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인은 축제장의 약장수가 아니다

2010. 7. 15. 11:22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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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는 달리 각 지역의 축제열기가 달아 오르고 있다. 다소 축소된 규모이기는 하나 축제의 열기는 어느때보다도 뜨겁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지방선거이후 새로 당선된 지자체장들의 출발을 알리는 의지로 보여진다.

국내에서 지방축제는 다양한 이름으로 개최된다. 대부분이 지역특산품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문화소재를 등장시켜 축제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2000여개가 넘는 크고 작은 축제들의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또 겉만 과대포장되어 있지 내실이 없거나, 매년 반복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축제가 허다하다.

먼저 개최된 지역에서 인기있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해당업자들을 불러 들이기때문이다. 이 때문에 축제를 통해 먹고 사는 일부 이벤트업체들은 좋은 프로그램 하나면 1년내내 전국을 돌아다니며 벌이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러한 창의력없는 축제는 지역축제를 퇴색시키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는 짜증나는 축제로 평가받을 수 있다. 특히 경쟁력은 고사하고 지역망신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독창적이지 못하고 준비되지 않은 축제 개최와 이를 평가하는 평가원들의 의식도 문제다. 특정지역의 축제가 성공했다고 유사축제를 만들고 있고, 외부 관광객들보다는 지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단체장들의 한심한 전략이 축제의 독창성을 잃게 하고 있다. 또, 이 축제를 평가하는 평가원들이 해당지역출신들이거나 해당지역과 연고가 있는 평가원이 평가해 객관성이 결여된 곳도 상당 수 있다. 이렇다보니 축제이후 결과에 대한 평가서들은 부풀리기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중국덩핑시는 소림무술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


무분별한 축제속에서 우리 무예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무예단체인지, 공연단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정도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공연비를 받는 단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이유때문에 축제철이면 무예단체들은 지방을 돌아다니며 시연에 집중하고 수련의 공간인 도장은 그 의미를 잃고 있는 경우가 많다. 뿐만아니라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지자체들은 무예라기 보다는 공연단으로 인식하게 돼 무예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지역축제에서의 무예시연은 해당 지역의 무예, 즉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역무예를 선보여야 한다. 지역을 알리고 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겠다는 지역축제들이 다른 축제에서도 볼 수 있는 무예시연단을 초청해 시연하는 모습은 이미 독창성이 결여된 축제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일본 훗가이도 밑에 있는 아오모리시의 한 행사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곳에서 무예시연이 있었다. 많은 관광객이 숨죽이고 그 시연을 보고 있었다. 시연이 끝나자 아오모리시민들이든 관광객들이든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감사를 표했다. 일본이 무도의 나라라 그런 것은 아니다. 무술시연과 더불어 그 지역의 가부끼시연도 이어지면서 그들은 그들의 지역문화를 소개한 것이다.

무예를 시연한 사람은 일본의 고류 검술유파의 전수자로 그 지역에 살고 있었고, 그는 돈한푼 받지 않고 지역을 찾은 관광객을 위해 시연을 했다. 필자가 지켜본 바로는 도시락 한개를 받았을뿐 더 이상도 없었다. 잠시 그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자신이 수련하고 있는 고류검술은 우리지역의 명예고, 지역을 위한다면 언제든지 시연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어떤 지역이든 무예원로나 고단자는 존재한다. 설령 없다면 무예시연을 안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구지 무예시연을 축제 프로그램에 적용하려면 지역에서 무예원로나 고수를 찾는 수고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 지역의 무예원로가 시연을 한다면 많은 무예인들이 그 축제에 올 수 있다는 생각을 축제 기획자들은 한번쯤 해봐야 한다.

어떤 축제에 가면 어떤 무예인이 있어 시연도 보고, 함께 수련할 수 있는 시간도 있다는 인식을 확대시킬 수 있도록 지역축제의 무예시연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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