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급과 승단

2010. 11. 1. 01:34Report/Martial Arts

728x90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홍희 ITF총재가 타계50일전에 친필로 쓴 단증. 화려한 단증보다 더 가치가 있어 보인다. (출처: http://blog.naver.com/ci04?Redirect=Log&logNo=70049667865)

무술계의 수련정도를 말해 주는 승급과 승단이 있다. 기준은 있으나, 그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모를정도로 급과 단의 개념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4단이 4단인가를 말하거나, 기술을 말하기도 모호하다. 고단자일수록 의미는 더욱 그렇다.

나이가 많거나 공로가 있으면 8단 9단이다. 무술을 모르는 사람도 정치적인 권력이 있다면 명예단증이라는 것을 받고, 열악한 단체는 그대로 준다. 이마에 붙히고 다니지 않는 이상 누가 뭐라하지 않는다는 이유인지, 그렇지도 않으면 술자리의 과시용인지 모를정도로 단의 의미는 사라져 가고 있다.

태권도에서도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적이 있다. 1970년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갈 무렵, 해외사범들의 대부분은 국제태권도연맹인 최홍희계열의 사범들이었다. 이들이 3단이라면, 세계태권도연맹으로 가 4단을 승단하고, 다시 이 4단을 국제태권도연맹에 제시해 5단을 받는 단증세탁이 이루어진것이다. 아주 가볍게 2개단을 월단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태권도인들에게 이 때만이 아니다. 대한태권도협회로 통합되던 시기, 각 관의 단을 소급해줄때도 벌어졌었다. 단세탁을 통해 갑자기 고단자가 된 일이 태권도만 있었겠는가.

합기도는 더욱 심각할정도다. 다른 무술의 단을 그대로 소급해 월단을 해주거나, 해당 단을 주는 일까지 벌어졌다. 무력(武力)에 대해 종목에 상관없이 소급된다는 것은 같은 무술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세불리기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인지 모를정도로 우리무술계는 단증을 놓고 엉터리 심사가 자행되었다.  

대학1년시절, 갑자기 선배가 무슨 무슨 단증이 필요하면 이야기하라고 우리 새내기들에게 전한적이 있다. 당시 사립대였던 우리 대학의 등록금이 입학금 포함해 60여만일때, 12만원이면 4단을 두종목이나 주는 바겐세일을 하고 있었다. 무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니까 특혜를 준다는 것이 그들만의 주장이었다. 1학년때 4단을 받아놔야 졸업때 최소한 5단이나 6단이 된다고 훗날까지 걱정해 주었다.

일부는 그 단증을 서류심사로 취득했다. 지금도 모임자리에서 가끔 그 단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대로 된 수련을 통해 승급하고 승단하는 것이 아닌 친하다고, 단체에서 필요한 인물이라고 단증을 마구 발급해 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승급과 승단에 대한 이런 일들은 해당 무술 스스로가 몰락하는 길이다. 위계를 강조하는 무술계에서 그 위계를 무너뜨리고 기술의 축적에 대해 부정하는 일이다.

이러한 승급과 승단제도와 비슷한 것으로 스쿠바다이빙 자격증이 있다. 또 일부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승마자격도 있다. 이 자격증들은 자격을 스스로 속일수 없게 해 놓았다. 바로 생명과 연계되는 문제때문이다. 취득한 자격등급에 따라 세계 어느곳이든 해당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자격등급에 맞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자칫 자격등급에 있어 문제가 된다면 이 자격을 부여한 단체나 학교, 지도자는 바로 자격이 박탈된다. 생명을 담보로 장난친 것이고, 개인의 사욕을 위해 수련생의 목숨을 버린것이기때문이다.

간혹 대학입시실기전형에 참가해 보면, 어디서 취득했는지 어린 수험생이 높은 단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기시험은 엉터리인데도 불구하고 높은 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지도자의 문제이고, 이러한 도장을 보낸 부모도 문제가 된다. 솔직히 가장 많은 피해자는 수험생 자신이 될 것이다.

일부 무술들은 아예 승급 및 승단제도가 없는 경우도 있다. 간단하게 몇개의 지도자등급만을 둔 곳도 있다. 이것은 이미 승단제도이전에 있었던 칭호제도로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무술수련은 승마나 스쿠버다이빙같이 목숨을 담보로 하지는 않지만, 생명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지도자들의 양심이고, 해당 무술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분명한 책임제가 필요하다.

단증에 해당지도자명을 넣으면 어떨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