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잘못된 그림. 그리고 그 의미

2022. 11. 26. 08:25Report/Research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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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씨름 그림이 이상하는 앞쪽 구경꾼의 손이 좌우로 바뀌었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최고의 화가가 잘못 그렸을리는 없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이광표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글이 재밌다.

"씨름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의 판세는 이제 결정적인 순간으로 접어들었다. 오주석의 설명에 따르면 이 씨름은 시작된 지 오래됐고 그것도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림 위 오른쪽에서 턱을 괴고 누워 있는 구경꾼이 이를 암시한다. 저 구경꾼이 턱을 괴고 누워 불량한 태도로 씨름을 구경할 정도로 이 씨름은 오랫동안 느슨하게 전개된 것이다. 그렇게 한없이 지루할 것 같은 씨름판이었는데 갑자기 기술이 걸렸고, 순식간에 승패의 갈림길로 돌입했다. 그렇다 보니 구경꾼들은 깜짝 놀랐고, 너무 놀라다 보니 좌우 손이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순간은 이 씨름에서 가장 결정적인 찰나다. 그렇다면 그 순간은 이 그림에서도 핵심이 아닐 수 없다. 김홍도는 이 같은 순간을 그림의 포인트로 삼고자 했을 것이다. 그 결정적 순간을 구경꾼의 몸동작 특히 ‘손의 뒤바뀜’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것은 김홍도의 예술적 영감이자 예술적 깨달음이다. 다시 말하면, 두 손의 뒤바뀜은 김홍도의 예술적 깨달음의 상징적 낭만적 표현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이광표. 명작의 비밀, 신동아 2022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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