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생활무술을 갈망한다

2010. 1. 11. 03:01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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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생활무술프로그램 절대적으로 필요

지난해 3월 뉴스전문채널인 YTN에서 1년간 제작해 5부작으로 방영했던 한·중·일 무술다큐멘타리인 '생활속의 무술'은 지금 전세계 무술의 분위기를 예측이라도 한듯 당시 경기화에 치중돼 있던 한국 무술계에게 신선함을 던졌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새로운 운동체계로서 동양 무술의 가능성을 모색하였다는점에서 무술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도 연구방향의 큰 전환점을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90년대초 미국에서 가장 인기리에 보급된 무술은 단연 태권도다. 그 뒤를 중국의 태극권이 바짝 다가선 모습으로 당시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물들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말부터 시작돼 시드니 올림픽이이후 태권도수련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경우 태권도의 인기가 급증할 것이라는 국내 태권도인들의 상상을 벗어난 현상이 돌출했다.

태권도가 온 힘을 들여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하려 하던 시기에 태극권은 전세계 '웰빙'이라는 분위기를 타고 급성장한 것이다. 심지어 요가 수련인구도 급증하는 등 세계는 지금 스포츠화된 무술이 아닌 건강을 위한 생활무술의 시대로 접어 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무술학계에서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무술이 경기화가 이루어진 시대적 현상에 대해 동양문화와 서양문화의 만남이라고 해석하지만, 실제 경기화를 이룬 유도나 태권도의 경우는 이미 스포츠로 정의할 수 밖에 없는 경기적 특성이 지배해 버렸다.

무술의 경기화가 세계화를 이룬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서구인들은 그 경기화를 계기로 새로운 운동체계인 무술의 수련체계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과연 이러한 현상은 무술의 무엇 때문일까?

무술은 실제적 전투기술의 특성뿐만 아니라,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생활체계와 의료적인 요인까지 내포한 시대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서구문화의 유입을 통해 접목된 경기화가까지 서구 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 윤리 및 도덕적인 생활체계와 의료적인 요인은 서구인들에게 상당히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인간이 지닌 잠재력을 끊임없이 찾아가고, 스스로를 찾아가려는 도(道)적 수련체계와 기(氣)를 중심으로 양생(養生)을 추구하는 수련체계는 이미 서구인들이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이미 태극권은 의료적인 수단으로 국제적인 치료와 예방관련 자격증이 발급되고 있고, 많은 서구 병원에서 대체의료적인 운동으로 요가나 태극권을 권하는 추세가 되었다.
이런 분위기탓일까? 국내에서도 서울의 상류층이 산다는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태극권과 요가, 단전호흡의 열풍은 기존 기계적인 서구피트니스센터의 인구를 능가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스포츠센터에서도 동양적인 운동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지도자들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도자를 배출하는 관련 대학 학과나 협회 마저도 이런 현상에 대해 대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종격투기의 인기 때문일까? 서구와는 달리 아직도 국내 무술단체들은 실전적인 무술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화에 치중하다보니 실전성이 미흡했던 이유 때문일까? 무술과 같은 운동체계가 우리에게는 서구인들에 비해 신선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생활자체라는 이유 때문일까?
이외에도 무술본질의 교육이 아닌 다른 체육활동, 경기 등에 치중하는 모습도 있다. 태권도의 예를 들어보자. 이미 태권도는 도장교육이 학교체육대안프로그램으로 치중되어 있다. 아무래도 어린 수련생들에게 학교체육을 적응하는데 학부모들이 큰 관심을 보인 탓일 것이다. 이것은 일선 도장 지도자들이 충분한 교육적 소재를 발견하지 못하고 관원생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변형된 태권도 도장의 모습을 보인 사례다. 태권를 수련하는 시간은 대략 50분중 20분도 채 안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검도의 경우도 90년대 수련인구가 급증했으나, 최근 들어 감소하는 추세로 조사되고 있다. 수련층이 90년대 확보되다 보니 유단자는 늘었을지 모르나, 실제 과거와 달리 검도장을 운영하는 관장들은 도장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검도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수많은 경기에 참여한다는데 있다. 대부분 주말에 열리는 생활체육관련대회를 비롯해 사회인 검도대회 등 수련생들 대부분이 주말에는 경기에 참여하는 묘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지도자들도 심판활동에 치중하다보니 무엇 때문에 검도를 지도하고 수련하는지 모를정도로 생활체육의 도장검도가 경기검도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예를들어 시, 도, 군, 구 대회가 매년 2회, 전국사회인대회가 1회, 그리고 각 도장별로 하는 대회 등을 합치면 거의 10회가 넘는 생활체육대회가 있다.

유도는 이미 생활체육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종목이 되었다. 동양무술중 가장 먼저 올림픽 정식정목으로 채택되고, 서구인들에게 이미 19세기말에 보급되기 시작한 종목인데도 국내 수련층은 대부분은 선수육성을 하고 있는 학교팀과 실업팀이 전부다. 우리 주변에 유도도장을 찾기 힘든 이유도 도장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지도자들이 도장개관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모대학의 유도학과 졸업생들의 진로를 보더라도 도장을 개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경기화된 무술이 우리 생활속에서 홀대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국내 체육행정에 았어 오로지 엘리트 체육 육성이라는 큰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심지어 생활체육을 육성한다는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역시 생활체육의 성격이라고는 하지만 기존 엘리트스포츠경기와 차별화된 특성을 찾을 수 없다.

엘리트스포츠경기나 생활체육스포츠경기나 종목도 같고, 대회경기규칙도 동일해 경기대상자들만 다르지 특별한 차이는 없다.
일본의 경우는 생활체육프로그램의 대부분을 ‘뉴스포츠’라는 개념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축구를 변형한 풋살, 골프와 당구를 결합한 게이트볼, 야구를 변형한 티볼, 검도를 변형한 스포츠찬바라, 게이트볼과 골프를 변형한 파크골프 등과 같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형태의 스포츠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도 무술만큼은 스포츠찬바라를 빼고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종격투기를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하고, 생활속의 무술이기보다는 ‘강한 무술’이라는 섬나라 사람들의 열등감을 한데 모은 듯한 K-1, 프라이드 경기 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중국은 우리나라의 80년대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올림픽종목으로 ‘우슈’의 표연경기를 채택시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고, 소림사를 무술의 근원지 홍보 하는 등 강한 중국무술을 표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일본과 중국의 모습과는 달리 이미 우리나라는 태권도라는 종목을 전세계에 알려 왔고, 경기화에 성공했다. 또한 많은 합기도와 같은 유사종목들이 전세계에 보급돼 강한 한국의 무술을 알려 왔다. 하지만 지금 전세계는 생활무술을 갈망하고 있다.

총기와 화약의 등장이 강한 무술을 제압했듯이 이제 무술은 생활무술인 ‘건강’무술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신생무술단체들의 무술이 수련생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무술’이라는데 있다. 전통무술들이 너무 지나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을 강조하다보니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무술을 찾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수련에 대한 깊이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생활속의 무술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술로 접근되어야 한다. 이것이 많은 수련층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그 수련생들이 쉽게 다가 섰다면, 깊은 무술의 수련세계도 보여 주어야 한다. 요즘 요가가 붐이다. 요가는 몇 년 전만해도 상당히 어려운 운동으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졌었다. 그렇다보니 수련생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쉬운 프로그램이 개발돼 엄청난 수련인구를 확보했고, 요가에 매료된 많은 수련생들은 그 깊이를 찾는 단계에 이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5년 무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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