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음주가무, 그들만의 문화일 수 있다

2010. 3. 15. 17:52Report/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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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공간, 그리고 달리는 버스, 그 속에서 우리네 여인들은 광기가 발동한 것처럼 춤을 추어댄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를 잘 아는 관광버스 기사와 사업관계자들은 이들을 위한 음악과 조명을 제공하기도 한다.

관광버스내에서 음주, 가무행위를 하다 적발된 경우에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운전자는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위법이지만 이미 관광버스의 이런 문화는 우리 사회에 깊이 들어 서 있다.

관광버스 춤도 나왔다. 버스안의 풍경이 된 관광버스에서의 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폐쇄된 문화에서 만들어진 그들만이 만들어낸 또다른 문화일 수 있다. 서양의 무도회와 같이 오픈된 춤 문화가 아닌 우리는 지하실문화가 되어버린 춤의 세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 남을 의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삶이 폐쇄된 공간과 어두운 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풀어가는 유일한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일 수 있다.

산업사회와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핵가족화로 인한 인간애가 줄어드는 지금 우리사회에서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람과의 친분을 위한 방법으로 스포츠활동, 여가활동을 강조하지만, 실상 그 활동들은 특정계층과 특정인들에 국한된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하다보니 일에 치이고 얽매인 삶속에서 어느 한순간 자유를 만끽하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관광버스는 작지만 그들만의 큰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환경이 7080이 즐기는 음악주점이 있고, 성인나이트클럽이 있으며, 콜라텍이 있다.

원래 우리나라 근대화시기에 무도회라는 문화는 서양문화가 들어 온 시기에 함께 유입됐다. 바로 서울 종로에 있는 단성사가 과거 무도회관이었다. 요즘으로 따지면 예식장같이 파티장소같기도 했고, 춤도 추고 술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또, 이 곳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도 하는 소규모 체육관같은 역할도 했다.

그러나 해방이후 한 중진 국회의원 아내가 바람이 났다. 상대 남자를 관계기관에서 잡아 보니, 머리는 기름을 발라 넘긴 모습이 마치 제비머리같다고 해 이때부터 춤선생을 ‘제비’로 부르게 됐다. 이 사건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었고, 이를 본 관계자들이 대거 단속에 나서며 춤추는 문화는 지하로, 지하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다, 1980년대 전두환정권이 들어서면서 3S정책을 편다. 군사쿠테타라는 국민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마련된 3S정책은 스포츠, 섹스, 스크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스포츠에서는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프로야구를 만들고, 섹스에서는 이와 관련된 술집, 나이트클럽, 기타 유흥주점과 관련 된 법규제를 풀어주고, 스크린에서는 성인영화인 애마부인 시리즈같은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이런 와중에도 바쁘게만 살아 가던 우리 국민들은 정책과 혼동되어 해방이후 삶을 살아갔다. 이런 와중에 70년대 통기타문화와 80년대 대중문화세대들이 40 중년을 맞이하고, 이들이 놀던 문화가 그대로 지금의 성인문화로 이어졌다.

중국을 방문해도, 조선족의 문화를 보더라도 식사를 하고 난뒤 바로 그 자리에서 춤을 추며 여흥을 즐기는 모습은 과거 강강수월래 같은 문화가 이어지는 듯 하다. 이런 함께 흥겨워 춤을 추는 문화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우리는 그것이 사라지고 관광버스와 지하실에서 춤을 추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관광버스춤은 지금 우리사회에서 볼 수 있는 여가문화일 수 있다. 단지 교통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실제 대형사고의 사례가 있었던 만큼 불법이기는 하나,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이 없는 이상 관광버스에서의 춤은 더욱 지속될 것이다. 버스를 단속하기 전에 이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과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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