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어코드와 세계무예마스터십

2017. 5. 12. 10:11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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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WMC(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와 스포츠어코드(SportAccord)가 2019 세계무예마스터십 공동 개최를 추진한다는 언론보도가 무예계에서 화제다. 이와 관련해 실제 스포츠어코드 컨벤션 현장에 있었던 필자는 우리 무예계가 한층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스포츠어코드와 스포츠어코드 컨벤션은 서로 다른 기구이다. 스포츠어코드는 국제종목별연맹(IF)의 연합체이며, 스포츠어코드 켄벤션은 IOC를 비롯해 국제스포츠경기연맹들의 국제회의와 전시부스를 운영하는 컨벤션을 위한 조직이다. 

스포츠어코드의 전신은 국제스포츠경기총연맹(GAISF, General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Sports Federations)이었다. 다양한 국제스포츠연맹 간 협력과 소통을 제고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2009년에 스포츠어코드로 설립돼 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 기구는 독립스포츠인정단체총연합(AIMS), 하계올림픽국제경기연맹연합(ASOIF), 동계올림픽종목협의회(ALOWF), IOC인정국제스포츠연맹(ARISF)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올림픽을 중심으로 각 국제스포츠연맹들을 대표하고 있는 가장 큰 국제스포츠기구이다. 

스포츠어코드 컨벤션은 스포츠어코드의 각 연맹들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국제회의 및 전시회로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를 비롯해 각 위원회 총회 및 연석회의 등 각종 회의와 국제학술회의, 스포츠산업전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동시에 개최되는 국제스포츠계의 최대 이벤트다. 

이번 스포츠어코드 컨벤션에 WMC가 참가함으로써 세계무예계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무예계의 가장 큰 장애는 제도권 스포츠에 무예가 포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컨벤션에서 WMC는 답을 찾아냈다. 스포츠어코드에 가맹된 무예단체는 약 15개이다. 물론, 여기에는 서양의 펜싱과 레슬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일명 ‘컴뱃 스포츠(combat sports)’로 불린다. IOC와 올림픽이라는 큰 테두리 속에서 컨뱃 스포츠는 성장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양의 무예들이 포함되어 있다. 아이키도(합기도), 가라테, 유도, 태권도, 검도, 삼보, 우슈, 무에타이, 킥복싱, 주짓수 등 무예(martial arts)로 불리는 종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스포츠어코드에 포함된 종목은 이미 국제스포츠이자 국제무예경기종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무리 세계 곳곳에 보급되고, 많은 수련생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국제연맹의 기준을 갖추어야 국제스포츠로 공인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해당 국제연맹이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가입되어 있는지, 정기적인 국제대회와 국제연맹의 조직이 정당하게 구성되어 있는지, 또 기존 스포츠어코드 종목과 유사 또는 분쟁의 소지가 없는지 등의 조건이 포함된다. 


스포츠어코드와 유네스코의 만남, 세계무예마스터십 추진


국제대회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어코드에 가맹된 주요 국제대회는 국제스포츠연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활동을 수행하는 단체가 주관하는 대회가 있다. 여기에는 유니버시아드, 월드게임, 세계군인체육대회, 스페셜올림픽, 영연방게임(Commonwealth Games) 등이 있다. WMC는 이러한 모든 조건 등을 고려해 스포츠어코드에 WMC가 주체인 세계무예마스터십을 국제대회에 가맹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무예마스터십이 가맹될 경우 이 대회의 주체기구인 WMC는 국제대회의 공식기구 대열에 포함된다. 

컴뱃스포츠 종목의 순수 무예종목 중 올림픽 종목은 유도, 태권도, 가라테(2020도쿄올림픽종목)뿐이다. 그외 종목은 무에타이가 인정종목으로 ARISF에 가입되어 있고, 나머지 종목들은 대부분 AIMS종목으로 올림픽인정종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ARISF종목이 되어야 올림픽 후보종목으로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스포츠어코드에서 무예종목은 아직까지 큰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AIMS 종목에서 벗어나기 위한 열띤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수많은 무예들 중에 스포츠어코드 종목 이외의 종목들은 어떤 기구를 갖추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충북에 소재한 무예기구들이 가장 잘 연결되어 있는 유네스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는 전통스포츠종목(TSG, Traditional Sports & Games)과 국제체육장관회의(MINEPS)를 통한 무예진흥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네스코와 밀접한 무예종목은 택견, 기사(Horseback Archery), 벨트레슬링(Belt Wrestling), 크라쉬(Kurash), 무에타이(Muyai) 등이 있다.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고, 전통성을 확보한 종목이 유네스코와 밀접하게 활동할 수 있다. 또한 유네스코는 청소년교육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전통무예종목 이외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종목과 협력한다. 


충북 국제무예진흥사업, 이제는 모든 지혜 모을 때

WMC는 이번 유럽방문에 유네스코와 스포츠어코드 두 기구와 공동으로 2019년에 제2회 충북세계무예마스터십을 개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식이 최종 결정되면, 역대 최대 규모였던 제1회 대회에 이어 제2회 대회도 국제무예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유네스코는 지난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을 유네스코 전통스포츠의 우수사례로 오는 7월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되는 국제체육장관회의(MINEPS)에 상정될 예정이다. 유네스코는 유엔의 체육 및 스포츠 분야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구다. 스포츠를 둘러싼 제반 문제와 체육 분야의 교육체계를 강화해 나가는 데 있어 지원과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스포츠 분야의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구상 및 실행과 관련하여 전문 지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 유네스코는 평화와 이해, 상호 존중을 강화하기 위한 체육 활동 영역에서의 국제협력증진을 위한 체육 및 스포츠분야 정부간위원회(CIGEPS)의 사무국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제체육장관회의는 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유일한 글로벌 플랫폼이 된다는 점에서 세계무예마스터십이 우수대표사례로 상정된다면 회의의 결과물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시행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성과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인 충북도가 국제사회에서 무예에 대해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데에는 20여 년의 노력이 있었다. 1996년 택견의 큰집으로 불리는 서울 사직동을 뒤로 하고, 작은집으로 불리던 충주에 택견전수관이 설립되면서 충북의 무예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20년 동안 충북은 충주세계무술축제, 세계무술공원, 세계무술박물관을 비롯해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유네스코 자문기구 세계무술연맹, 그리고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까지 국제무예계의 국제기구를 모두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이 20년은 순탄한 시간이 아니었다. 충북의 무예사업은 매년 진행하는 과정마다 정치적인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충주세계무술축제의 개최여부를 놓고 갈등하던 시기도 있었고, 지난해 개최된 세계무예마스터십기간 중에도 일부에서 갈등을 초래해 모국을 찾은 해외지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갈등이 부정적으로만 비춰져서는 안 된다. 문제제기는 무예진흥을 위해 좀 더 심혈을 기울이게 만들었고, 철저한 준비와 국제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로 다가왔다. 이번 유네스코와 스포츠어코드 컨벤션에서 만난 국제기구의 관계자들이 보여준 세계무예마스터십에 대한 관심과 호응에서 알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관심이 많은 반면, 아직 충북이라는 지역에서는 무예진흥에 대해 찬반여론이 많다. 그 이유는 지역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시간과 설득이 부족한데 있다. 지역사안에 대해 관심이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충북은 지역민들이 무예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세계예의 성지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충북지역의 무예와 스포츠학계가 나서서 무예진흥을 위한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야 하고, 문제점에 대해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충북도는 지역민들이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무예교육과 체험, 그리고 다양한 대화의 장에서 지혜를 모은다면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스포츠도시이자 무예도시로 알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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