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와 자연캠프

2010. 1. 1. 12:52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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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퍼붓는 비에 어느덧 하늘이 열렸다. 서울의 하늘이라고 말하기 두려울 정도로 하늘은 맑고 거리의 시야는 넓어졌다. 문득 자연의 신비감마저 든다. 이런 생각에 잠시 무예와 자연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무예수련공간을 도장(道場)이라 말한다. 도장하면 실내공간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자연만큼 훌륭한 도장도 없다.

최근 시청률이 급증하고 있는 모방송사 사극을 보면 신라 화랑과 낭도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모든 면에서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고 무예에도 뛰어나다. 화랑은 사극의 특성상 무예의 장면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역사물에는 그들이 가무(歌舞)뿐만 아니라 유람과 무예 등 다재다능한 인물들로 소개되고 있다.

많은 무예도장들이 과거 화랑을 이야기하며 수련생의 목표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잠시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화랑들이 수련했던 다양한 것들 중 요즘 우리에게 걸맞는 수련법인 캠프 등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다.


자연과 함께 하는 어느 무예캠프(사진출처=해랑원)

서양에서야 ‘camp'라고 불리지만 우리에게는 ’야영‘이라는 말이 더 친숙하다. 원래 사전적 의미로 캠프는 ‘기지’, ‘야영’, ‘야영막사’, ‘야영지’라고 한다. 단순히 유목민들이 삶을 위해 하던 야영이 이후 전쟁의 이동과정이 됐다. 유럽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조직적인 캠프를 교육수단으로 채택해 활성화됐다.

이러한 조직캠프에 대해 관계자들은 서양의 우수한 교육방식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역사 속에서 수많은 캠프?해 왔다. 그것도 우리 무예와 더불어 산수(山水) 좋은 장소만을 찾아 자연의 도량에서 무예를 연마한 사료들만 보더라도 서양보다 빨리 교육의 한 방법으로 역사와 함께 했다.

때문에 우리는 야영 또는 자연과 더불어 수련하는 문화는 그리 낯설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야영은 군대를 상징하는 훈련캠프로 둔갑했다. 아무래도 약해진 청소년들의 신체와 정신을 극복해 보자는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군대식 캠프는 유행처럼 인기를 더 해 가고 있다. 과연 이런 조작적인 틀의 캠프가 좋은 것일까. 그렇다고 일본무도인 유도와 검도에서 하고 있는 모서훈련, 모한훈련을 할 수 있을까. 두 훈련은 무도를 통해 가장 더울 때와 추울 때를 극복하고 체력과 기술을 함양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일본무도의 군국주의적인 수련법인데 말이다.

현재 대부분의 도장은 레포츠활동이 위주인 캠프형 수련을 하고 있다. 여름에는 레프팅캠프, 겨울에는 스키캠프가 주류를 이룰 만큼 보편화 되었다. 레포츠활동을 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훌륭한 캠프소재가 무예로도 가능하다. 물론, 핵가족화시대에 학부모들에게 설득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올 여름, 무예도장만큼은 자연과 함께 하는 수련캠프를 기획하는 무예지도자들의 노력이 더욱 값질 것이다. 캠프를 통해 수련동료들과 함께 사회성을 배우고, 또 다른 공간에서 무예를 체험하고, 자연과 함께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찾아가는 무예캠프가 더욱 값진 무예프로그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동화의 기회를 더 가까이

필자가 알고 있는 어느 캠프전문 교수는 “성장세대에 꼭 필요한 경험은 캠프”라고 입버릇처럼 주장한다. 그는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새벽을 깨우는 수탉의 울음소리와 새날이 밝아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 것"
"해뜰녘의 청명한 하늘과 말로 다할 수 없는 영광을 드러내 보이는 석양"
"영롱한 보석처럼 빛을 발하는 이슬내린 아침"
"바람이 부는 대로 물결치는 곡물 밭과 나무 숲"
"별들이 점 박혀 반짝거리는 광활한 하늘을 보는 것"
"나무들이 비와 바람에 화답하는 소리"
"장작불을 지펴 음식을 만드는 것"
"새로운 땅을 터벅터벅 걸어 다니다가 열린 하늘아래에서 잠을 자는 것"

이러한 캠프는 성장기 아동들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정서지수(E.Q.)에 캠프의 중요성이 함께 대두되었다. 당초 IQ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하지만 EQ시대에 이러한 정서교육의 지침은 매우 놀라운 일이 돼 버렸다.

"교육분야에서 미국이 세계에 공헌한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캠프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1916년 하버드대 찰스 엘리옷의 주장이다. 엘리옷은 “자연을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연을 알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해도 큰 성과”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기에 무예라는 심신수련프로그램을 더한다면 ‘자연동화(自然同和)’의 기회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무예캠프는 성인들의 실제적 삶 될 수 있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서 무예를 수련하는 모습(사진출처=골굴사)

무엇보다 무예와 캠프의 접근은 지도자의 능력이 중요하다. 아직은 우리 무예인들은 전문적인 캠프교육을 받지 못해 어려움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예를 지도하고 있는 지도자들이 '상담'에 관심이 있다면 캠프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수련생에 대한 관심과 교육에 대한 진정한 마음이 캠프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단합대회나 단체 활동이라는 인식으로 접근하면 캠프의 진정한 매력을 수련생이나 지도자들은 느끼지 못한다.

국내에는 무예캠프가 기대할 만큼 발전되지 않았다. 특히 성인들에게 무예캠프를 접목하는 데는 망설여지는 요인이 많다. 기존 프로그램이 대부분 형식에 치우쳐 있고, 장소만 이동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성인을 위한 무예캠프는 전문화되고, 혁신적인 캠핑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으로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것은 무예캠프와 유사한 템플스테이가 서구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일부 호흡이나 기수련과 관련된 종목들이 캠프에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 주는데서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예상하건데, 성인 무예캠프가 활성화된다면 그들은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캠프를 찾을 것이다. 자신이 속한 수련종목에 대한 공동체와 일에 있어 리더가 되는데 필요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치열한 사회에서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이것은 실내 도장에서 배우는 것보다 캠프라는 실제적 삶의 상황에서 더 잘 알 수 있다.

무예캠프는 무예를 수련하는 동료들과의 관계, 스승과 제자간의 관계를 배우고, 시험해 보고, 시도해 보는 수련장이 된다. 자연에서 눈을 뜨고 깨어 있는 매 순간 무엇이든 배우게 되고, 캠프를 통해 진정한 상담이 이루어진다. 자연에서는 수련생 모두가 스승이 되는 삶의 체험현장이 된다. 이것은 곧 무예수련을 통한 삶의 실천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허건식의 무예보고서는 격주 화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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