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무술을 하는 이유

2010. 1. 4. 03:18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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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보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소방공무원


김희규 소방경
안전신고센터 전화번호인 119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번호다. 그런 119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이하 소방관)은 모든 재해에서 시민과 재산을 보호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무예를 만난 사람들>, 이번 시간에는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한 무예인을 만나보았다. 그 주인공은 전국체전으로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금산소방서 김희규 소방경이다.

소방관은 과거 불을 끄고 목숨을 걸어 사람을 구조하는 위험한 직업으로 평가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려했다. 그러나 현대사회가 복잡해지고, 많은 위험요소가 산재되며 소방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간혹 언론에서 각종 화학물질에 노출돼 많은 소방관들이 순직하는 기사를 접할 때면, 이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린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특히 소방관은 다른 어떤 직업보다 많은 체력이 요구된다. 만약 그들이 육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일반인보다 강하지 못하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때문에 소방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항상 체력에 신경 쓰며, 등산 및 레저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 활동에 매진한다. 특히 위험에 노출된 담당부서의 경우 하루 근무 후, 쉬는 하루에는 체력을 다지는 일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김 소방경은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충남지역 현장에서 몸으로 뛰는 소방관으로 통했다. 온갖 크고 작은 화재사건을 비롯해 위험에서 시민들을 구조하며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권위보다는 동료와 함께 하는 리더십


금요축구로 활력을 불어넣는 금산소방서 소방관들(사진-금산소방서)

김 소방경은 1993년 소방관에 입문했다. 당시 그는 위험하다는 이유에서 잠시 지원을 망설였지만 지금은 간부로서 일선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앞서 소방정보화사업에서 더욱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지금의 직급 이전 소방위 시절, 소방정보통신을 담당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우리가 쉽게 누르는 119의 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김 소방경과 같은 많은 소방관들의 노력이 모여 이룩한 것이다. 이것은 첨단기술의 발달로 소방업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홀로 고향인 충남 서천을 떠나 대전으로 상경했다. 친척집에서 거주하며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부모와 떨어져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다. 이런 생활에서 당시에 인기 있었던 중국무술인 쿵푸를 접했고, 고등학교시절에는 유도와 검도를 수련했다. 이런 경험이 지금 일에 대한 집중력과 자신감, 그리고 한 가지 일에 몰입되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을 만들었다고 한다.

평소에 운동감각이 좋다는 평가에 체육대학에 진학하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그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전문적인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 신문사에서 잠시 근무하던 중 소방공무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어려운 선택이라기보다는 당연히 우리 사회를 위해서는 누군가 선택해야 할 직업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입사 이후 생각만큼 호락호락한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동료들이 대형화재속에서 부상을 입고, 생사를 오가며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사회적 인식은 너무 냉대했다.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소방시스템의 표준화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소방정보통신 담당을 맡게 됐고, 소방관으로서의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지금 금산소방서 대응조사팀장을 맡고 있다. 비록 간부이기는 하지만 소방관들은 직급을 떠나 형제 같은 생활을 한다. 직업상 권위보다는 모두와 함께 하는 리더십을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급을 떠나 형제 같은 동료들 때문에 크고 작은 모임이 많다고 한다. 인터뷰 중에도 그는 "내일 새벽에 축구를 해야합니다"라며 시간을 재촉하는 모습은 평소 그의 부지런한 생활을 말해 주는 듯 했다.


경쟁보다는 희생을 아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첫날 인터뷰를 마치고 우연찮게 그날 새벽 119를 부르는 일이 생겼다. 필자의 자동차 경음기가 합선이 되었는지 새벽에 온 동네를 깨우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119에 전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신고는 바로 접수되었고, 처리방법을 알려준 뒤 핸드폰 문자로는 접수와 통보사실을 확인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의 처리방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119상황실의 담당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친숙하게 느껴졌다.

다음날 다시 인터뷰를 하며 새벽일을 이야기했더니 이것 역시 정보화사업의 일환이라고 한다. 우리가 손쉽게 넘어갈 수 있는 별거 아닌 일로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상황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김 소방경은 소방직의 첨단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위해 소방관들은 매사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미 우리 사회가 정보화로 변해가고 있고, 더욱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민들이 크고 작은 일에도 119를 호출해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소방관들의 노력과 첨단기술의 만남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김 소방경은 무예를 사랑한다고 했다. 아직은 소방관들에게는 무예보다는 등산과 축구 등이 인기지만 앞으로 무예가 소방관교육프로그램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소방관대회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를 비롯해 가라데, 유도, 씨름, 양궁, 레슬링, 복싱과 같은 무예나 격투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종목이 채택되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내년 11회 대회를 대구에 유치하는데 성공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라고 알려줬다.

"이런 대회를 계기로 무예는 우리 소방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소방관들에게 우수성을 선보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세계가 소통하고 있는 이 시대에 전통스포츠교류를 통해 각국의 소방관들이 교류하고, 세계소방발전을 위한 인적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무예는 서양소방관들에게 좋은 문화교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처럼 2010년에는 60개국 1만여 명이 참가하는 세계소방대회가 대구에서 개최된다. 이 대회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는 다르게 소방관과 관련된 종목으로 순위가 정해지며, 소방관들의 가족이 함께 참가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대회다.

그는 소방관을 희망하는 무예인들에게 무예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희생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소방경은 "무예도 자신만 강하다고 고수소릴 듣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이고, 그 배려는 자연스러운 희생정신을 함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예는 소방관이 지녀야할 기본정신을 잘 내포하고 있습니다. 많은 무예인들이 경쟁보다는 희생을 아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고등학교 시절 검도를 수련할 때 들은 이야기인데 잊을 수가 없습니다. 검도를 가르치는 일본인들은 주군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소방관에 있어 주군은 바로 우리 국민들입니다."

한편, 그는 소방관을 희망하는 무예인들에게 무예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희생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예도 자신만 강하다고 고수소릴 듣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이고 그 배려는 바로 자연스럽게 희생정신을 함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예는 소방관이 지녀할 기본정신을 잘 내포하고 있습니다. 많은 무예인들이 경쟁보다는 희생을 아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검도를 수련할때 들은 이야기인데 검도는 일본인들이 주군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소방관의 입장에서는 주군이 바로 우리 국민들입니다. "


* 무카스 Tip

세계소방관경기대회(World Firefighters Games)는 1990년 제1회 대회를 뉴질랜드 오클랜드(Auckland)에서 개최한 이래 2년 마다 열리며, 2008년 제10회 대회는 영국리버풀에서 개최되었다. 2010년 제11회 대회는 우리나라 대구에서 유치하여 현재 개최 준비를 하고 있다. 대회 경기는 일반적인 전통스포츠와 소방관들과 관련된 종목을 주로 선정하여 왔으며, 대회 운영본부에서 요구하는 필수(Core)종목인 37개 종목을 제외하고는 개최국의 참가 자격은 전·현직소방관과 그 가족으로 제한되어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처럼 다수의 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는 아니다. 대회의 성격상 세계 각지의 소방관련 가족이 참여하여 우정을 나누는 것이므로 개최국의 문화와 전통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스포츠 제전인 국제 엘리트 스포츠와 그 성격을 달리하며 투자비용에 비해 산출되는 사회적 편익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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