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무학(武學)이 필요하다

2010. 6. 22. 09:09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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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武學)하면 무예를 수련하는 사람들도 크게 동감하는 단어는 아니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가 무(武)를 악용해 왔고, 무(武)에 대해 철저하게 고립시켜 온데 있다. 필요할때만 찾고 필요없으면 관심밖인 영역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무(武)에 대한 이해역시 몸을 학대하거나 하급 중국무술영화의 배우가 하는 것으로 이해 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즘 무예를 수련하는 사람들중에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들이라고 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매우 만족해 하고 몰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자신의 몸을 알아가기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맞아본 놈이 맞아본 놈의 심정을 알듯, 안 맞아본놈들은 상대가 맞으면 얼마나 아픈줄 모른다 는 말이 있다. 무예수련중에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의 처지를 알아가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을 이해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겸손도 배우고 인간사를 배우기도 한다.

간혹, 무예를 모르고 공부만 하던 모범생출신 정치인들이 무술단체장을 맡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처음 접해 보는 그 세계의 사람들을 신기하게 생각할 정도로 매력에 빠진다. 하지만 가끔은 어설픈 시건방진 행동으로 무술인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무(武)를 하는 사람들을 조선시대 문인들 마냥 하찮게 보거나 악용하려는 경우다.  

무예는 무엇일까? 우리 역사속에서 무예를 하는 사람들을 경계한 이유는 무엇일까?그런데 왜 유럽에서는 펜싱선생을 존경하는 인물로 대접할까?

우리 사회도 무예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지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아마 골프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하면서 골프선생을 존경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자신과의 싸움을 맛 본 골프마니아들이 느끼는 수련(practice)의 맛을 조금 본 것 같다. 그러면서 골프는 멘탈스포츠라 하며 대단한 운동으로 평가하고 골프코치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 그것도 공과 골프채와 자신의 관계를 놓고... 하지만 무예는 골프이상의 상황인 상대성이 사람일때도 있고, 목표물일때도 있다. 더욱 깊은 내면에는 자연과 내 몸이 하나되는 것을 배우기도 한다. 제대로 된 선생한테 배우면 골프에서 느끼지 못하는 그 이상의 삶을 배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정진이 필요하다.

서론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요즘 우리사회에서 무학(武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마 무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몇자 적어 보았다.  

무학은 무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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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경탱화의 고려무인상
최근 무예와 관련된 학술세미나가 부쩍 늘어 났다.

우리사회를 바로 보자는 취지인 것도 있고, 지금 우리 사회처럼 무예계가 서로의 이익관계 때문에 개최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이 후자에 속해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에서도 학계나 소수 연구회, 그리고 해외보급을 이루고 있는 일부 무예종목들이 세미나 붐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연구를 꾸준히 해 온 일부 무예단체들은 이미 그 연구의 성과가 상당수준에 올라와 있어 무예계 발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무예계에서는 무예를 학문적으로 접근한다는 의미로, 무도학, 무예학, 전통무예학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나름대로 대학에 학과가 개설되어 있고 연구자들도 증가하면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고문헌에는 무학(武學)이라는 용어가 이미 사용되어 왔다.

무학(武學)은 무예학(武藝學)을 말하는 것으로 이미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문(文)과 무(武)를 아우르는 학문이었다.고려시대에 국립대학 성격으로 설립된 국자감(國子監)은 1109년 교과과정을 체계화해 7재(七齋)를 두어 전문과정을 두었다. 이 중에 무학(武學)을 공부하는 강예재(講藝齋)는 무학(武學)을 배우던 ‘무학재(武學齋)’로도 불리었다. 이 강예재 출신들이 무학으로 과거를 보면 급제률이 높아 많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무학이 인기가 있으면서 유생(儒生)과의 대립과 불화, 그리고 상문경무(尙文輕武)의 풍습이 지배하면서 문신들의 반대로 1133년 폐지됐다. 강예재가 문(文)과 무(武)를 겸비한 학문체계였음에도 불구하고 문(文)만을 숭상해 온 문신들에게는 열등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러한 무(武)의 천시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기득권들이 등한시 하는 이유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역사는 조선시대와 일제시대, 그리고 해방이후에도 무학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 이어져 왔다. 대부분이 국가적인 위기상황으로 요즘의 한반도 위기상황과 같은 시기에 무예를 국방의 일환으로 애용(?)해 왔다.


무예, 교육으로의 접근 필요

지금 우리 무예계도 문제는 많다. 경기화라는 문화와 접목되어 스포츠화되었거나, 보여주기식 공연물로 치부되고 있어 교육으로의 접근은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각종 학교에 정규교과목으로 채택을 시도하고 있는 일부 종목들도 어떻게 교육하고 그 기대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다. 무예종목들끼리의 경쟁 때문에 일단 교육과정에 넣고 보자는 식이다.

심지어 무예를 학과로 설치한 대학들 역시 학생수급을 위해 개설되었거나, 각종 대회에서 입상을 목적으로 설치된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상아탑이라 일컫는 대학마저도 뚜렷한 목표 없이 학과를 설치하고 있는 심각성은 교육과정 개발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존 체육학 과목에 실기만 무예로 대체하고 있거나, 일부 대학을 모방한 교육과정으로 강의할 교수를 구하지 못해 질낮은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고등교육기관인 대학마저 무예를 제대로 수용하거나 고민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무예계의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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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교육으로의 접근이다


과거와는 달리 현대사회에서의 무예는 ‘교육’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입시과열경쟁이고, 사교육의 증대로 인한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으며, 핵가족화로 인한 사회성 결여로 전인적 인간교육의 목표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교육의 목표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단순히 도장을 다녔더니 예의가 바르게 됐다. 아이 눈에서 눈빛이 반짝인다는 식의 겉치레 교육이 아닌,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인성(人性)을 무예교육에서 찾을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학교교육에 무도교육을 의무화한데에는 그들의 수많은 노력이 있었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기때문이다.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본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연구보다는 정책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준비되지 않은 정책을 시행한다면 기존의 생활체육지도자제도의 실패와 다를 바 없울 것이다. 나약해진 정신세계를 강하게 만들고, 복잡한 현대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전인적 인간을 교육하는 방법을 학계나 무예계에서는 찾아야 할 것이다.


무학은 살아있는 몸학문

국제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문화가 강한 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 문화속에 잠재되어 있는 큰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문화중 하나가 무예이고 우리의 몸문화를 대표한다. 올해부터 무예도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시작된다.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기존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제도(Masterpieces of the Oral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를 선정해 보호하자는 것이다.

무예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이유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창조적 재능에 대한 가치와 문화사회의 전통을 중시하겠다는 유네스코의 의지다. 특히 무예는 해당민족의 몸문화로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고, 현대무예는 평화(平和)를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상대를 제압하고 상대를 죽이는 싸움기술이 아닌 현대사회에서 올바른 사회관과 인간관을 만들어 주는 교육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살아 있는 학문, 즉 육체와 정신이 살아 있는 무학(武學)은 지금 우리사회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무예가 지닌 가치가 무엇이고, 이를 현대사회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각종 학교에 무예교육시행이나 대학의 무예관련학과의 설치 등을 위해서는 선(先)학과 신설, 후(後) 교육과정개발이 아니라, 선 교육과정개발, 후 학과설치의 신중함을 보였으면 한다. 뿐만아니라, 최근 국내 무예계가 고민하고 있는 <전통무예진흥법> 시행도 무학적(武學的) 관점을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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