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에도 지적재산권이 있다

2010. 1. 1. 12:54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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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립대에서 개설된 강좌가 지적재산권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1년 만에 폐강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또한 일부 공기업은 행사를 위해 무예단체를 섭외할 때 지적재산권 여부를 알아보기도 한다. 이렇듯 최근 우리사회 일각에서 무예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일부 지자체나 기업에서는 그동안 지적재산권이 없는 단체를 섭외해 공연을 하거나 시연을 한 경우 수익금 전액을 배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로 고민하는 눈치다. 심지어 무예단체들도 마구잡이식으로 서로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어 단체 간 분쟁도 공공연하게 일어날 조짐이다. 이러한 분쟁의 소지가 있는 일부 무예단체의 법률고문들은 ‘걸면 100%’라고 확신한다. 이를 두고 무예계 일각에서는 “지적재산권이 뭐 그리 대단한 거냐. 무예는 하나다”라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미 이러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논란의 소지가 되어 왔다. 지금껏 우리 정서는 지적재산권에 대해 관대했다. 하지만 최근 국가 간 지적재산권에 대한 협상으로 인해 정서가 강화되고 있다. 때문에 무예계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적재산권은 무예계를 정비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유사단체의 우위를 찾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적재산권 때문에 우수한 단체들이 사장될 수 있다. 이는 외래무예를 무작정 도용해 사용하는 국내 무예단체들의 경우 국가 간 지적재산권 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통무예로서의 가치여부에 대한 고민도 뒤따른다.

<전통무예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국내의 한 대학연구소에서 이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불어 다른 학술용역팀이 국내외 활동을 포괄하는 다양한 각도에서 단체를 조사하고 있다. 단체규모, 역사, 전승과정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위치 등의 조사가 이루어진다. 심지어 해외 조사팀까지 구성돼 연말이면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과정에 지적재산권여부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조사과정을 빌미로 무예단체를 정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무예인도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체정비보다 국내 무예계의 현황을 조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에는 정확한 무예현황자료가 없어 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흥사업규모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실정이다.


지적재산권은 무예계를 일구는 거름


택견 시연 모습(사진은 본 글과 관련없음)

필자는 정부에서 관리운영중인 저작권위원회(www.copyright.or.kr)에서 우리 무예가 얼마나 등록되어 있는지 검색해봤다. 허나 많은 무예단체들이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를 보고 자신의 무예에 대한 권리를 가지려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무예단체가 난무하고 무예가 항상 배고프게 된 것은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고, 찾지 못한 이유도 있다. 한 무예가 흥행하면 유사단체를 만들어 분리되고, 이런 반복들이 수많은 무예단체가 난무하게 된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무예단체장들이 모이는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제자였던 사람이 갑자기 회장이 되어 동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스승 옆에서 단체명만 바꾼 무예를 만들어 회장이라는 동등한 신분으로 함께 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원로들은 답답함을 토로하지만 그런 현실을 만든 원로에게도 책임은 있다.

원로들이 더욱 괴로운 것은 따로 있다. 발 빠른 젊은 제자들이 지적재산권을 등록해 법적인 우위에서 원로를 압박하는 경우다. 과연 지적재산권 등록만으로 자신의 무예를 완벽하게 소유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지적재산권에 등록되어 있어도 법적인 절차에 의해 그 권리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무예의 단체등록 사실여부와 저서, 기타 근거 자료들이 있으면 그 권리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무예인들은 지적재산권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렇다보니 무조건 비난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비난하기 보다는 지적재산권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를 두고 있다. 저작권위원회에서는 저작권 관련 분쟁의 알선, 중재, 조정, 심의 등을 처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무가 저작권법이 권리자의 이익 보호에 치우쳐져 있다. 어떻게 보면 무예가 대중화하는데 많은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수련할 수 있는 여건을 막거나, 각종 소송에 휘말려 자칫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적재산권은 지식기반사회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무예계를 일구는 거름이 될 수 있다. 무예가 경기나 수련문화도 있지만 문화콘텐츠로서 무예문화산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권리가 될 수 있다. 또한 다른 무예단체들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지금 무예계에서는 자신의 무예 권리가 중요한 것처럼 다른 무예에 대한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재산권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허건식의 무예보고서는 격주 화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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