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드라마

2010. 11. 22. 10:16Report/Martial Arts

728x90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왕기춘은 은메달이지만 금메달이상의 여유를 가지고 있다. 우측 아키모토는 금메달이지만 웬지..왕선수에게는 진정한 승자라는 기운이 돈다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의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언론은 30%만 믿으라”는 충고아닌 충고의 말도 있지만, 일단 그 드라마는 기자들이 쓰고 독자들에게, 다시 입소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때만 휴먼스토리를 쓰는 기자들이 아쉽기는 하지만...


아침 출근 길에 사이클 여자도로독주에서 금메달을 딴 이민혜선수(서울시청)의 이야기를 읽고 감동을 받았다.


이민혜선수는 갑상샘 암을 앓으면서 선수생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이번에 값진 금메달을 땄다. 가정사야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라 생략하기로 하고, 일단 이민혜는 가족을 사랑한다는 말로 자신이 사이클의 페달을 밟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로 기사는 채웠다.


임신 7개월인 사격의 김윤미 선수는 자신의 뱃속 아이가 놀랄까봐 공기권총으로 종목을 변경해 2개의 금메달을 땄다. 우리는 “하나는 김윤미선수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아이 것”이라고 농담과 “뱃속의 아이가 욕심이 많구나” 하며 웃기도 했다. 또, 사격의 김학만선수는 세쌍둥이의 생일날 금메달을 따 아빠로서 어깨가 으쓱거려지는 날이었다. 


박태환선수는 3관왕이라는 기록으로 다소 여유가 있어 보였다.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육상과 수영은 왜 이리 메달이 많냐”는 비판을 자주했다. “서양놈들 유리한 것은 종별과 메달수부터 다르다”고 불만을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박태환의 3관왕을 보니 그런 말을 꺼내지도 않는 것을 보면 나도 참 간사하다.


“이것이 페어플레이다”. “이것이 무도정신이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의 유도간판스타인 왕기춘의 결승전이다. 일본의 아키모토 히로유키와 결승에서 만난 왕기춘은 우세한 경기를 진행했으나 심판들의 냉정함을 경험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아키모토의 아픈 발을 공격하지 않았다.


"아키모토가 발목을 다친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부상 부위를 노리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원래 스포츠는 상대의 이런 약점을 가만 두지 않는다. 오로지 결과를 중시하는 특성상 약점이 있다면 과감히 공격해야 한다. 그러나 왕기춘은 그러지 않았다. 비겁한 금메달을 싫다는 것이다. 그에게 유도는 스포츠이전에 무도라는 인식이 더 크게 차지하고 있다. 오로지 승리를 위해 지저분한 경기와 도핑, 그리고 온갖 변칙기술이 난무하는 스포츠현장에서 왕기춘선수와 같은 마음이 나올 수 있는데는 그가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다.


국가대표선수들의 경기기술은 백지장 한 장 차이라고 했다. 나머지는 정신력이라고 늘 말하곤 한다. 광저우의 금메달은 아키모토에게 걸려 있지만, 살아있는 금메달은 이미 왕기춘의 가슴과 전세계 유도인, 그리고 무도계는 알고 있다. 아키모토는 금메달을 목에 걸어 스타가 되었다면, 왕기춘은 스타를 뛰어넘어 영웅이 된 것이다.


스포츠드라마. 보는 사람은 몇 초에서 몇 분이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수년에서 수십년동안 땀을 흘리고, 생사를 넘나 드는 고통을 경험한 선수들이다. 중계방송을 통해 선수들의 화려한 모습만 보이지만, 그 훈련과정을 보면 눈으로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힘든과정의 연속이다.


기자들은 결과만을 놓고 드라마를 쓴다. 하지만 이제부터 직접 그들에게 접근해 그들과 생활하면서 드라마를 썼으면 한다. 경기장 스탠드에서 경기관계자가 읽어주는 보도자료만 의지하지 말고, 해당 스포츠, 그 속의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삶이 어떠한지 함께 경험해야 한다.

728x90
반응형

'Report > Martial Ar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쿠베르탱은 무술인이었다?  (0) 2010.11.27
차력이란?  (0) 2010.11.23
최초의 여성 마상무예인은?  (0) 2010.11.21
참선하는 레슬링 국가대표선수들  (0) 2010.11.21
도장깨기  (0) 2010.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