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本)은 무엇일까?

2010. 1. 1. 12:14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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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발간했던 무도개론의 글이다.

지금도 강의노트에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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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는 원래 생사(生死)의 장(場)에서 마음의 자세, 태도,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지만, 기존 살상(殺傷)의 기술을 차츰 순화하여 인간수양의 도(道)로서 발달하여 왔고, 최근에는 적을 공격하기 위한 것보다 자아의 마음의 적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차원을 달리했다. 또한 신체적으로는 건강을, 표현적으로는 미적표현을 추구하게 되었다.
미적인 표현의 예로 스포츠화된 현대무도들은 그 무도의 본질을 유지하고 미적인 평가를 위해 태권도의 경우는 품새경연대회, 검도의 경우는 본국검법연무대회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외에도 승급(昇級) 및 승단심사(昇段審査)에서 반드시 형(形)에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형은 일본의 경우 다양한 무술유파들이 제정형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있었고, 우리나라역시 조선시대에 정조(正祖)의《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내용과 같이 다양한 유형의 무술형(武術型)을 정리해 왔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는 일본의 경우 분파된 다양한 형을 종목별로 특징적인 형으로 정리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의 다양한 해석의 차이로 여러 무술단체들이 난립 혹은 분파되어 가고 있는데 이것은 각단체들의 독단적인 상업성에 치중한 나머지 여러 유형의 무술들이 국내에 난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무술의 형은 실제기술이 형(形)으로 남겨져 오늘날 수련의 일부분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스포츠화된 무도의 경우는 국내에서 형에 대한 인식이 형식에 불과하여 그 본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무도에서 형(形)의 형성과정과 의미속에 나타난 유도의 본(本)을 살펴 보고자 한다.

무도의 기술은 그 종목의 원류가 실전의 장에서 체험을 바탕으로 주관적, 개성적 공부에 의해 고안된 것이다. 이것은 비기(秘技)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많은 류파로 갈라져서 대립하였다. 같은 종류의 유파이면서 말기에 가면 분파가 분파를 낳아서 차츰 많은 류파로 세분되었다.
무도의 기술구성은 원래 일도양단(一刀兩斷)의 '살(殺)'을 목적으로 했다. 폭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살(殺)'에 의한 것도 피할 수 없기때문이다. 일부 사려깊은 무술의 달인은 기술의 오묘를 다했을 때 정신면에서는 자각에 근본을 둔 자기규제에 의해 '살(殺)'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발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살(殺)에 대한 부정이 위험한 기술을 안전성을 지키면서 연습하는 방법으로 발달해온 것이 형(形)이다.
과거의 무술형태는 다양하고 기술의 종류도 잡다해 이것에 대처하는 공방의 형(形)역시 다양한 종류였다. 과거 무사들은 주관적, 체험적 신념이 강한 반면에 과학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점이 있기 때문에 무술의 기술은 유파(流派)에 따라 다르게 전해졌다. 기술의 객관적 표현을 하는 장(場)은 실전장이고 묘기였기에 이것을 보편적·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곤란하였고, 이러한 사정을 갖고 있던 무술들은 많은 류파로 분리시킨 것이다.
다양한 실전의 기술을 위험없이 습득하는 방법은 정해진 격투형태를 상정해서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는 여러가지 동작을 형(形)으로 연습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 및 반격의 기술을 올바른 순서에 따라 행하지만 그 순서의 마지막 동작만은 "힘"을 빼거나 중지함으로서 위험을 피하였다. 이것이 형(形)의 연습법이다. 이러한 형은 수많은 공격과 방어의 기술중에 선택된 공격방어의 순서와 방법이 약속하에 꾸며졌고, 기술의 원리를 알고 기술의 실체를 체득할 수 있게끔 유도했다.
과거에 무술을 배우는 목적이 실용성을 떠나서 생각되지 않았다. 따라서 형에서 기억한 기술을 자유롭게 의지대로 한정없이 힘을 발휘하여 응용변화의 작용을 기를 수밖에 없었고, 실전이 우선이였기 때문에 평소 형(形)만의 연습으로 실력의 객관화는 어렵고 실전의 장에서만 객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무술을 현대의 체육문화로 받아들여 체육적 보편성 속에서 전통의 독자성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과제이다. 여기에 무도의 근대적 연습법으로서 무도의 경기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대의 무도를 배우는 주된 목적은 교육의 일환으로서의 체육이다. 체육의 목적에는 건강증진 내지는 정신면의 교육활동을 원한다. 따라서, 무도의 실용성, 즉 호신적 의의에 대해서는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오늘날 무도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검도, 유도, 태권도, 합기도 등을 총칭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옛부터 무도를 정신수양이라고 한 이유는 "실전의 장(場)"에 임하여 "이기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 기술을 통해 평상의 마음자세나 생활태도의 중요한 일까지 수행을 권장했기 때문이다.
