해 목검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방문이며, 병풍 등이 부서지고 찢어지는 등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큰쥐는 공중을 나르듯 빠르기가 전광석화와도 같았고, 무사가 방심이라도 하면 얼굴로 뛰어 올라 공격하는 등 대단한 기세였다.

진땀을 흘린 무사는 더이상 참을수가 없어 하인을 불러 말했다.

"모든 마을을 뒤져서라도 아주 뛰어난 고양이가 있다면 빌려 와라"

하인은 서둘러 고양이를 한마리 빌려 왔는데, 그 고양이는 영리해 보이지도 않고, 할발해 보이지도 않는 등 뛰어난 것이 찾아볼 수 없는 늙은 고양이었다.

"어찌됐든 먼저 쥐잡이를 시켜보자"

문을 조금 열고 그 고양이를 방에 넣었다.

그러자 이게 어찌된 일인가.

큰쥐가 얼어 붙어 꼼짝도 않고 있었다. 그 고양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큰쥐에게 다가가 그냥 잡아 문밖으로 나왔다.

늙은 고양이가 쥐를 잡아 나오던 밤. 고양이들이 무사의 집에 모여 그 늙은 고양이를 좌상에 모셔놓고 늙은 고양이앞에 도열해 무릎을 꿇고 앉았다.

 "우리는 쥐를 잡는데 있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며 살아왔습니다. 또 훌륭한 고양이라고 평이 나 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 쥐잡는데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쥐뿐만 아니라 족제비나 수달같은것도 단번에 잡을 수 있 있도록 발톱을 세우고 정진하는데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잡힌 쥐에게 뜻하지 않게 당했습니다. 우리들은 이전까지 이렇게 강한 쥐를 만난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어떠한 기술을 써서 그렇게 간단히 그 쥐를 잡을 수 있었습니까?"

 라고 정중히 물었다. 늙은 고양이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 있는 분들은 아직 미숙합니다. 상당히 열심히 싸웠다고 하지만, 아직 싸움에 있어 올바른 방법을 배우지 않았기때문에 생각이외의 일을 만나면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그 방법을 알려주기 전에 여러분의 수행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그러자 민첩하게 생긴 검은 고양이가 한발 앞으로 나와 말했다.

 "저는 쥐를 전문으로 잡는 집안에서 태어나 수행에 전념해 철척의 병풍을 뛰어 넘기도 하고 작은 구멍을 빠져나가거나 하면서 어린시절부터 빠르기, 가볍게 움직이기 등 배우지 않은 기술이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자는 척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불시에 기습을 한다거나 해서 대들보를 달리는 쥐라고 해도 잡는데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예상외로 강한 쥐를 만나 일생에 패배를 맛봐서 진심으로 유감스럽습니다"

 이 말을 들은 늙은 고양이는 말했다.

 ''음 그렇군요. 당신이 수행 해 온것은 형(形)이나 동작뿐입니다. 이것때문에 아직까지 무엇을 노리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옛말에는 形이나 동작을 가르치는 것은 무술의 극의를 터득 하 기위한 원리와 원칙을 알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그 形이나 동작은 간단하더라도, 그 속에는 중요한 원리가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形이나 동작에 계속 구애된다면, 이것저것 기술을 만들어 기술의 추구에만 열중하게 됩니다. 선생이나 선배의 가르침이 무언가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재능에 기대어, 결국 시합을 위한 기술이 되고, 그와 같은 기술은 어떻든 한계가 와며, 그 때에는 어떻게 하려해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돼 버립니다. 결국은 사려가 옅은 기술만을 추구하고, 자신의 재능에 기대게 됩니다. 능력은 마음(心)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지만, 원리(道)에서 벗어나 , 단지 기술 습득 구애되어 있으면, 결국은 잘못된 방향으로 향해 버리고 그와 같은 재능은 도리어 해가 되는 경우가많습니다. 내가 말하는 것을 참고로 반성해서, 이제부터 잘 생각해서 단련 하시게''

다음은 호랑이털을 가진 고양이가 앞으로 나와 질문했다.

"나는 기술이 아니라 기합을 단련했습니다. 기합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습니다. 상대를 공격하기전에 이미 이겨놓고 나서 공격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져 본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고야이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늙은 고양이는 답했다.

"당신의 기합은 기세였던것 뿐입니다. 마치 홍수때 물의 기세와 같이 어느 정도 흘러 가버리고 나면 계속되지 않고 멈춰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쇄진돼 버린 것입니다. 이것을 객기라고 합니다. 맹자는 "洪然의 氣"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다람이 없는 고갈되지 않는 기를 말합니다. 기에는 기세만 있는 객기와 맹자가 말한 정기가 있습니다. 오늘의 쥐처럼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상대에게는 객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젊을때에는 객기를 혼동하기 쉽기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세번째 고양이가 나섰다.

 "나는 마음과 거리로 승부해 왔습니다. 상대와 맞서지 않고 상대가 나오면 물러나고 물어나면 앞으로 나가면서 거리를 유지했기때문에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쥐에게는 안통했습니다"

 늙은 고양이는 다했다.

 "그렇군요. 당신이 말하는 마음은 상대와 화합하려고 하는 일념에서 생겨난 것이라 중간에 긴장이 풀어져 버리고 맙니다"

라고 말했다.

 세마리의 고양이는 늙은 고양이로부터 지적당하며 설득을 당했다. 그러자 세마리 고양이는 늙은 고양이에게 어떤 식으로 쥐를 제압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늙은 고양이는 말했다.

"나는 無心의 상태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려 했습니다. 이것이 다 입니다."

 라고 답했다.

 無心. 늙은 고양이가 가지고 있던 무기다.  이 이야기는 고양이와 쥐를 빗대어 만들어낸 것이라지만 어찌보면 무술수련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해 주는 일본인 그들의 전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이런것은 온데 간데 없고 스스로들 무너지고 있다. 아무리 道를 외치고 無를 외쳐도 환경이 어려우면 본색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금 일본은 늙은 고양이는 없고, 오로지 기법에 능란한 고양이만 가득한 나라가 됐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죽음앞에 있는 쥐에게는 효과가 없다. 평상심, 부동심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들이 외쳐오던 이 세계를 어떻게 보여줄지.

 그동안 마치 대단한 정신력을 지닌 일본처럼 비추어졌다. 그들이 주변국에 비굴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만의 생존법처럼 보이는 일들이 마구 시작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그들의 모습에 無心을 지키지 못하고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언론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만들어내는 온갖 용어들에 우리 국민들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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