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와 풍수

2010. 1. 4. 03:32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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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별진 원장
우리는 가끔 좋은 곳을 찾아 평온한 시간을 가지길 원한다. 정말 살아서도 죽어서도 좋은 자리, 좋은 땅이 있을까. 선조들은 풍수지리(風水地理)라는 말로 이를 연구해 왔다. 최근에도 몇몇 정치인은 조상의 묘를 옮기기도 하고, 기업인은 좋은 장소를 찾아 공장을 세운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기왕이면 좋은 땅을 찾아 건강한 기(氣)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 이렇듯 풍수지리는 우리 문화와 상당히 친숙하다.

풍수지리는 인간이 자연의 존재라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동양사상인 도가(道家), 대지모(大地母), 음양오행(陰陽五行) 등을 바탕으로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과거 풍수는 국정을 논하는 귀중한 학문이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풍수지리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도 있다.

이번에 만난 주인공은 한국지리문화연구원의 정별진(41)원장이다. 그는 풍수지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경영’을 현대인에게 전하고 있다. 책상의 위치 하나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기의 흐름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런 이유로 기업의 업무부서 배치와 공장의 위치 등을 자문하고 있다. 또 일반인들이 처음 집을 사거나 이사를 했을 때 가구배치나 창문, 부엌, 화장실의 배치를 조언한다. 심지어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침실의 구조까지 풍수에 맞게 자문한다.

그가 풍수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정 원장은 역사를 공부하며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우쳤다. 지금 중국 땅에서는 우리 민족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는 분명 거기에 우리만의 풍수방식에 의한 도시의 구조와 집구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로 인해 중국식 풍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에서 우리의 풍수를 찾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생겨났다.


풍수와 무예는 닮았다

그는 역사와 풍수 이외에도 우리 무예에 대한 관심이 많다. 어려서부터 무협지에 심취해 무예를 펼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중고시절에는 단전호흡을 통해 몸의 기운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성인이 돼서 경험한 태권도에서는 몸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기능을 경험했다. 모두가 초보 수준이었지만 어려서 본 무협지와는 다른 체험을 통해 알게 됐다.

무협영화에 빠진 상태에서 처음엔 태권도를 우습게 생각했다. 그 이유는 일상생활에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무협지와는 달랐기 때문에 "이게 무슨 무예냐" 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기술 하나하나에 단순함은 없었고, 몸의 움직임은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낮게 보고, 접근이 어려운 것을 귀하게 보는 사고와 같다. 풍수 역시 우리 생활문화임도 불구하고 중요시 여기지 않는 우시사회의 인식구조를 안타까워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무예는 중학교시절 2년 정도 수련한 단전호흡이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그는 우연찮은 기회에 단전호흡을 접했다. 그는 단전호흡을 수련하며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겼고, 몸에 대한 변화도 경험했다. “당시 호흡을 지도해주신 분은 특정 단전호흡 단체가 아니라 같은 동네에 살던 무예인이었다. 호흡을 배우면서 집중력과 건강에 큰 도움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줌으로서 스스로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경험으로 그는 아직까지 무예는 신비로운 것이라고 한다. 수련을 통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무예의 원리가 풍수와 너무 닮았다고 한다.


건강한 삶이 성공을 낳게 하는 비결


자연이 무예도장으로 최고(사진은 설악산 국립공원)
필자는 그와 풍수라는 관점에서 도장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가장 많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반지하’ 도장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솔직히 잘 안 되는 도장이 지하 아닙니까? 잘되는 곳도 있겠지만, 지상으로 도장을 옮기는 게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무예를 연마한다는 것은 양의 기운입니다. 양의 기운은 예를 바르게 하고 사회를 정의롭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음의 기운이 가득한 지하에서 하는 수련은 풍수와 맞지 않습니다. 좋은 기가 흐르는 곳으로 기의 흐름을 맞추는 것이 '자리경영'이라고 한다면, 무예도장은 '자연'이 최고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옛 무인들이 산에서 수련하는 것은 산이 양의 기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들은 음의 기운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무인들이 남자입니다. 남자는 양으로 산을 선호합니다. 이것은 기의 흐름에 따른 본능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자연에서의 수련은 최고라 생각합니다”

여자의 경우는 어떤가? 풍수의 입장에서 여자는 들(野)이 맞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는 우리 사회환경에 대한 예를 들었다.

“최근 신도시는 들과 같은 곳에 설계됩니다. 산이 있더라도 깎아서 평평한 공간을 확보합니다. 예를 들어 일산과 분당은 풍수로 따지면 들에 속합니다. 이는 여성들의 기 흐름이 좋은 곳이라는 것이죠. 한마디로 여자가 살기 좋은 곳으로 여자가 득세하는 자리입니다” 이어 그는 "남자의 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산과 친해져야 합니다"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풍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좋은 자리면 대박'이라는 생각이다. 대부분 성공한 결과만을 놓고 '명당으로 성공했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풍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삶이다. 이것이 풍수의 본 목적이고, 내가 건강하면 삶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한다. 이 같은 삶이 성공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 풍수의 원리다.

그는 끝으로, 무예인들에게 풍수에 대해 조언했다.

"도장은 수련을 하며 건강한 삶을 살기위해 찾는 곳입니다. 하지만 자리를 소홀히 한다면 그곳을 찾는 수련생들에게도 소홀한 것입니다. 가장 편하고, 효율적인 공간배치 및 자리선정은 도장의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예와 풍수는 우리들의 건강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별진 자리경영연구가 약력

한국지리문화연구원 원장
한국언어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독립유공자협회 운영위원
외교안보저널 D&D Foucus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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