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도에 나타난 제정형(制定形)의 특성

2010. 1. 20. 14:55Lecture/Martial Arts

728x90
반응형



현대 무도의 특징 중 하나는 통일된 제정형(制定形)을 만들어 수련의 일부분, 혹은 스포츠화 되면서 변질되어 가는 무도의 본질을 그나마 유지하려는 것으로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은 무술적인 요인에서 교육적인 의미를 부과한 무도로의 전환기를 맞이할 때도 여러 유파의 통일된 기술을 압축하면서 제정형(制定形)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형은 본(本), 형(形), 형(型), 품새, 교(敎)라는 표현으로 각 무술에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무술의 대부분은 형(型)이라 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태권도는 품새라 하고 있으며, 일본의 아이키도(合氣道)에서는 교(敎)라고 한다. 또한 유도나 검도에서는 본(本)이라 한다. 이러한 형(型)이나 품새, 교(敎), 본(本)은 정형화된 수련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신생무술들도 제각기 무술의 특성을 살리고 압축시켜 놓은 형이 존재한다. 하지만 제정형이라기 보다는 시시때때로 변화는 형의 난립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른다. 근본적으로 제정형은 수많은 실전의 현상에서 얻어진 기술이 압축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신생무술이 만들어 내고 변화시키는 복잡하고 난잡한 형, 짧은 기간 안에 형성되거나 일부 개인의 형식적인 기술의 표현은 아무 의미가 없다.

현대무술에서 대표적인 무술, 즉 그래도 전통이 있고 일반적으로 공신력이 있다는 무술들의 제정형은 단순한 기술의 집합과 압축이 아닌 내면적 가치를 두고 있다.

중국 태극권의 형(型)은 만물의 형체와 자세, 동작과 행동, 접촉과 상호작용들이 중국 무술가들의 영감 속에 자리를 잡았고 이러한 생각을 응용하여 맨손 격투와 무기 사용법의 효율적인 기술들을 고안해 낸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명칭에는 동물 동작의 모방과 원래 모양에서의 인간과 우주의 일치성을 반영하는 자연적 상징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태극권은 애초에 호신무술의 하나로 외부 공격에 대한 민감성과 직관적 통찰력을 키우고, 유연한 동작과 임기응변의 자세로 자기의 힘을 별로 들이지 않고는 많은 적을 대처할 수 있게끔 창안 발전된 것이다. 태극권 형(型)의 특징은 근육이 둥근 원형미를 보이며 쇠같이 강해지는 것인데, 마음은 편안하고 평화로운 것을 강조한다.

태극권(太極拳)은 엄격히 정해진 형(型)을 그대로 흉내내어 연습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승되어 온 형(型)은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점차로 숙달되면, 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연마해야 하며, 차츰 자기 마음으로 연마해 차츰 자기 몸의 내부로부터 보다 유연한 형(型)이 창출되는 것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태극권의 형의 기법은 실천적이기 보다는 건신술(健身術)로써 밖으로 내보내는 형과 안으로 모으는 동작이 균일하게 초급, 고급 없이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태극권연공은 하나 하나의 품새에서 보다 바르게 움직일 수 있는데도 그렇게 안하고 여유 있게 서서히 움직인다. 전시효과를 위한 과장된 동작은 기의 흐름을 흐트러지게 하므로 충실하도록 강조한다. 태극권연공은 속도가 느리게 할수록 좋으며 허리가 중심이 되어 행할 때, 모든 움직임이 단전을 중심으로 하여 안에서 밖으로 힘을 뻗는 듯이 하는데 원심성인 힘이 모르는 사이에 신축성 있게 키워진다. 태극권에서도 다리와 허리에 힘을 집중시키는데 하나의 단위로 작용한다. 한편 투로는 60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모두가 하나의 형(型)으로 되어 있고, 동작마다의 건강을 꾀하도록 짜여져 있으며, 형의 선(線)은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권도의 품새는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한정된 범위 내에서 체계적으로 연결하여 종합한 것과 가상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그에 대응하는 기술을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품새선을 따라 막아 내며, 역습 공격하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꾸며 놓은 것이다.

