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예진흥법제정, 6개월에 즈음하여

2010. 1. 21. 12:00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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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무예계, 새로운 전환기로 봐야


허건식 소마연구소장
전통무예진흥법이 제정된지 6개월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 많은 무예계와 무예인들은 혼란과 혼선에 둘러 싸여 있다.

혼란과 혼선의 주체는 무예계와 무예인들이겠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것은 어떤 무예가 인증받을것인가에 있다. 이런 분위기탓일까 여기저기 입김이 새다고 하는 사람들이 무예인들을 아우른다는 생각(?)으로 연합체를 만드는가 하면, 정치적인 이해집단들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예단체들은 어디에라도 소속되면 안심이 되는지, 너나 나나 할 것없이 가입하고 있고 그것도 불안한단체들은 여러 단체에 동시 가입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모습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체육회가 만들어질 무렵 소외되었던 무예,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만들어질때 외면되었던 무예들의 피해의식과 열등감에서 시작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시기 소외된 무예들은 체육회나 협의회가 생기는 지도 몰랐거나, 그것도 아니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볼때 외면 당한 무예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기에 가입이 안된 것이 어쩌면 더 자신감있고 미래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솔직히 대한체육회 설립당시 무도회를 따로 만들자는 제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도와 검도가 당시 정부와 경찰, 그리고 군과의 유착관계로 체육회에 가맹해 제도권 우선주의에 혜택(?)을 받았고 그들은 가입되지 못한 무예에 대해 다소 비판적이었다. 해방이후 친일세력들에 의한 일본무도가 그대로 대한민국 정부의 체육회 조직에 들어 간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당시 일본무도를 습득한 사람들의 생각은 멀리 내다 보지 못한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전통무예라고 하는 무예들이 제대로 된 수련과 정통성을 유지하며 성장했을까? 그런 무예도 몇몇은 있겠지만 대부분의 무예들은 법인을 갈망했고 정부에서 인정받으려는 온갖 몸부림을 다 해 왔다. 선거때가 되면 정치판에 얽매여 있고, 1996년 사단법인이 완화되면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법인을 설립하면서 온갖 잡탕 무예들까지 가입해 현재 300여개 이르는 무예법인의 처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법은 선(善)을 위한 것, 무예단체별 매뉴얼 작업 필요

또, 전통무예진흥법 제정이후 무예인들은 또 긴장하면서 몸부림치고 있다. 대한체육회 가맹이나 국민생활체육협의회 가입에 대한 미련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너무 다르다. 이 법은 무예를 체육이라는 범주에서 보느냐 안보느냐라는 기존 국민체육진흥법의 모호성 혹은 애매한 해석과는 달리 전통무예를 진흥하자는 법이다.

아직도 전통무예진흥법에 있는 전통무예의 정의를 놓고 학술적인 근거로 생성되는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전적 정의란 선(善)과 악(惡)이 공존한다. 그러나 법적 개념은 선(善)만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법은 결코 기존 국민체육진흥법과 같이 스포츠적 관점에서 바라본 무예를 해석하거나 무예인들을 외면하거나 소외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금 수많은 무예인들이 전통무예진흥법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기 보다는 이 법이 어떤 방향으로 지원하고 어떤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런 기회에 대박을 꿈꾸거나 특정단체의 힘을 보이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

법은 냉정한 잣대를 지니고 있다. 그런 반면에 후덕한 면도 있다. 냉정한 잣대라 함은 무예인들이 지원받는 것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후덕한 면이라함은 모든 무예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두가지의 성격을 잘 이해한다면 우리 무예인들이 한층 성숙되고, 훗날 그 가치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무예인들은 자신이 소속해 있는 무예를 어떻게 하면 한층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과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가지 제안하면 무예와 소속단체의 매뉴얼 작업이다. 매뉴얼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핸드폰을 구입할 때 함께 주는 기계적 매뉴얼을 생각해 보자. 핸드폰의 특성부터 사용방법, 그리고 기능과 고장시 나타나는 여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무예에서의 매뉴얼(manual)역시 그 무예가 지니고 있는 지침서로 설명될 수 있다. 그 무예의 정체성을 보여 줄 수 있는 지식체계뿐만 아니라 조직운영을 위한 각종 규정, 교육과정, 그리고 도장의 운영과 사회활동에 이르기까지 그 무예가 지닌 다양한 영역을 포함한 편람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매뉴얼을 갖춘 무예단체는 극히 드물다.대부분 무예와 관련된 책을 발간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러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무예서들은 대부분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수련생들로 하여금 애매모호한 기술만 나열하는 식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협회를 이끌어 나가고 무예를 지도하며 도장을 관리할 수 있겠는가. 무예도장이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외치기만 하면 뭐하겠는가. 과거에 도장만 보내 놓고 뒷짐을 지는 학부모들이 아니다. 지도사범이 지도하는 것만 배우려는 수련생들도 아니다. 수많은 미디어 매체가 노출된 지금 시대에 수련생들은 자신이 어떤 무예를 수련하고 있는지에 더 잘 알 수 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무예단체와 무예인들은 무예매뉴얼을 만들어야 가야 한다. 매뉴얼이 제대로 갖추어진다면 그 무예는 앞으로 빠른 성장과 더불어 체계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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