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를 버리며 일본에 긴급착륙한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

2010. 7. 14. 14:45In Life/Worldly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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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착륙한 비행기내부


미국에 한달간 조사를 떠난 선발대. 잘 다녀오라고 전화통화를 한지 얼마 안돼 연락이 왔다. 일본에 있다고.. 미국까지는 비행기로 가지만, 그곳에서는 렌트카를 이용해 돌아다녀야 하는 조사팀. 함께 동행한 무카스 정대길기자가 그들의 첫번째 활동보고를 해 왔다.


“승객여러분들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의사나 간호사가 계시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부푼 꿈을 안고 12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무카스 태권 원정대가 한국을 떠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약 20여분께 갔을 때 나온 승객 안내방송이었습니다. 뭐, 처음에는 별거 아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옆에 있던 박정민 PD가 배고프다며 승무원을 불러 “밥은 언제 나오냐?”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죠. “우선 땅콩부터 주시면 안되겠냐?”는 등 농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몇몇 승객들도 허기가 지는지, 아주 조용히 승무원을 불러 밥(?)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약 1시간하고도 30여분이 지났을까요, 놀랄만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승객여러분들께 정말 죄송한 말씀드립니다. 현재 이코노미석에 탑승중인 한 승객이 위독한 상황입니다.” 이어 기장이 “medical emergency situation(긴급 상황)”이라는 다소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하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승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죠. 이때부터 밥 달라는 소리는 쏙 들어갔습니다. 하나둘씩 ‘진지 모드’로 바뀌었죠. 일부는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났을까요. 저희 원정대 역시 땅콩도, 물도, 밥도 먹지 못한 채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미리 준비해 온 목 쿠션을 베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달콤한 잠에 빠져 30여분을 보냈습니다.

“일어나세요, 큰일 났어요. 비행기 양쪽 날개에 불이 붙었어요.” 옆자리의 박정민 PD가 저(정대길)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꿈이기를 바랐습니다. 농담하는 거면 정말 한대 쥐어박으려고 했습니다. 잠에서 깨면 배가 고프니까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창문 밖에서 펼쳐진 광경에 저를 포함한 승객 전원의 눈은 휘둥그래졌습니다. 정말 양 날개에서 불빛이 번쩍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다급해진 저는 “박PD, 벨트 메, 꽉 매, 카메라 꽉 잡어 안 깨지게”라고 말하고는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7월의 더위를 날려버릴만한 오싹한 안내방송이 이어졌습니다. “승객 여러분, 정말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지금 저희 비행기는 연료를 버리고 있습니다. 긴급하게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도 옆에서 ‘태권도의 미국 진출과 미국체육회 가입’을 정독하던 허인욱 위원이 별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한 마디 던지더군요. “우리 일정 늦춰지면 안되는데, 아 이거 차질 생기겠네.” 대단한 프로근성이었습니다. 침착함을 넘어 무개념의 극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허 위원의 이런 침착함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어 안내방송에 “긴급 환자 발생으로 지금 저희 비행기는 나리타 도쿄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 연결 편으로 최종 미국 경유지에 도착하실 손님여러분들 위해 저희 항공사의 지상 직원이 모든 도움을 줄 것입니다.” 독자여러분들도 모든 정황을 이해하셨죠? 이 한 편의 드라마틱한 광경은 모두 저희(박 PD와 정 기자)가 잠이 든 사이에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 사이 수차례 독서를 하던 허 위원은 모든 진행 상황을 듣고 있었던 것이죠.

비행기 양쪽 날개에 불이 붙은 것은 이 비행기에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일종의 ‘비상등’이었던 것이고, 연료를 버린 상황은 응급환자의 상태가 촌각을 다툴 정도로 위태로워진데 따른 빠른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한 기장의 결정이었던 것입니다. 한참을 공포에 떨었던 저희는 그제서야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지금(13일) 무카스 태권 원정대는 오싹 오싹 비행 체험을 끝내고 미국이 아닌 일본 나리타에 있습니다(웃음). 전체 일정에 하루나 이틀 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독자여러분들께서 끝까지 응원해 주세요.

아 참, 응급환자는 미국 국적의 3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저희 비행기의 한 한인 승무원에 의하면 탑승 때부터 그 여성분이 흥분해서 여기저기 뛰어 다녔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요,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비행기의 모든 연료를 버려야지만 착륙이 가능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비행기의 연료가 엄청나기 때문에 이 연료를 싣고서 착륙을 하게 되면 비행기가 크게 파손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환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일로 인한 엄청난 피해 즉, 연료 손실 부분과 기타 손해 비용을 환자 본인이 일정 부분 책임질수도 있다고 합니다.


원문보기 : http://www.mookas.com/media_view.asp?news_no=11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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