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의미로서의 무도

2010. 1. 1. 12:15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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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에 관련한 논의들은 주로 전통성에 대한 협애한 집착과 무도의 과학화에 대한 맹목적 집착에 의해서 주도되고 지배되어져 왔다. 이러한 전통성에 대한 집착과 과학화 위주의 연구는 우리 무도계에 말도 되지 않는 조잡한 수준의 이론이나 또는 자기파괴적인 이론의 두 극단을 생산해 내었을 뿐 무도의 발전을 위해 먼저 선행되어야 할 무도의 개념정립에 대한 논의를 거의 생산하지 못하였다. 무도의 개념 규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함에 있어 먼저 우리는 편협한 전통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한국적인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전통이라는 분야에서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현재 수련되고 있는 무도종목의 절대 다수가 일본과 중국에 뿌리를 둔 것들이란 사실에서 오는 다급한 콤플렉스에의 반작용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전통의 조작이나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나 과장해석을 통한 땜질식 처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외래 무술의 한국화 과정에 대한 차분한 반성과 모색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며 사실 그렇게 심각하게 콤프렉스를 느낄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된다.
미국, 영국, 독일에서 온 스포츠들은 아무 소리도 없이 하면서 일본, 중국에서 온 무술, 무도는 왜 그렇게 한국적이어야 만 하는가? 지금까지 우리 무도계가 무도의 본질적 가치에 의해서 이 사회에서 인정 받아온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라는 구실로 그 존재 가치를 행세하고 또 연명을 구걸해 온 것은 아니었는지 한번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韓의학이 中의학과 일본의학간에 이처럼 예민한 전통성 논쟁이 있는지, 그리고 한, 중, 일 삼국간에 회화와 기타 예술 분야에 사정은 어떠한지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무도의 연구에 있어서 동양내의 국가간의 문화적 비교나 무술 유형별 비교론에 너무 사로잡혀 있는데서 벗어나 동양의 무술, 무도에 대한 보편적 이해의 기초를 확보하는 작업을 먼저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무술에 대한 보편적 이해의 기초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비교론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제대로 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아직까지 한, 중, 일의 어디에서건 무술, 무도를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과 이론체계가 확립된 곳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은 분명히 역사적으로 무술문화가 풍부하고 또 그 사료들이 많이 남아 있으며 사회적으로 비교적 중시되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전통의 풍부성 때문에 자신들의 문화적 틀을 뛰어넘는 종합과 확장은 사실 힘들다. 이런 점에서 우리 무도계가 역설적으로 이러한 종합과 확장의 작업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많은 것이다.
이제 무도는 분명히 세계적 문화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동양적 문화로서 세계적이다. 세계는 일본의 무도, 한국의 무도, 중국의 무도를 따지기 전에 무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깊이 있고 세련된 개념체계와 그것에 바탕한 각종 무도적 소프트웨어를 원할 뿐이다. 이러한 무도의 세계적 전망에 바탕하여 무도에 대한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설명의 틀과 무도 자체의 개념에 새로운 규정을 우리가 먼저 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것과 같은 서양 체육학의 언어에 의존하는 무도의 과학화는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한 방향으로의 과학화는 무도의 본원적 가치를 상실케 할 뿐 만 아니라 무도에 관한 지적 소유권과 권위를 모두 읽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오히려 서구 체육학의 세계관에 대항할 수 있는 동양체육관으로 무도의 개념을 확대 규정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이제 일본의 무도, 중국의 무술, 한국의 무예 등과 같은 협애한 전통논리에 벗어나서 동양의 무술, 무도의 보편적 가치를 통합하여 세계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 작업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 먼저 우리는 우리 것, 또는 한국적이란 특수성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동양적이란 보편성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발전한 개념이건 중국에서 발전한 개념이건 그것이 동양적 세계관을 포괄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활용하여 무도에 관한 보편개념과 일반이론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우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풍부한 언어와 이론을 가지고 있다고 할 지라도 어느 한 편의 것만으로는 오늘날의 요구에 맞는 통합적 설명체계를 이루기에는 턱없이 빈약한 형편이라는 현실을 인식할 때, 만약 우리가 국가와 협애한 문화권의 울을 뛰어 넘어 통합 작업을 통한 동양무도에 관한 새로운 이론체계의 확립을 할 수 있다면 그 성취의 의미는 실로 대단한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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