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재 심사과정의 황당한 일

2010. 2. 24. 11:36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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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무예24기를 무형문화재 지정을 심사하고 있다고 한다. 무형문화재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문화행정의 문제점으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화성관광상품으로 등장했던 것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는 것에 대해 무예계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지역연고를 무시하고, 전승체계를 무시한채 한 단체에서 파생된 단체가 지정된다면 앞으로 무술단체들의 난무처럼 무예관련 무형문화재도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문화재 지정을 위한 해당단체 구성원들의 노력은 인정할만 하다. 다른 단체들이 하지 못했던 노력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 지정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문화재지정을 통해 무엇을 할려고 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전통무예단체 기초조사에서 24기보존회는 빠져 있다. 그 이유는 체육단체로 법인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 문화관련단체로 법인설립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언급하기로 하겠다.

아래 글은 신성대 회장이 쓴 '무예24기' 문화재지정에 대한 글이다.
´
무예24기´ 모조품으로 문화행정을 농락하는 황당한 일
어떤 기예 또는 기능이 한 지역의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것이 그 지역에서 오랜동안 일정한 계보를 갖고 전승되어 왔어야 하고, 그 자체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지역적 특성까지도 잘 나타나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요건을 검토한 후에 무형문화재로서의 자격을 엄격히 심사하여 지정을 할 때, 국가와 민족의 유구한 문화를 길이 보존하기 위한 문화재보호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문화행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원칙과 기본을 완전히 무시한 무형문화재 지정 심사가 경기도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수원 무예24기보존회의 신청으로 ´무예24기´의 경기도 무형문화재와 보유단체 지정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무예24기보존회의 주장에 따르면, ´무예24기´는 18세기 정조시대에 어명으로 편찬된 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의 무예로, 수원 화성에 설치되었던 장용영 외영(外營)의 군사들이 익혔기 때문에 경기도의 무형문화재로서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많은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 이들과 ´무예24기´는 무형문화재와 보유단체로서의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우선, 무예24기보존회가 ´무예24기´를 표방하며 수원에서 활동한 것은 고작 몇 년밖에 되지 못한다. 또한 이들이 어떤 계보를 갖고 무예를 전수받았는지도 확실치 않다. 이들은 1999년에 열린 제1회 <정조시대 전통무예전>부터 수원에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행사는 전라남도 광주에 그 기반을 둔 24반무예경당협회에서 주관했던 것이다.

현재의 무예24기보존회는 이후 24반무예경당협회와 관계를 끊으며 ´무예24기´를 표방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이들의 발자취는 무예전승의 계보도 없으며, 수원에서 전승되어온 것도 아니고, ´24반무예´ 또는 ´무예24기´와 같이 내세우는 명칭이 일관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여주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거창 출신으로 대구에서 활동하다가 전라남도 광주의 경당에서 십팔기(초기에는 경당에서도 십팔기를 내세웠음)를 배워서 수원에 정착한 지 불과 10여년에 지나지 않는 무예인과 그 단체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상식적인 판단으로도 불가한 일이다.

또한 그들이 화성의 관광상품으로 공연을 하기 전 수원을 비롯한 인근의 그 어떤 지역에서도 ‘24기’가 전승되어져 왔다는 기록이나 사실도 없었다. 이런 기본적인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모호한 단체의 무형문화재 지정신청을 받아들여 심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관련부서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의도를 심히 염려케 하는 것이다.

관광상품육성과 무형문화재 지정은 별개

이렇게 지역의 무형문화재로서의 기본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한 단체의 심사 요청을 받아들여 진행한다는 것은 경기도 문화재위원회 및 관련당국의 행정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발전을 위해 지역의 특화된 무형문화재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문화관광상품을 개발하려는 의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을 무형문화재로 성급하게 지정한다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극히 위험한 발상이며 그 결과물도 사상누각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훗날 두고두고 비웃음 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만약에 이들의 문화재지정 신청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무예24기´의 정체성에는 더욱 많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그 명칭에서부터 문제가 드러난다. 이들이 ´무예24기´라는 명칭을 내세운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 근거도 빈약하기 그지없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무예도보통지》의 정조가 직접 지은 서문에 ´24기가 되었다(爲二十四技)´라는 구절인데 이를 고유한 무예의 명칭으로 주장하는 것은 앞뒤 문맥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편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같은 글의 바로 앞에 나오는 ´십팔기라는 명칭이 이로부터 시작되었다(十八技之名始此)´라는 문장은 애써 무시하고 자신들의 단체설립에 유리한 것만을 취한 것이다.

