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스포츠화, 본질만은 잊지말자

2010. 1. 1. 12:56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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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는 역문화종속을 이룬 문화


고구려 고분 각저총의 각저(씨름)하는모습

과거 제국주의가 정치, 군사적 지배에 의한 것이라면, 현대적 의미의 제국주의는 경제, 문화면에서 간접적인 지배 형태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는 모든 분야가 서구 문화에 의해 잠식당했고, 한국 고유의 것은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무예는 민족적 주체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오히려 대외 침투의 역할을 수행하며 ‘역 문화종속’을 이룬 유일한 한국문화가 되고 있다. 특히 태권도, 합기도, 기사(騎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 무예인들은 무예를 서양의 문화 공격에 대한 대항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근대화와 스포츠화를 통하여 지역적 현상의 한계성을 벗어난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이라는 이해부족 때문이다. 또 전통무예가 스포츠화된 것은 동양의 전통적 사상과 문화가 점차 서구화가 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우선 스포츠라는 현상을 서구 사회의 문화적 현상으로 볼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전통 사회에서 각저와 수박희는 삼국시대부터 ‘희(戱)’로서 오락이나 민속놀이의 성격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 맞서 승부를 겨룬다는 점에서 현대 스포츠와 아무런 거리감이 없다.

동일한 맥락에서 일본의 전통 무도인 검술과 유술의 ‘술(術)에서 도(道)의 변화 과정’을 볼때, 무도의 존재 이유가 ‘병술에서 스포츠로’변천되는 보편적 과정으로 해석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경기적인 스포츠가 되면서 기술의 깊은 구조를 발견하게 되고 무예의 근대화가 이루어진 긍정적인 면도 있다.


무예의 특성과 본질을 살릴 수 있는 경기방식 필요


2009 모스크바 그랜드슬램 국제유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왕기춘(아래)의 경기 장면

최근 무예의 확장과 발전은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동양문화권의 아시아에서 빠르게 보급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양문화의 범위에도 들어가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무예의 가치가 널리 인정받고 있음을 말해 준다.

동양무예 중 스포츠화를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유도’다. 일본의 다양한 유술과는 상당부문 다르며 경기화하는 과정에서 위험한 기술은 형(形)으로 남겼다. 하지만 유도경기를 보면 그들이 추구하려는 무도적인 부분은 많이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태권도나 검도(Kendo)의 경우도 이미 서구사회에서 제시한 ‘겨루기식’ 방법을 이용한 경기로 탈바꿈했다.

국내 무예도 태권도가 올림픽종목으로 성장했고, 합기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또한 기사(騎射)의 경우는 전통방식을 유지하며 짧은 기간에 많은 국가에 전파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은 경기화에 있다. 경기화에는 국제적인 표준화(International Standardization)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권도나 기사의 경우를 보면 해외 여러 국가에서 통용되는 표준화에 성공한 경우다. 그러나 합기도의 경우, 보급은 되었으나 단체의 단일화에 어려움이 있어 아직은 표준화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변천과정에서도 많은 동양무예는 전통적인 무예를 보호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태권도다. 태권도는 ‘품새 경연대회’가 무도 본질을 살리는 계기가 되고 있고, 유도의 ‘본 경연대회’도 그러하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무예의 가장 큰 특징인 ‘상대성’이다. 겨루기가 그 우위를 가리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스포츠에서는 공정성과 안전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한 기술이 사장(死藏)되고 있다.

현재 많은 무예단체들도 스포츠의 틀에 맞도록 변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무예의 본질이 사라질까 우려된다. 본질을 잊은 채 스포츠와 유사하게 변하고 있는 무예들은 개념, 수련 목적, 사상적 기반 및 교육적 의미 등에 대해 재해석되어져야 한다. 일부 무예들이 경기화에 성공하면서 지나친 경쟁심과 승부의 집착 등으로 무예의 근간을 흐려놓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많은 무예가 스포츠화를 이루며 나타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성을 고려하고 본질을 살릴 수 있는 경기방식의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무예의 전통은 인간의 정신을 회복시켜준다는 장점을 전해야 한다. 또한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융합한 전체현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신체문화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허건식의 무예보고서는 격주 화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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