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세계무술축제가 없어진다?

2010. 2. 1. 18:04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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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무술축제는 공휴일궤(功虧一簣)  

충주는 세계 각국의 무술인들이 한데 모여 세계무술축제를 12년간 개최해 왔다.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충주라는 도시가 무술이라는 소재로 알려진 계기를 만들어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통무예진흥법이 제정되었고, 세계무술연맹(WoMAU)이 창립되는 등 국내 무술사에 크고 작은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리고 지금 국고를 받아 무술박물관건립이 한창이다. 또, 세계무술연맹의 경우 오는 6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자문기구로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충주세계무술축제는 돌연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충주시는 지난해 신종플루의 여파로 축제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이해할 만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올 예산에 무술축제와 관련한 예산은 빠져 있어 사실상 축제는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주세계무술축제는 정부에서 지정한 우수축제였고, 무술인들에게는 축제의 의미도 컸다. 이런 축제가 돌연 사라지게 된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충주시가 무술과 축제에 대해 관심이 없어진데에는 몇년간 징후가 있었다. 우선 무술테마공원의 건립을 위해 국고를 지원받았던 과거의 사업계획이 유엔평화공원으로 돌연 변경되었다. 무술보다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보자는 의도라고 한다. 그러나 그 내막에 대해 무술계에서는 아는 사람은 다 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30일 충주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 시장은 세계무술축제의 개최장소에 대해 그동안 무술축제 행사장으로 쓰이던 칠금동 유엔평화공원 부지 내 토목공사가 내년 11월까지 예정되어 있어 올해 무술축제의 취소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격년제로 2011년부터는 유엔평화공원과 연계해 세계민속축제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무술이라는 소재 충주의 축제에 한계가 있었던 것일까? 사실 충주무술축제는 이미 지원축제에서 수익창출을 위한 축제로 전환했어야 했다. 이미 2005년도에 축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위해 초청형식에서 참가형식으로 전환문제가 고려된 바 있었다. 그러나 시장이 두번 바뀌면서 정책은 다양하게 변화되기 시작했다. 세계무술축제는 돈만 쏟아 붓는 축제로 인식한 모양이다. 또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 대해 무술계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무술계에서는 무술축제를 만든 사람이 전 정권에서 여당의원이었고 시장직에 있을때도 여당이었지만 지금은 야당의원이 되었고, 현 시장은 지금의 여당소속으로 무술축제에 대해 서로의 견해차이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무술축제는 아무리 잘해도 축제를 만든 현 야당의원의 공으로 돌아가는것 아니냐는 현시장의 주변관계자들의 평가도 크게 좌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근거는 한국무술총연합회(축제를 만든 야당의원이 회장)의 단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충주시무술협의회(현 시장 지지단체)를 만들어 축제예산을 지원해 온 것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세간의 소비성 논쟁은 제쳐 두고 냉정하게 무술축제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축제는 2,000여개에 이른다.  '축제의 나라'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자체가 시작된 90년대 중반부터 지자체 수장들은 제각기 지역에 맞는 축제를 개발하고 개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지역의 특산품을 소재로한 축제가 대세였다. 그러나 민선 3기에 접어 들면서 지역문화를 소재로 한 축제가 등장하면서 지역축제의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또, '국제' '세계'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확대해 오고 있다. 이러한 축제의 혼잡한 분위기속에서 정부는 '문화관광우수축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지역축제를 차등화하고 경쟁력을 높히려 했다. 우수축제로 지정되면 지금도 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등 축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충주무술축제는 우수축제나 유망축제 등 다양한 평가를 받아 왔었다. 그런데 돌연 축제가 2년간 취소되게 되었다. 아무리 정치적인 불편한 관계가 있다 한들 축제를 만들었다 없앴다 하는 비효율적인 정책을 펼 수 있을까. 

무술축제가 이렇게 변할 수 밖에 없었던 또다른 이유는, 무술단체들의 변화된 모습이 없었고, 해외 무술들 역시 검증되지 않은 무술들에게 매년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돈만 퍼준다는 인식은 쉽게 지울 수 없는데 있다. 이것은 국내 무술단체나 해외 무술을 섭외하는 당사자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축제를 주최하는 지자체가 충분히 보완하고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보여주기식 축제에서 체험과 수익이벤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을 했어야 하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으로 매년 치러진 축제가 아닌 철저한 분석을 통해 민간과 함께 개최했어야 했다. 이런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세계민속축제로 확대한다고 달라질게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무술이라는 소재로 잘 접근한 축제가 그동안 투자만 하다가 이제 뭔가 열매를 맺어 지역경제에 이득이 될 시기에 돌연 없애버리고, 새로운 컨셉을 잡아 시작하는 축제가 무술축제 12년의 노하우와 견줄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어떤 소재든 뭔가를 찾아 도시마케팅에 활용하려 애쓴다. 그런데 충주는 무술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12년간을 해 온 일을 과감히 털어 버리려고 하고 있다. 털어버리기 전에 국내 다른 지역이나 이것이 어렵다면 세계무술인들에게 돌려 주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세계무술축제에 참가해 온 주변국가들이 세계무술축제에 대해 탐을 내고 있다. 이미 이란은 국제무술페스티발을 국가차원에서 개최하겠다고 유네스코에 의뢰한 상태이고, 말레이시아도 정부차원에서 세계무술축제를 하겠다 하고,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속에서 충주는 털어버리려 한다. 털어버리지 말고 개최하겠다는 국가에게 주는 것이 그동안 무술축제를 개최해온 충주다운 모습이 될 수 있다.  

'국제' '세계'라는 말을 써가며 해 온 축제 본래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능력이 안되니 당신들이 개최하시오"하고 다른 지자체나 세계무술인들에게 넘겨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무술축제를 기피하기 보다는, 충주세계무술축제가 아니 'World Martial Arts Festival'이 12회까지 충주에서 개최되었지만 이를 다른 국가에서 연계해 존속시킬 수 있는 발판의 기회를 주는 것이 충주다운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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