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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1 도장깨기
Report/Martial Arts2010.11.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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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엽문'의 도장깨기 장면


간혹 중국영화를 보면 스승의 복수를 위해 남의 도장에 가 대련하는 모습이 나온다. 심지어 도장 간판을 떼어 가져오는 일도 있다. 또 영화 바람의 파이터를 보면 최배달이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겨루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것들을 일명  '도장깨기'라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해방이후 도장이 생기면서 역시 누가 강하냐를 놓고 도장깨기를 하러 다녔다고 한다. 1960년보다 1970년대가 유독 많았다고 당시 도장을 다닌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해외로 진출한 사범들 역시 도장깨기는 넘어야 할 산이었다. 기득권 무술로 10여년 빨리 정착되어 있던 가라테나 쿵푸도장들 속에 코리안 가라테나 태권도라는 이름으로 도장을 열면 당연 겨루기신청이 들어올 수 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인사범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도장을 지켰다. 기술의 차이에 따른 경기방법을 제시하기도 했고, 운이 좋아 샌드백을 차니 샌드백이 떨어져 고비를 넘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도장깨기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밥벌이를 위한 도장지키기에 치중하다보니 당연히 주변에 도장이 들어서면 귀찮은 존재였을 것이다. 관원의 확보를 위해 '센 도장'이라는 인식이 필요했을 것이고, 사이비가 아닌 정말 실력있는 도장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1977년 동아일보에는 "서울의 모도장에서는 날씨가 추워지자 난로를 피워놓았고 수련을 쌓는다는 수련생은 도복안에 내복까지 끼워 입었다. 또 모도장은 훈련도중 거리낌없이 담배를 꼬나문 수련생이 있는가 하면 피로하다고 두다리 뻗고 앉아 쉬는 모습도 보였다."라고 하여 당시의 도장 수련생들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당시에도 78개의 각종 무술단체로 사분오열, 서로 상대방을 사이비라고 헐뜯는 한심한 상태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TV에 출연하여 묘기를 선보이는 태권도나 합기도 사범이 쇼같다는 공허함도 느끼게 한다고 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조금 큰 규모의 운동겨기가 벌어지면 경기장에 30-40명의 정복경찰관이 배치되기도 했다고 한다. 걸핏하면 일어나는 선수들끼리, 또는 응원단사이의 싸움이나 판정에 불만을 품은 선수와 감독이 심판에게 퍼붓는 폭행을 막기 위해서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무술역시 교육이고 뭐고 없이 오로지 승부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아닌 목표가 되던 시대다.
 
하지만 도장깨기의 특성은 몇가지 있다.

첫째는 무술이 기술별로 세분화되면서 나타나는 신생무술들의 검증단계다. 시간적으로 무술의 도장이 생겨난 초기에, 그리고 보급초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둘째는 도장깨기가 빈번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다. 도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 도장을 중심으로 집단의 응집력이 강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강한 도장에 다닌다는 인식이 필요했다.

셋째는 먹고살기 위한 방법으로 도장간의 경쟁력때문이다.

넷째는 개인이 어느정도 강한가를 검증하기 위해 여기저기 도장을 다니며 겨뤄보는 것으로 강한 무술인이 되고픈 순박(?)한 생각에서다.

이러한 도장깨기는 지금도 있을까?
방법이야 다르지만 지금도 존재한다. 일명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해 살아 남아 있다. 무술의 실력을 견준다기 보다는 주변에 도장이 있으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일명 샌드위치 도장(自도장-他도장-自도장 또는 동문도장)을 운영하는 방식이라든가, 수련비를 할인하는 경우, 각종 이벤트를 위해 초등학교 정문에서 선전물품을 나눠 주는 경우 등으로 일명 도장마케팅이라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또, 각종 경기에 출전해 입상을 내세워 도장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금 도장들의 수련생분포는 대부분 어린 수련생이다. 이러한 이유때문인지 과거와 달리 도장깨기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각종 대학들이 참가하는 대학연맹들의 경기는 도장깨기와 유사한 대학깨기같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스포츠인 이상 과거의 분위기는 아니다.

도장깨기. 어찌보면 비신사적인 것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이것이 없다보니 여기저기 묘한 도장들이 생겨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도 해 본다. 도장깨기를 구지 나쁜 것으로만 여긴다기 보다는 무술의 한 문화로 인식해 보는 것은 어떨지.

아마도 수련생 마음속에 이미 도장깨기가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수련생들이 내색은 안하지만 어디는 어떻고, 어디는 어떠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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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MACI soma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