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계, 대학동아리를 육성하자

2012. 12. 17. 20:51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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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학가에 전통무예동아리가 활성화 된 적이 있다. 민주화운동이 펼쳐질 당시 우리것을 찾자는 운동이 펼쳐지면서 체육동아리에 무예동아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무예로, 경당, 택견, 십팔기 등이 대학가에 퍼지면서 전통무예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많은 무예인들은 당시만해도 무예를 보급하기 위해 도장을 낸다는 생각보다 앞선 것이 대학동아리생들을 지도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전공생들이 무예를 접했을때 그들은 자신의 전공과 연관성을 짓기 마련이다. 물론 이때문은 아니다. 서구스포츠에 물든, 젊은 지성인들에게 우리것을, 아니 내가 창안한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일수도 있고, 전승되어온 무예를 젊은이들에게 보급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을 것이다.

무예동아리로 유명한 곳이 서울대 전통무예연구회다. 전통무예 십팔기를 수련하는 동아리라는 것으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들은 한국의 십팔기를 다양한 해석으로 연구하거나 관심을 보여 소중한 콘텐츠까지 만들어냈다. 이러한 대학무예동아리들의 활동은 이미 오래전에도 있었다. 태권도 보급 초기인 1960대에서부터 1970년대.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권도동아리는 체육학과가 없는 대학임도 유명하다. 해외에 초기 태권도를 보급했던 사범들중에 한국외대 출신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어중심대학이라는 점과 태권도는 해외진출에 아주 궁합이 잘 맞았다.

미국의 버클리대학에는 무예와 관련해 1930년대부터 유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일본 무도계가 미국에 진출했을때 군인과 경찰, 그리고 대학에 무도를 보급한 결과다. 태권도도 마찬가지다. 해외에 진출할때 유학생들의 경우에는 대학에, 정부파견사범의 경우에는 군인과 경찰에 태권도를 보급하는데 힘썼다.

1950년대 미국 버클리대학의 유도수련장면( Harmon Gym).


대학에 태권도를 보급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졸업후 지식인으로서 태권도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해당지역에서 태권도를 보급하는데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 사회지식층을 대상으로 지도하는 것도 그 이유다.

우리사회는 대학에 재능기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지도자도, 무예지도자도. 심지어 우리사회의 지식층들 마저도 그렇다.
무예계가 대학에 동아리육성을 한다면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대학인들에게는 신선한 교육이 될 것이고, 무예를 지도한 지도자는 자신의 능력을 제공함으로써 금전적인 것보다 더 큰 보람을 얻을 것이다.

요즘엔 대학에서 무예를 수련하는 유형이 정해져 있다. 개별종목으로 나뉜다. 태권도, 유도, 검도, 합기도 등. 개별종목도 좋지만 대학생의 신분이라면 여러 무예를 접하는 것도 좋겠다. 하나의 무예를 위해 끊임없이 수련하는 것도 매력은 있을 수 있지만, 상당부분 분파된 무예세계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많은 무예를 접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무예를 통해서 내 몸을 알아가고, 우리의 몸짓을 안다면 당당하지 않겠는가. 주변에는 과학자, 변호사, 검사, 판사, 의사, 엔지니어, 회사원 등이 무예에 대해 박식하고 오랜 수련을 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한결같이 무예에 심취한 사람들처럼 무협지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그들이 내놓은 무예 담론들은 무예학을 정립하는데 아주 중요한 이야기들이 되고 있다.

무예만을 위해 사는 사람보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무예와 대화하는 사람들이 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당연하다. 무예계가 정부지원을 강조하고 무예도장이 닫는 불황을 걱정할때 대학가에 무예를 보급하는데 노력하면 어떨까? 사실 어느 무예든 대학연맹이 잘 될 수록 해당 무예가 발전한다. 씨름도 불황을 대학씨름연맹을 강화하면서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대학무예인들은 항상 실험적 사고로 무예를 다양하게 보고 있어 해당무예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도장 문닫았다고 산으로, 외국으로 가지 말고, 대학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무예가 살길이다. 라는 생각을 해 봤으면 한다. 무예계의 아까운 스승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시점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말년을 보내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젊은 사범이지만 경제적인 어려움때문에 다른 직종의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깝다. 무예계의 큰 손실이다. 하지만 젊은 대학인들과 함께 한다면 그 제자들이 후에 더 큰 재목으로 무예를 지켜나가지 않겠는가. 

오늘은 대선을 2일 앞둔 추운 날씨다. 이런 12월 방학이 시작되, 무예동아리들은 동계수련에 들어 간다. 한해가 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차가운 도장에서 얇게 핀 난로의 온기에 의존하지 말고, 무예지도자들은 대학동아리들과 함께 수련을 떠나자. 과거보다는 그들을 통해 미래가 보일 것이다. 

내년 신학기, 당당하게 종이에 무예를 지도한다고 대학 게시판에 붙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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