이러한 품새는 품새선(鍊武線)에 따르는데, 품새선이란 품새를 할 때 발의 위치와 그 이동 방향을 선(線)으로 표시한 것을 말하며 연무선(演武線)이라고도 한다. 품새선의 종류는 태극의 경우 임금 왕(王), 고려는 선비 사(士), 금강은 뫼 산(山), 태백은 만들 공(工), 평원은 한 일(一), 십진은 열 십(十), 지태는 한글의 우(ㅜ), 천권은 한글의 오(ㅗ), 한수는 물 수(水), 일여는 범서의 만(卍)이라는 글자 등으로 되어 있다.

태권도 품새의 개발은 1968년 대한태권도협회에서 품새제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유급자품새 팔괘 1장에서 8장까지 8개와 유단자 품새인 고려·금강·태백·일여 등 9개 품새를 공식 제정하였다. 그 후 1972년 품새와 용어제정위원회에서 초·중·고 교육용으로 태극품새(1∼8장)를 새롭게 만들어 총 25개의 품새가 공식 제정되었다.

그런데 왜 태권도는 품세(品勢)에서 '품새'로 변형하였을까? 한자가 아닌 한글을 추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좀 더 심사숙고 했어야 했다. 중국 무비지(武備志) 에 있는 조선세법(朝鮮勢法)’과 무예도보통지에는 각 동작을 ()’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라함은 기술, 움직임과 흐름이 반영된 것을 말한다.  는 순수 우리말로 '모양'과 같은  고정된 것이라면, 세(勢)는 모양이 시간에 따라 흐르듯 움짐임을 통해 끝이 있는 것을 말한다. 오리려 한자를 지울 것이 아니라, 품세의 정당성을 위해서는 무예도보통지 등에서 사용하는 '세'가 나을 수 도 있었다. 

과거의 태권도는 겨루기보다 품새 위주로 수련되었으며 기술 또한 선수를 제외하고는 발기술보다는 손기술 위주로 구성되었다. 또한 품새는 겨루기나 호신술의 수단으로서가 아닌 심신 수련의 목적 자체로 중요시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품새의 형은 수련상의 모체로서 가장 중요시 했다.

일본의 공수도, 유도, 검도의 경우는 실전상황에서의 기술들을 압축해 놓은 것이다. 특히 위험한 기술들을 형으로 남겨 두어 공수도가 지닌 무술성을 살려 전승해 나아가고 있다. 유도이전의 유술의 경우 유파유술의 많은 기술이 호신적 성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형식이나 연습방법은 앉았을 때, 일어섰을 때, 후에서 좌우, 또는 단도(短刀)나 도(刀), 창(槍), 봉(棒), 한층 더 다수의 적에 대한 기술 등을 형(形)으로 반복연습하게 되어 있다.

공수도의 형은 기(氣)나 몸의 운용, 몸의 움직임과 호흡의 관계, 타이밍이나 결정적인 기법을 몸에 익히게 한다. 형의 계통은 대체로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종목의 남파권법에 기원을 갖는 것과 또 하나는 북파권법에 근원을 둔 것이 있다. 남파권법 계통에서 나온 것은 중후하고 발의 움직임이 적으며 힘찬 원형동작을 기초로 하고 호흡법을 중시한다. 북파권 계통의 것을 전시운동이 많으며 도약이 많다. 움직이는 거리는 길지만, 공격, 방어 모두 직선적이며 단단하다. 오끼나와에서는 남파계가 나타수이며 북권은 수리수, 쌍방의 중간적인 계통으로서 토마리수가 있으며 각각 유파 중에서 발전해 왔는데 현재는 어느 같은 형을 행해도 유파에 따라 연무의 방법이 다소 다르기는 하다.

유도의 본은 다양한 옛날 실전의 기술을 위험없이 습득하는 방법은 정해진 격투형태를 상정해서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는 여러가지 동작을 본(本)으로 연습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 및 반격의 기술을 올바른 순서에 따라 행하지만 그 순서의 마지막 동작만은 힘을 빼거나 중지함으로서 위험을 피하였다.

