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박용진 사범과의 만남

2010. 3. 13. 20:36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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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에 1년간 안식년을 가 있는 선문대 최종균교수가 글을 보내왔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무술사범들을 하나 둘 만나며 쓰는 글은 무카스미디어에서 게재된다. 무예보고서에서도 공개한다.

아이오와(IWOA)주는 미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이 아이오와의 주도는 드모인(Des Moines)시이다. 대륙의 개척초기에는 프랑스세력이 진출한 지역으로 드넓은 평원이 끊임없이 펼쳐진 곳이기도하다. 특히 옥수수를 비롯한 농축업이 주요산업으로 형성된 지역으로 미국 내에서 ‘옥수수=아이오’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드모인(Des Moine) 시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에임스(Ames)시에 위치한 아이오와 주립대학은 자연스럽게 농공업중심의 학과특성화가 이루어져 있다.

에임스시는 인구 5만여 명 중 주립대학 학생이 약 3만여 명으로 이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형적인 대학도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임스시의 분위기는 타 도시에 비해 너무 조용해서 절간과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에임스시가 3월 6일 오후 5시가 되자 떠들썩해졌다.

이유는 이날 아이오와 주립대의 마셜아트 35주년을 기념(ISU Martial Arts: 35 Annual Award Banquet)하기 위해 미 전역에서 동문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멀리 비행기로 수 시간씩 걸리는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그리고 워싱턴과 플로리다에서 오직 한사람의 그랜드 마스터를 만나기 위하여 이곳을 방문했다. 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행사장에 들어섰고, 그 참가인원은 500여 명이나 됐다.

이들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한 주인공은 바로 박용진 그랜드 마스터였다. 그는 아이오와 주립대의 키네스올로지(Kinesiology)코스에서 마셜아트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박 교수가 운영하고 있는 무술 프로그램은 유도, 합기도, 태권도로서 이미 35년 전인 1973년부터 이곳 아이오와 대학에서도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박 교수는 이러한 마셜아트 프로그램을 통하여 수 만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제자들 중에는 아이오와 시의 주도인 드모인 시의 시장(市長)을 비롯해 경찰국 국장, 변호사, 판사 등 주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은 이들도 상당수였다.

참 아름다운 순서도 마련됐는데, 장학금과 펀드를 만들어 마샬아츠프로그램의 질적 제고를 위해 노력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자발적 기부금 쾌척’이라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한 참가자는 “모든 참가자들이 박용진 사범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든 행사의 중심에는 박 교수가 있었다.



사진 가운데 박용진교수, 오른쪽이 최종균교수

그는 에임스시 뿐만 아니라 아이오와 주의 수많은 미국인과 교민들 사이에서, 바른 인간을 육성하는 ‘실천적 무도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날 박교수를 대하는 참가자들의 몸가짐과 눈빛에는 한 명의 60대 한국인을 향한 무한한 존경과 신뢰가 담겨 있었다. 무도수련을 통해 몸에 익힌 무언(武諺)에서 이르는 무작의(無作意)의 의미를 보는 듯 했다.

이날 행사는 35년이라는 세월이 말해 주듯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특히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박 교수의 초기 제자인 메릴랜드의 한 지도자였다. 그는 “얼마 전에 사랑하는 자식을 잃었다. 사인은 과도한 약물중독으로 인한 쇼크사였다. 부모로서 너무도 가슴이 아프고,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다. 아들을 일찍이 박용진 교수님의 무도 프로그램에 참가시켰더라면, 이러한 참담한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비록 자식은 잃었지만 나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무도프로그램이 영원히 계속되어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날 “미국에서는 35주년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 내가 35년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주위 도움 없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 것이다. 특히 내 자신에게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것과 초지일관하자는 결심을 주문처럼 마음속에 새기고 또 새기며 살아왔다. 또한 무도는 인간교류를 통한 인격완성의 수행과정이라는 가르침을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해 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제자를 가르쳐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속에 남는 제자가 있는데, 그는 이미 죽었다. 미국의 장례는 망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망자가 한글로 이름을 써준 도복과 메달, 펜던트 등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말로 형언하지 못할 정도의 아픔과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유도를 통해 내 자신을 단련해 왔고, 합기도를 통해 무도를 심화시킬 수 있었다. 또 태권도를 통해서는 자랑스럽게 국위를 선양할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무도 수련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신체교육이며 세계인과 인간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무한한 표현방식이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지켜본 박 교수의 모습은 너무도 인간적이었다. 인간적인 교류 속에서 무도라는 기제로 만나는 이날의 사제들 모습, 박 교수의 모습은 분명 커다란 완성을 이룬 ‘거인’이었다. 에임스 시에서는 박용진 교수의 그동안의 노력에 보답하기위하여 매년 3월 6일을 “Martial Arts Day"로 정하여 이 날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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