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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Life/人2011.10.20 16:07

LPGA 투어 KIA클래식에 출전한 박성민양이 세계 최고의 골퍼를 꿈꾸며 어프로치샷을 하고 있다. [어바인=신현식 미주 중앙일보 기자]
깊은 밤 공동묘지를 헤매 다닌 운동선수는 박세리(33)가 처음은 아니었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한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낸 서향순(43)씨도 현역 시절 달밤 공동묘지 순례로 담력을 키웠다. 17세에 올림픽 금메달을 딴 ‘소녀 신궁’ 서향순 씨는 26년이 지난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어바인에서 세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 그가 금메달을 딴 경기장인 LA 롱비치 엘도라도 파크에서 ‘서향순 양궁 클럽’을 운영 중이다. 남편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유도 86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박경호씨다. 슬하엔 세 아이가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금메달을 땄던 덕분인지 이 지역에서 서씨에 대한 예우는 각별하다. 서씨는 중·고생 40명 정도를 가르치는데 그중엔 명문대인 컬럼비아 대학에 다니면서도 미국 내에서 양궁 랭킹 1위를 한 학생도 있다. 서씨의 활 솜씨는 여전하다. 서씨는 23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허리 디스크 때문에 조금 쉬려고 해도 학생들이 다른 사람에겐 배우지 않으려고 해서 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서씨와 박씨는 태릉선수촌에서 처음 만나 8년 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다. 금메달 커플인 박경호-서향순씨 부부는 승부에 대한 강한 근성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했다. 금메달리스트 부부의 세 아이들은 모두 운동을 한다. 첫째인 박성민(19)양은 2008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핑피닉스 대회에서 우승하고, 롤렉스 챔피언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다. 현재 오클라호마주립대 1학년으로 26일(한국시간) 시작된 LPGA 투어 KIA 클래식에 초청선수로 출전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 둘째인 아들 성대(16)군은 어바인의 노스우드 고교 야구팀에서 투수로 뛰면서 연일 강속구를 뿜어내고 있다. 늦둥이 성윤(6)양도 골프를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재능이 보인다고 한다.


서향순씨 가족이 집에 설치된 양궁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경호씨, 서향순씨, 박성민양과 박성대군. [성호준 기자]

활을 잡았을 때 마녀처럼 냉정했던 서씨지만 자식에게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서씨는 “내가 직접 하라면 뭐라도 하겠지만 성민이가 우승이 걸린 버디 퍼팅을 할 때는 가슴이 뛰어 쳐다보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성민이가 아주 조그만 시합에서 우승했는데 내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것만큼이나 기쁜 거 있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친정 엄마 생각이 나더군요. ‘내가 금메달을 땄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하고 말이죠. 그래서 친정 엄마께 전화를 했더니 ‘너도 내게 큰 즐거움을 줬다’면서 펑펑 우시는 거예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양궁과 골프 공통점은 바람과의 싸움

“하루는 미식축구를 하는 학생이 저를 찾아오더니 ‘양궁은 힘들지는 않지만 아주 어려운 운동’이라고 하데요. 제 생각엔 양궁이 아주 예민한 운동이지만 그래도 골프에 비하면 쉬운 것 같아요. 골프는 바람은 물론 거리·잔디결·땅의 굳기·고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니 말이에요.”

골프와 양궁의 공통점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서씨가 양궁을 잘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람을 매우 잘 읽어서다. “바람이 흘러가는 모습이 때론 눈에 그려지기도 해요. 성민이에게 어느 지점으로 오조준해서 치라고 하면 목표지점에 정확히 떨어질 때가 많아요. 그래도 바람 보는 것만으로 골프를 잘할 수는 없는 거니까….”

골프와 양궁의 비슷한 점은 또 있다. “골프를 할 때 헤드업이 가장 나쁜 습관이잖아요. 양궁도 비슷해요. 목표를 보고 활을 쏴야 하는데 만약 날아가는 활을 더 잘 보려고 고개를 살짝 돌리면 결과를 그르치게 돼요.”

서향순씨의 남편 박경호씨는 키가 1m87cm나 되는 거구다. 서향순씨의 키는 1m72cm.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크다. 성민양의 키는 1m78cm, 성대군은 1m94cm다.

한국에서 경호학과 교수로 근무했던 박씨는 요즘은 골프 대디로 변신, 성민이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박씨는 아이들을 변형된 스파르타식 트레이닝식, 이른바 한국식으로 가르치고 있다. 박씨는 “요즘 아이들은 아무래도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 미국식으로 경기를 즐기는 건 좋은데 너무 즐기기만 하니까 운동이 제대로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당당한 몸매와 날카로운 눈빛에서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런 엄한 아버지와 미국식으로 생각하는 아이들 사이에 가끔 갈등도 있다.

그러나 아들 성대군은 여전히 아버지를 어려워하고 존경한다. 태권도장에서 덩치 큰 미국인들을 모두 한판으로 넘겨버린 아버지를 보고 경외심을 가지게 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둘째 이유는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헌신적으로 대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딸 성민양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아버지”라고 털어놓았다. 어머니 서향순씨가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운동을 했고, 어떻게 아이들을 낳아 키웠는지를 여러 차례 설명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둘째 성대에게 “너처럼 잘 먹었다면 아버지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는 땄겠다”고 핀잔을 주곤 한다.

여자선수는 남자 만나면 안 돼요

무서운 아버지 사이에서 아이들 편을 들어주는 것이 서씨의 역할이다. 서씨는 고 3때부터 태릉 선수촌에서 박씨와 사귀었다. 대한민국 여성 가운데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던 그는 요즘의 김연아 못지않은 대스타였다. 그렇지만 서씨는 8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다. 당시 박씨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기에 둘의 결혼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독한 서향순이기에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박씨와 금실이 남다르다. 그러나 아이들의 이성교제만큼은 용납하지 않는다.

“아이 아버지가 나를 만난 이후 운동을 열심히 해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운동 선수로 성공하려면 잡념을 떨쳐버려야 해요. 특히 여자 선수는 남자를 만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나는 어려서 연애를 했으면서 아이들에게 못하게 하는 게 옳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정상을 밟아본 뒤의 일이고 아이들은 아직 아니니까 분명히 다르지요. 일단 운동선수가 됐다면 정상에 오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금메달리스트 부모님 때문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성민양은 “부모님만큼은 해야 한다는 주위의 기대가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4년 부모와 함께 어바인으로 이주한 뒤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던 성민양은 타고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미국 무대에서 기대주로 자라났다. 서씨는 “성민이가 운동을 마치고 새벽 2~3시까지 공부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나는 학창 시절 운동을 하느라 학업을 게을리 했는데 내 아들과 딸은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민은 KIA 클래식에서 일단 컷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가 일품이다. 평균 드라이브샷이 270야드를 넘나든다. 그렇지만 구력이 짧고, 쇼트게임이 여전히 약한 편이다. 그러나 서향순씨는 길게 본다.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선 급박한 순간 피를 말리는 긴장을 이겨내야 합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우리 집안의 가풍이니 우리 애들도 반드시 정상에 오를 거라고 믿습니다.”

어바인=성호준 기자

원문보기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4079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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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MACI soma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