현대 유도의 본은 메치기 본(15가지), 굳히기 본(15가지), 되치기 본(15가지), 부드러운 본(15가지), 호신의 본(20가지) 등이 있다. 여기서 메치기는 손기술· 허리기술· 발기술 ·바로 누우며 메치기 기술 등이 있고, 굳히기에 있어서는 누르기· 조르기· 꺾기의 기술이 있으며, 되치기 기술은 상대가 공격해 오는 기술이 정확하지 못할 때 그 약점을 이용해 되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본이다. 그리고 부드러운 본은 공격과 방어에 대한 기술을 유(柔)의 원리에 따라 부드러운 동작으로 쉽게 표현한 것으로 이 동작을 할 때에는 유도의 기술원리인 힘의 용법을 충분히 이해할 때 가능하며, 호신의 본은 급소지르기 등을 이용해 공격과 방어의 이론과 신체동작의 원칙을 습득하는 것을 말한다.

유도의 본은 일을 근거하여 구성된 기술을 상대자와 약속하여 순서대로 수련하는 방법이다. 고류(古流)의 각류(各流)에 남은 본(本)에 의하면 앉은 기술과 선 기술로 나뉘어져 한쪽은 앉아서 다른 편은 서서 연습하는 본도 있다. 또한, 상대가 전후좌우에서 여러 상정(想定)아래 만들어진 본에서 연습이 행해졌다. 이와 같이 다양한 고류(古流)의 연습에 대해서 혹시 쌍방이 자유의지로 무한정 힘을 겨룬다면 위험하므로 힘을 한정하게 된 것이다.

검도에 있어서는 위험한 기술을 안전성을 지키면서 연습하는 방법으로 본(本)이 있다. 상대의 무한정 공격을 예상해서 대응하는 방법들을 형으로 연습했기 때문에 과거의 검술에는 형의 수가 대단히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전·후·좌·우, 세부적으로는 360도 방향에서의 칼로 베는 것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는 기술수행을 요구했다. 한층 더 거합술이 나타내는 것과 같이 서거나(立), 앉아서(坐)하는 검술의 변화도 형에 따라서 수행해야만 했다. 그러나 형이 발달할수록 형만의 연습에 빠지기 쉬운 점이 나타났다.

검도에 있어 본의 연습이란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기술최후의 힘을 빼서 연습을 하는 방법이다. 도(刀) 또는 목도(木刀)로 상대의 理(皮를 베지 않고 肉을 베는 理)를 배울 때 거의 완벽할 때까지 술리를 형에 의해 채울 수가 있어도 최후 격돌의 순간은 죽도연습에 의해 서로 시험할 필요가 있다.

검도의 본은 일정한 순서와 방법에 의해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죽도경기의 연습과 같이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없으므로 기술이 형식적으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죽도경기의 경우 경기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하고있는 승리지상주의의 사고를 본은 이러한 것들을 개선시키기도 하고 원리를 알게 하며 습득시킬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제정형은 수많은 공격과 방어의 기술 중에서 선택하여 공격방어의 순서와 방법이 약속 하에 꾸며졌다는 것이 특징이며, 형의 연습에 의해서 공격방어의 여러가지 기술의 원리를 알고 기술의 실체를 체득할 수 있다. 이러한 형은 오늘날 공평한 심사, 시합에 있어 공평한 심판의 기준으로 하고 있고, 유파무술에서 경기무도로 진행시키기 위해 복잡한 기술을 분석, 정리하여 유형화하고 개편해 왔으며, 오늘날의 제정형은 수많은 유파의 형을 정화시킨 대표성을 띤 기술의 함축적 의미가 있기에 안일한 생각으로 비판하고 변형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좀더 구체적인 연구와 경험, 그리고 원리에 의해 다듬어져 가야 하며, 각각의 무도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요소를 유지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형의 정리가 필요하다.

728x90
반응형

'Lecture > Martial Ar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계올림픽실패사례  (0) 2011.04.21
민간경비교육발전방안  (0) 2011.04.21
'송창열 송도수박실기'  (0) 2010.03.08
태권 V 부활의 사회심리  (0) 2010.03.08
대동류합기유술  (0) 201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