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그리고 바둑고등학교

2016. 3. 14. 15:31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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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종횡으로 각각 19줄이 그려져 있는 평평한 판에 두 명의 사람이 돌을 선의 교차점에 교대로 번갈아 두며 즐기는 놀이. 바둑이야기다. 전통 보드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양의 장기에 대응하는 서양의 게임은 체스가 있지만, 바둑에 대응하는 서양의 게임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바둑은 동양 고유의 보드게임이라 할 수 있다.

영어 표기로는 한중일 삼국이 각각 Baduk, Weiqi, Go를 사용한다. 외국에서는 이 가운데 'Go'라는 표기가 자주 쓰인다.  구글 알파고의 '고'가 바로 이 'Go'. 중국이 발원지지만 20세기부터 구미권은 주로 일본을 통해 동아시아 문명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일본어 "고"가 대표하게 되었다. 손으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하여 '수담(手談)' 이라는 별칭이 있으며 인류가 낳은 다양한 아날로그 게임 중에 가장 높은 지적 능력을 요구할 것이라 추정되는 게임이다. 

 

세계적으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게임이었으니 각종 바둑 용어가 일상에 쓰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초읽기에 들어가다", "이런 호구 같은 자식", "자충수를 두다", "신의 한 수", "승부수를 던지다" 등이 있다. 드라마 '미생'의 영향으로 '미생'이라는 용어도 아는 이들이 많다. 또한 바둑은 도박의 왕이기도 하다. 실제로 조선시대 내내 바둑은 엄청난 인기를 지닌 도박이었고 꽤나 사회적 문제도 많이 일으켰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 기원을 세운 故 조남철 九(단급 표기는 아마추어의 경우 아라비아 숫자, 프로 기사의 경우 한자로 표기가 원칙)단이 내기 바둑을 강력히 반대한 덕택에 현재 바둑은 도박에서 꽤 거리가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바둑은 만원빵이 진리라고 한다. 푼돈 한 번 걸었을 뿐인데 게임의 몰입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라진다. 요즘엔 인공지능(AI)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를 통해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끈 것이다. 인공지능은 의외로 북한이 이 분야에서 주요 선진국 중 하나였다. 바둑 인공지능 대회에서 우승 전력도 다수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대규모 병렬 서버자원을 요구하는 신경망 인공지능 시대가 와서 이제 북한이 바둑 인공지능 강하다는 이야기도 옛 이야기가 되었다. 바둑판의 격자의 수는 361(=19*19)개이고, 각각의 격자가 가질 수 있는 값은 총 3개이므로 (검정돌, 흰돌, 공백), 바둑의 가능한 경우의 수는 3(19*19)로 유한한 것.  어지러울 정도다. 그런데 이 수를 읽어가는 이세돌과 알파고는 대단하다.

 

어려서 담벼락밑에나 동네 골목에서 바둑을 두거나 장기를 두는 이들이 많았다. 어른들이나 상급생들은 여러집을 먼저 주고 어린 애들을 골탕먹인 일도 많았다. 또 바둑두는 모습을 보고 머리가 좋네 안좋네 하며 아이들을 평가했다. 이세돌도 섬에서 아버지눈에 띄여 서울로 올려보냈다는거 아닌가.

 

바둑을 잘 두면, 돈도 벌고, 군대도 면제받는다.  고향에 있는 폐교위기의 고등학교가 한국바둑고등학교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최근 또다시 학교가 위기를 맞이할지 모른다고 하던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바둑고등학교가 다시 살아날 기세다. 모두가 떠난 고향 읍내에 자리한 고등학교는 1972년부터 종합고, 인문계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겨우 운영되어 오다, 2013년 한국바둑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한 학년 20명의 2개반 신입생을 받아 바둑 특성화 고등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프로기사 3명을 교사로 채용해 일반 정규수업뿐만 아니라, 바둑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21억원을 들여 전교생을 수용허는 4층 규모의 첨단 기숙사도 있다. 이름도 바둑의 명인(名人)을 뜻하는 명인관이다. 무엇보다 학비가 전액 공짜일 뿐만 아니라 기숙사비도 많은 부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사람과 견주는 시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바둑문화의 새로운 변화가 이곳 젊은 바둑인재들을 통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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