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의 이중성

2010. 1. 1. 12:13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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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무도개론에 언급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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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이중성

오늘날 무도에 나타나는 이중성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중성이라든가, 다원성이라는 표현은 어떤 대상의 특질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경기화된 일본무도의 모습은 그 특질이 이중성이 내포되었다는 점에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나 현재에도 일본에서는 무도를 경기화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고민하며 대립적 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을 국제 무도계를 어느정도 이해하는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경기화 하나만을 놓고도 무도가 경기적이냐, 전통적이냐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고, 이념은 인격형성을 강조하면서 기법에서는 경기력의 우수성을 내세우는 모순은 각종 무도라는 종목들이 단일성을 추구하는 면에서는 웃지 못할 일이다.
검도의 경우 국제검도연맹의 이념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 검도계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제검도연맹의 가맹국으로서 이념조차 없는 검도를 이해하려 하자니 어려움이 많다. 전일본검도연맹의 이념이 "일본정신 함양"이라면, 대한검도회의 이념은 무엇인가?, 필자역시 쉽게 아니 넓게 생각해 죽도경기는 스포츠로서 받아 들이고, 수련적 측면의 검도는 우리의 전통적인 면을 계승하자고 주장한 일이 있다. 즉 검도의 양면성을 추구하자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국제무도대학의 학장이자 원로 일본검도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일본검도연맹의 이념은 있는데, 국제검도연맹의 이념은 없다"
"왜 한국사람은 일본정신을 함양하는 검도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인은 한국인의 정신이 깃든 한국적 검도를 해야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죽도경기는 이념없는 국제연맹의 검도대회에 참가하고 국내에서도 약간의 변형은 있지만 국제연맹에 따른 규정에 의거하여 대회를 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보면 일본정신을 함양하는 무도를 우리는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일본인들이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어도 우리는 그래도 이념을 떠나 수련 그 자체가 좋기 때문에 하는데 무슨 고민을 하는가 하는 식으로 넘어가야 하는가. 그러나 꼬집을 필요가 있다.
오늘날 경기화된 무도는 수양, 정신, 경기와 같은 특질로 규정하고 있다. 수양이나 정신은 주관적인 평가인 반면, 경기는 특정한 규정에 의한 기법과 수련에 있어 객관적 혹은 일의적인 평가방식이다. 과거 일본에서 다양한 유파의 무도가 존재할때에는 수양과 정신의 평가는 유파내의 주관적 평가였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내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시도된 것은 유파간의 시합, 즉 타류시합(他流試合)에서 시작되어 각 유파간의 승리지상주의적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그 기법역시 변화를 가져 왔을 것이다.
검도의 경우 경기화의 중추적인 역할이 죽도(竹刀)인데, 전통적인 기법수련에서는 짧은 죽도를 사용하였다면, 시합의 객관적 평가에서 유리하게 하기 위해 긴죽도로 전환된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초창기 죽도검술은 과거 다양한 유파의 형으로 정리되지 않은채 17∼18세기에 점점 쇠퇴해지다가 18세기에 이르러 정리된 죽도검술이 등장하였을 것이라는 것이 흔히 검도사를 이야기하는 일본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일본의 간토우(關東)지방에는 농민무예가 성행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비단 간토우(關東)지방 이외에도 각 지방에서 다양한 형태의 농촌무예가 흥행하였다.
농촌을 기반으로 하는 신흥유파의 출현은 일본무술에서 이념의 이원화라는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 즉 무도의 수련목적을 수양이나 정신이라는 전통적 무도가 아닌 실전에서 상대를 굴복시키는 실용적 의미의 목적으로 부흥한 것이다.
이후 간토우(關東)지방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한 이들 신흥유파들의 영향으로 기존의 무술에 대한 범주를 깨고 유파내의 새로운 움직임을 유발하여 실용적으로 전개시킨 것이 현재까지 이르게 하는 무도의 이원성의 기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실용(實用)이란 무슨 말인가? 전통적인 형 수련인 심적수련을 지속시킨 것도 있고, 무술의 시합훈련을 도입한 것도 있다. 즉 변화된 시점의 실용이라는 의미 역시 다원적이다.
그러나, 검도에서 죽도의 등장은 실용을 실전이라는 이념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기법역시 다양했겠지만 죽도길이의 장대화는 직선적 타법이라는 기법을 만들어 냈고, 호구역시 내구성과 완충성의 필요가 제기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실용적 성격은 모든 일본무도가 군인들의 신체단련에서 변화하여 경기성에 정착하는 오늘의 모습까지 전개된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한국적인 무도의 이념을 세워야 할 과제가 있다. 단순히 그 과제에 대해 짜맞추기식이 아닌 우리의 전통적이고 실용적인 무예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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