무도의 정신수행이라는 것은 기술을 떠난 마음만의 수행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마음이라는 것은 승부와 상관없이 동요하지 않는 마음이고, 승부가 생사와 이어져 있기 때문에 죽음의 공포를 눈앞에 두고도 동요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기술은 아무리 뛰어나도 격투종목의 상대성이 있기 때문에 기술만을 의존할 수 없다. 여기에서 절대불패(絶對不敗)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종교적 신념을 가져야 했다. 무도수행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음의 문제에 있어서 옛부터 무사들은 주관적 개념을 말했기 때문에 마음에 대한 표현이 가지각색이었다.
무도의 전서(傳書)에 의하면 부동심(不動心)이나 무주심(無住心), 공(空)의 마음등과 같은 불교적(佛敎的) 표현이 많았고 특히, 유술의 문서에는 기(氣), 화(和), 유(柔), 음양(陰陽)등의 유교적(儒敎的) 표현이 많았다. 이것은 무도가 셍명을 담보로 하는 투쟁의 기술에서 출발하여 승부의 세계를 초월하려는 마음의 탐구로 이어졌기 때문에 불교의 생사관(死生觀)이나 유교(儒敎)의 대자연(大自然) 융합(融合)의 도(道)가 접목된 것이다.
이와 같은 武術의 기술이 위험하고 무한정한 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습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 오래전부터 커다란 과제의 풀이로 형(形)이 존재한다. 이 형을 반복연습해서 기억을 살려나간다. 형(形)은 과거의 무사들이 실전의 장에서 생명을 걸고 익힌 기법(技法)이나 심법(心法)을 집적한 것으로 기술을 올바르게 익히기 위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형(形)의 연습은 쌍방 혹은 한쪽의 자유의지 활동을 제한하여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연습이 완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수행의 어려움은 쌍방의 자유의지 활동에서 기술(技術)을 겨루고 마음을 단련시켜서 공격과 방어의 변화의 원리를 심도 깊게 갈파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형(形)의 연습은 필연적이며 그 기술의 살아 있는 동작을 체득하기 위해서는 응용(應用)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전국시대에는 그 응용의 공간이 실전의 공간이었으나, 에도(江戶)시대를 맞이해서 그 공간은 사라지고 형(形)만의 연습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자칫하면 방법에만 의존하고 객관적 힘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독선이 되기 쉽다는 이유로 당시 화법검법(華法劍法)이라고 하여 업신여겼다. 이것을 시정하기 위해서 유생류(柳生流)의 대(袋じない(本識三問答))나 직심영류(直心影流)의 나가누마시로자에몬(長沼四郞左緯門(正德年間)), 일도류(一刀流)의 나가니시주조(中西忠藏(寶曆年間)) 등에 의해서 죽도검술(竹刀劍術)의 연습법이 발명되어 기술이 많이 향상되었으며 이것이 오늘날 경기검도(競技劍道)의 기원이 되었다.
유술(柔術)의 경우에는 기술의 내용이 복잡하기 때문에 쌍방이 자유의지 활동으로 연습하는 방법, 즉 자유연습법(自由練習法)의 발명이다. 메이지(明治)에 들어와 유도에서 처음으로 메치기와 굳히기의 자유엽습법이 행하여졌다. 그러나 연습법이 시작되었어도 한참 동안 실전(實戰)의 장(場)에서의 수행이라는 사고에 머물러 있었으며 경기화의 방법이 불완전하였기 때문에 유도연습은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편 오늘날 무도는 스포츠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유도는 올림픽 정식종목으로서 스포츠화되고 있는 이상 유도의 형인 본(本)은 수련의 한 의미와 더불어 경기상 겨루기에서 이기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스포츠화된 유도가 정신과 육체를 함께 연마한다는 측면은 다른 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들 무도는 스포츠화되면서도 다른 스포츠와 다르다라는 합리화를 각계에서는 하고 있다. 과연 다른 스포츠와 뭐가 다른지라는 정확한 설명없이 "도(道)니까"하는 식의 설명에 그치고 있다.
경기화라는 것은 무한정의 기술을 한정해서 일정한 격투형체속에서도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다. 유도의 경우 정해진 경기규정에 의해 그 공격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범위를 두고 있으며, 실전적인 기술인 과거 생존수단으로서의 유술적 기술은 사라진 것이 많다.
여기서 유도가 다른 스포츠와 달리 존재가치가 있다라고 할 때 유도는 과거에 생사를 분명하게 하는 목적이 현재의 스포츠화된 유도의 모습에서 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실전적이고 살인적인 기술이 본(本)으로 남아 있는데서 알 수 있다. 실제 상대를 죽이기 위한 실전성이 밑바탕이 되어 완성된 것이다.
따라서 유도의 본(本)은 기술의 목적, 방법, 순서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신체의 동작이고,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것으로 수많은 수행자들의 체험과 연구의 집적(集積)을 통해 정형화된 것이다. 실전적인 유도의 기술은 현대사회에서 불필요한 것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겨루는 스포츠적 성격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유도의 본질이나 유도의 체험에서 나오는 철학은 과거 실전에 사용하던 시대에서 온 체험철학임은 부정할 수 없다.