실제로 《무예도보통지》 편찬을 통해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정립한 ‘십팔기’를 공식화시켰으며, 정조시대의 문서에는 ‘십팔기’라는 무예의 명칭이 공문서에서 엄격하게 사용되었다.

이후 ‘십팔기’는 조선 국기의 공식 명칭으로 조선 말기를 넘어 해방 이후까지도 계속 사용되어 ´일반적인 무예 모두´ 가리키는 것으로까지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마치 이러한 사실은 2007년도에 발표된 <조선후기의 공식무예의 명칭 ´십팔기´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학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예24기보존회의 무예 실기(實技)도 문제투성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실기가 전수된 것이 아니라 《무예도보통지》라는 책을 보고 복원한 것이라 주장해왔는데, 이는 무형문화재로서의 기본요건에서부터 어긋나는 것이다. 책을 보고 복원한 것을 문화재로 인정한다면 앞으로 수천, 수만건의 무형문화재 지정신청이 빗발칠 것이다.

한마디로 민족문화의 보루인 문화재보호제도가 시장바닥이 되는 것이다. 또한 복원을 한다는 것은 일정한 원리와 원칙을 가지고 옛 기록에 의거하여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는 것인데, 이들의 《무예도보통지》 무예의 복원은 아무런 원칙과 원리(principle), 레퍼런스(reference)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무예24기 단원의 짚단 자르기 장면 ⓒ 자료화면

오히려 일본 검도의 풍이 짙은 이들의 시범은 무예분야에서는 아직도 일제식민시대를 극복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1987년에 이미 대한십팔기협회의 해범 김광석 선생과 당시 문화재전문위원이었던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에 의해 출판된 《무예도보통지실기해제》에 의해 그 전승기예가 만천하에 공개된 지 십수 년 후에 자신들도 《무예도보통지》의 무예를 복원했다고 주장하고 이를 무형문화재로 등록시키려 시도하는 것은 문화재 분야에서 조금만이라도 일해 본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전승(진품)이 아닌 복원(모조품, 복제품)을 문화재로 지정해달라는 것은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흔해빠진 현대의 청자를 때묻혀 박물관에 모셔놓고 국보로 지정해달라는 것과 다름없는 무지하고도 파렴치한 기만행위이다.

모조품으로 문화행정을 농락하는 황당한 일

사실 현재 수원 화성에서 관광상품으로 공연되고 있는 ‘24기보존회’와 그 기예들은 지난 정권의 개혁코드에 맞춘 정조대왕 띄우기의 일환으로 급조된 공연단체일 뿐이다. ‘24기’라고 내세우는 그 기예 역시 이미 세상에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익히고 있는 ‘십팔기’를 흉내내는 것에 지나지 않음은 전 무예계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비록 그 수준은 차치하고라도 연원조차 불분명한 전통무예를 어차피 무예에 대한 전문적인 안목이 없는 시민들이 그저 구경거리로 보고 즐기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못된다고 하나, 다만 이들의 주장에 눈과 귀가 가려진 수원의 공무원들과 시민들만이 이러한 전후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기만에 놀아나고 있음을 심히 염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통무예 붐을 타고 우후죽순 생겨난 수많은 무예공연단 중의 하나일 뿐인 얼토당토않은 단체의 무형문화재 지정신청이 받아들여져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21세기 문화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과 경기도에 큰 오점이 될 수 있으며,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이다.

수원 무예24보존회와 수원시.도 담당관, 문화재위원과의 암묵적 약속은 없었는지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하다. 아직은 심사결과가 공고되지 않은 만큼, 경기도민의 문화적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성과주의에 급급하지 않은 냉철하고도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데일리안 경기=신성대 논설위원]
[신성대 데일리안경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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