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축구, DNA가 바뀐것은 아니다

2010. 6. 13. 16:01Report/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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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 대학도 진학을 못할뻔했다. 그는 스포츠정책에 의해 스타가 된 것은 아니다. 그의 피나는 노력과 그를 알아준 좋은 지도자를 만나 꽃을 피운것이다. 박지성선수는 축구선수로서 좋은 DNA를 가지고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 이번 월드컵 그리스전을 평가하길, "촌스러움에서 DNA가 바뀌었다"고 극찬인지 뭔지 하는 기사를 보았다. 과연 DNA가 바뀐 것일까.

개인적으로 한국팀은 축구에 대해 제대로 알아 가고 있고, 기량이 향상되었을뿐만 아니라 지도자들의 능력이 성장한 것이지 우리선수들의 DNA가 바뀐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가 서양의 스포츠문화를 받아 들인것은 개화기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돼 일제시대 일본에 의해서 대부분 유입되었다. 이제 100년이 조금 넘는다. 서양의 선교사들은 레크리에이션차원에서 야구와 농구 등을 지도했고, 일본에 의해 특히 동경제국대 유학생이나 해방이후 일본체육대 출신들에 의해 교수법 등이 유입되었다.

해방이후 우리 스포츠계를 진두진휘한 사람들은 현장에서는 이런 유학생이 있었고, 정책은 군부에 의해 입안되는 등 국방체육이라는 표현에 가까웠다. 이 시기 아무리 좋은 교수법이나 연구물들이 나온다 해도 통치권력자들인 군부에 의해 제대로 활용되지도 않았고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함에도 많은 원로 스포츠인들은 빈약한 스포츠정책에 군부라도 있으니 다행이었다고 그들을 감싸는 경우가 많다.  

빈약한 스포츠정책은 학교체육에 기댈 수 밖에 없었고, 순수해야 할 학교체육의 방향은 통치자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운동만 하면 상급학교를 진학할 수 있고, 수업은 뒤로 한채 오로지 운동만 하는 선수들을 양성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을법한 시스템이 아직도 시행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선수육성이외에도 일반학생들의 체육수업에도 있었다. 운동의 원리, 운동을 하는 방법은 고사하고 여러종류의 공을 그물망에 넣어 나눠주고 알아서 놀라는 놀자판 체육수업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과연 스포츠를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이런 문제들이 산재한 가운데 학연, 지연 등을 통한 국가대표 선발에 있어서도 모든 종목에서는 갈등의 연속이다.  어느 학교출신이 감독이냐에 따라 국가대표가 정해지는 등 아직도 많은 종목에서 이 문제로 갈등하는 모습이다. 지난 동계올림픽에서의 쇼트트랙에서도 볼 수 있었고, 축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축구는 2002년 월드컵때 보여준 우리 스포츠계에 큰 변화를 가져온 사례로 꼽힌다.  감독이 작전에 필요한 선수를 선발하고 이에 맞는 훈련이 진행되는 아주 단순한 것 같지만 매우 중요한 일들이 지금 세계가 놀라는 한국팀을 만들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의 DNA는 매우 좋다. 강한 승부근성, 팀웤, 지구력 등은 어느 나라 선수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들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에 있었다. 그 시스템이 정착되어 가면서 한국축구가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점은 축구는 이렇게 변하는데 나머지 종목들은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지금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통합되지 않은 별개의 단체로 운영된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분리해 운영되고 있다. 생활체육에서 대중화를 꾀하고 여기서 선발된 선수들이 엘리트선수로 육성되는 것은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정책을 수반하는 체육회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시절부터 운동선수가 엘리트선수가 되는 저개발국가나 아프리카의 먼나라에서나 하는 정책을 아직도 시행하고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재학생으로 부르며, 졸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심지어 많은 대학에서 그런 선수를 확보해 학교홍보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말이 좋아 인터넷지도를 하고 있다고 하지 대학교육이 언제부터 사이버대학으로 변신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원격설치법에 의해 평생교육차원에서 운영되는 사이버대학에 다니며 프로생활을 하는 선수들이 더 솔직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과거와 달리 세계톱선수들과 경쟁할만큼 기량이 오른데에는 선수나 지도자들의 눈물겨운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포츠정책이 대단해서 그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욕되게 만드는 일일것이다.
이번 그리스전의 한국선수들은 그런 환경에서 성장해 온 선수들이고 지도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국내외 프로팀에서 눈물겨운 희생을 해 가며 기량을 쌓아 남아공 월드컵에 서 있다. 그리고 지금의 감독과 코치진들은 그들의 기량을 잘 조율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지도자들도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는가.

스포츠기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선수 하나하나의 DNA같은데 관심을 표방하기 보다는 한국스포츠가 어떻게 해야 더욱 발전할 수 있는지 근원적 처방을 고민해 봤으면 한다. 축구는 성장가도에 들어 섰다. 그러나 나머지 종목들은 아직도 선진국형 시스템에 접근하려면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스포츠선수를 연예인이나 돈다발로 보지말고, 스포츠는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접해야 하는 건강소재이자 문화로 스포츠인들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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