현대 무도의 특징적인 것은 통일된 모양새의 정형화된 제정형(制定形)을 만들어 수련의 일부분, 혹은 스포츠화되면서 변질되어 가는 무도의 본질을 그나마 유지하며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은 무술적인 요인에서 교육적인 의미를 부과한 무도로의 전환기를 맞이할때도 여러 유파의 통일된 기술을 압축하면서〈제정형(制定形)〉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형은 본(本), 형(形), 형(型), 품새, 교(敎)와 같이 각각의 무술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들면 중국무술의 대부분은〈형(型)〉이라 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태권도는〈품새〉라 하고 있으며, 합기도에서는 <교(敎)>라고 한다. 그러나 유도나 검도에서는 이것을〈본(本)〉이라 한다. 이러한 형(型)이나 품새, 교(敎), 본(本)은 정형화된 수련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이것을 제정형이라 정의할 수 있다.
오늘날 각종 무도의 형이나 본, 그리고 품새가 재형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제정형이 같은 종목에 다양하다면, 그것은 각 유파들의 고유한 무술형을 말하는 것으로 각 단체들이 제시하는 형이나 본의 모양새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러한 제정형은 수많은 실전의 현상에서 얻어진 기술이 압축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짧은 기간안에 형성되거나 일부 개인의 형식적인 기술의 표현은 아무 의미가 없다.
유도의 본(本)은 실전상황에서의 기술들을 압축해 놓은 것이다. 특히 위험한 기술들을 형으로 남겨두어 유도의 본질을 살리고 있고, 전승해 나아가고 있다. 유도이전의 유술의 경우, 유파유술의 많은 기술이 호신적 성격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므로 그 형식이나 연습방법은 앉았을 때, 일어섰을 때, 후에서 좌우, 또는 단도(短刀)나 도(刀), 창(槍), 봉(棒), 한층 더 다수의 적에 대한 기술등을 형(形)으로 반복연습하게 되어 있었다.
유도의 본은 다양한 옛날 실전의 기술을 위험없이 습득하는 방법은 정해진 격투형태를 상정해서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는 여러가지 동작을 본(本)으로 연습할 수 밖에 없었다.
현대 유도의 본은 메치기 본(15가지), 굳히기 본(15가지), 되치기 본(15가지), 부드러운 본(15가지), 호신의 본(20가지) 등이 있다. 여기서 메치기는 손기술·허리기술·발기술·바로 누우며 메치기 기술 등이 있고, 굳히기에 있어서는 누르기·조르기·꺾기의 기술이 있으며, 되치기기술은 상대가 공격해 오는 기술이 정확하지 못할 때 그 약점을 이용해 되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본이다. 그리고 부드러운 본은 공격과 방어에 대한 기술을 유(柔)의 원리에 따라 부드러룬 동작으로 쉽게 표현한 것으로 이 동작을 할 때에는 유도의 기술원리인 힘의 용법을 충분히 이해할 때 가능하며, 호신의 본은 급소지르기 등을 이용해 공격과 방어의 이론과 신체동작의 원칙을 습득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 및 반격의 기술을 올바른 순서에 따라 행하지만 그 순서의 마지막 동작만은 힘을 빼거나 중지함으로서 위험을 피하였다.
유도의 본은 일을 근거하여 구성된 기술을 상대자와 약속하여 순서대로 수련하는 방법이다. 고류(古流)의 각류(各流)에 남은 본(本)에 의하면 '앉은 기술'과 '선기술'로 나뉘어져 한쪽은 앉아서 다른 편은 서서 연습하는 본도 있다. 또한, 상대가 전후좌우에서 여러 상정(想定)아래 만들어진 본에서 연습이 행해졌다. 이와 같이 다양한 고류(古流)의 연습에 대해서 혹시 쌍방이 자유의지로 무한정 힘을 겨룬다면 위험하므로 힘을 한정하게 된 것이다.
유맥유술(流派柔術)은 많은 분파를 낳았고, 연습의 과정에서는 제정된 형(形)을 반복하여 연습하는 것 뿐이었으며, 현대의 경기유도(競技柔道)와 같이 서로 자유의지활동에 의해 힘을 다하여 기술을 겨루었다라고는 할 수 없다. 기술을 겨룬다는 것은 실전을 의미했으며 누군가 다치는 것이었다.

이상과 같이 유도의 본은 수많은 공격과 방어의 기술중에서 선택하여 공격방어의 순서와 방법이 약속하에 꾸며졌다는 것이 특징이며, 본(本)의 연습에 의해서 공격방어의 여러가지 기술의 원리를 알고 기술의 실체를 체득할 수 있다. 이러한 본(本)은 오늘날 공평한 심사, 시합에 있어 공평한 심판의 기준으로 하고 있고, 유파무술에서 경기무도로 진행시키기 위해 복잡한 기술을 분석정리하여 유형화하고 개편해 왔으며, 오늘날의 제정형은 수많은 유파의 형을 정화시킨 대표성을 띤 기술의 함축적 의미가 있기에 안일한 생각으로 비판하고 변형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좀더 구체적인 연구와 경험, 그리고 원리에 의해 다듬어져 가야 하며, 유도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요소를 유지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형의 정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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