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만 양성하는 쇼트트랙 심판의 오판

2010. 2. 25. 14:30In Life/Worldly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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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계주 3000m 쇼트트랙 결승을 보며 아쉽다기 보다는 화가 난다.  비디오 판독을 하는 심판이 과연 설득력있게 판정을 했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 본다. 기쁨을 가졌던 우리 선수들이 실망하는 눈물도 그렇고, 어설픈 기쁨으로 우승을 기뻐하는 중국선수를 보며 심판의 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 본다.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모든 판정의 시각이 자신이 응원하는 편에 서 있다. 이러다 보니 애매한 판정의 경우에는 심판에 대한 강한 배신감도 느끼고, 심판에 대해 심판이 아닌 인간으로도 보기 싫을 정도로 증오하기도 한다. 이런 반면, 어떻게든 이기고 나면 경기의 과정은 온데간데 없고 결과에 기뻐하는게 인간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스포츠경기장에서의 심판은 경기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의 소유자다. 이 때문에 심판은 공정성과 선수보호를 위한 다양한 책무를 지니고 있다. 반면에 막대한 권한도 부여되어 있다. 스포츠경기 현장에서는 ‘심판의 결정에 따른다’라는 원칙이 서 있다. 치열한 경기세계에서 심판의 판정에 복종하는 미덕도 선수가 지녀야 할 예의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스포츠종목의 성숙여부는 공정성에 대한 정도로 설명되기도 한다. 한 종목이 경기화되어가는 과정에서 공정한 판정과 경기진행을 위해 경기규칙은 많은 변화를 갖게 되고 안정된 경기규칙으로 완성되어 간다.

주관적인 판정을 해야 하는 심판의 경우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뿐만 아니라, 선수들역시 공정성에 대해 의심이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서로가 경쟁을 하고, 몸을 부딪히며 겨루는 경기의 경우일수록 ‘반칙’에 대한 결정이 심판의 주관적이라는 점에서 많은 오해와 불신이 뒤따른다.

이번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계주의 실격은 그래서 의구심이 많다. 비디오 판독을 한다고는 하지만, 비디오 판독이 어느정도 정밀하고 객관적이었는지 심판은 선수와 임원진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선수의 얼굴을 쳤다”라는 판정은 고의로 쳤는지, 경기중 상황에서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인지에 대해 판단했어야 했다. 이미 중국 선수는 아웃라인이었고 인라인으로 들어오면서 맞은것이다, 인라인에 있던 우리 선수가 아웃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친 것이 아닌 상황이었다. 그리고 중국선수는 뒤에 있었지 앞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런 어설픈 심판의 판정은 쇼트트랙종목의 인기를 하락시킬 수 있다. 공정한 경기규칙과 객관적인 판정이 뒤따르지 않는 경기는 관중에게 신뢰를 잃게 만든다는 것을 해당 종목 관계자들도 알아야 한다. 이것 때문에 최근 스포츠계에서는 심판과 선수들의 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심판을 못보면 당연히 해당 단체로부터 징계가 뒤따라야 하고 심판의 권한을 박탈해야 한다. 또, 선수역시 선수로서의 책무를 잃기 되면 선수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당연하다.이러한 문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판정기준과 절차를 만든 종목들도 있다. 심판 1명의 주관적인 결정을 배제하고 몇 명의 심의위원회를 두는 경우도 있다.

한편, 아쉬운 경기일 때마다 기자들은 모호한 기사로 일관한다. 국민들의 정서에 눈치보다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스포츠현장의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스포츠기자들은 그 역할을 잘 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 때가 있다. 스포츠현장은 우리 사회의 어느 현장과도 다를 바 없는 비슷한 면이 많다. 그러나 기자들은 결과만을 중시하는 기사로 집중하고, 선수들 내면의 세계는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반짝이 스타들에게만 집중된 기사로 도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기자들은 담당하고 있는 해당종목을 어느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해당종목의 협회구조와 대회결과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내면에 들끓고 있는 선수들의 고충과 지도자들의 노력은 알고 있는 것일까.

이번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예민해져 있는 선수들을 자극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올림픽의 경우 4년간의 노력도 단 몇 초 혹은 몇 분만에 판가름이 난다. 선수나 지도자들은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일부 기자들은 엉뚱한 논리로 낚시걸이 기사를 쓴다. 스타가된 선수들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팬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도 좋지만, 해당스포츠의 잠재되어 있는 모습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쇼트트랙은 우리 사회에서 비인기종목이다. 올림픽때만 반짝이 종목이다. 당장 메달을 안겨주고 태극기가 올라가니 당연히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면 그들은 외로운 훈련과 또 싸워야 한다.

스포츠선수들은 쇼맨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노력을 태극기를 걸고 경쟁하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다. 이런 그들에게 쇼맨취급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심판이든, 기자든간에 선수 하나하나가 국가를 대표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실력을 가진 선수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야 하고,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도 축하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런 따뜻함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 심판이고 기자다.

문득, 대학시절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였던 은사님이 생각난다. 금메달인데도 불구하고 약소국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결승에서 판정패 했고, 그 뒤 수십년이 지나 당시 금메달리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판정에서 이겨 금메달을 땄지만, 나는 당신에게 진 경기였고 당신이 금메달리스트요”라는 말... 당시 금메달을 딴 선수는 스포츠사진기자가 되어 있었고, 은메달을 딴 은사님은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로 변한 시점에서 올림픽이후 경기장면을 사진으로 담으며 자신의 금메달에 대해 부끄러웠다며, 경기장을 찾을때마다 마음한구석은 불편했다고 한다.심판의 잘못된 판정하나가, 메달을 딴 선수에게도, 메달을 빼앗긴 선수에게도 고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미국 오노 선수가 있다. 언제부터 우리 국민이 오노선수를 알았는가? 오노 선수만 나오면 신경질적인 우리들. 그 선수의 문제가 아니고 심판의 잘못된 판정하나 때문에 한 선수는 마치 선수가 아닌 인간으로 오노마저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오늘 아쉬운 금메달을 놓고 우리 국민들은 김연아선수에게 보상받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지도자나 기자들은 오늘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은 쇼트트랙 여자선수들을 격려했으면 한다. 그리고 쇼트트랙협회관계자들은 판정에 대한 객관성 여부와 경기규칙의 문제를 대회관계자측과 논의하고 점검하는 것이 오랜 팬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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