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골목문화를 돌려주자

2010. 1. 1. 12:51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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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골목, 방문화가 돼 버린 아이들의 놀이문화


관악구에 소재한 모래내어린이공원(출처=관악구청)

'숨바꼭질, 비석치기, 얼음 땡, 말타기, 딱지치기, 팽이 치기, 닭싸움, 잣치기…' 어린시절 친구들과 동네 골목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던 놀이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어린 시절 놀이 문화는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런 문화를 살려보려는 것일까. 최근 서울의 동네 곳곳에는 놀이터 공사가 한창이다. 최근 놀이터들은 과거 흉물스럽고 다소 군대훈련용 같던 놀이기구에서 '상상 어린이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개장되고 있다. 바닥도 모래였던 것이 안전한 ‘폐타이어 보도블럭’이나 인조잔디로 바뀌었고, 규모는 작지만 테마공원같이 꾸며 놓았다. 이런 놀이터는 서울의 비좁은 골목과 늘어난 차량들로 인해 아이들의 유일한 놀이공간이 되고 있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골목에 비하면 조작적인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사회성은 제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언제부턴가 우리 아이들의 놀이공간뿐만 아니라 놀이문화도 변했다. 과거 동네마다 골목에는 많은 놀이와 함께 아이들의 웃는 소리와 싸우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지금 골목은 집집마다 세워놓은 차들 때문에 그 소리는 없어진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아이들은 방으로 그 놀이를 옮겨 갔고, PC게임이 주를 이루게 되어 버렸다. 또 아이들의 놀이는 골목문화에서 방문화로 변해 버렸다.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어른들이 이들의 공간을 차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아무리 놀이터를 만들어도 아이들은 그 공간을 버린 채 그들만의 방으로 돌아간다. 여기에 현대사회가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 간의 대화가 사라졌고, 아이들에게는 인터넷과 PC게임이 더욱 친숙해져 버렸다.


어른들의 개입이 전부는 아닌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들만이 느끼고 배워가는 학습공간이 잃어져 버렸다. 이를 불쌍하게 여기기라도 하듯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는 민속스포츠, 전통스포츠를 운운하며 학년별로 새로운 교과과정을 나열해 놓았다. 학교체육에서나마 아이들을 배려해 보겠다는 다분히 어른들의 또 다른 간섭이 시작된 것이다. 이는 놀이를 잘 모르는 어른들이 그들만의 생각으로 교육과정에 형식적인 나열을 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놀이는 아이와 어른 모두 자발성, 창조성,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학습과 인지 이상으로 필요한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술래를 통해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작은 사회를 체험하며 사회성을 배우는 등 자연스럽게 사회를 습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학습의 공간인 골목이 사라진 뒤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조작적인 놀이터로 몰렸다. 하지만 그 공간마저도 비행청소년이나 노숙자들이 독차지 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의 창의력보다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그럴싸한 상상의 놀이터라는 점이다. 조작된 놀이기구에서 제한된 상상력을 발휘하라는 거다. 아이들에게는 그들만의 공간을 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많은 학자들은 놀이를 통한 교육은 인성발달뿐 아니라 공동체를 경험 할 수 있고 자발성, 창의성, 사회성을 줄 수 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골목문화와 놀이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자아성취감을 통한 자존감마저 잃고 있다. 한창 뛰어 놀며 놀이 속에서 경험해야 할 소중한 시기인데도 그들의 권리는 찾지 못 하고 성장하고 있다.


도장이 아이들의 골목문화를 찾아 줄 때

현대사회는 ‘지식・경제사회’라고 한다. 이 지식의 우위는 창의력으로 평가되고, 창의력의 원천은 자발성에 있다. 현재 창의력의 기준은 바로 여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지식경쟁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근본이 되는 올바른 여가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사회성 학습의 환경부재다. 골목문화가 사라진 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마저도 박탈되고 있다. 집을 나서서 나가면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골목문화대신 학원친구들이 우선시 되고 있고, 집에서는 한・두 명의 자녀가 대부분인 탓에 배려보다는 아집을 배우는 등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친구라는 개념도 모호해지고 있고 말없이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들도 많다.

건강하고 씩씩한 아이,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아이, 스스로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아이의 모습을 어른들은 스스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른들이 개입해 창의력, 사회성, 공동체를 운운하며 정해진 틀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이것이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이런 아이들에게 도장(道場)마저도 억압과 틀에 짜인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 대해 일선 도장지도자들은 아이들의 골목문화를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다분히 딱딱한 분위기와 통제가 있는 프로그램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골목문화의 부활을 위해 도장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허건식의 무예보고서는 격주 화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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