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공공체육시설업

2010. 10. 24. 01:20Report/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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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적 조직의 한계, 유연성 부족

공공체육시설이 만년적자에서 벗어나고 공공시설로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입지선정, 설계, 시공, 운영, 관리, 지도 등의 분야에 있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며 실무에 있어서 각 분야를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재들은 공공체육시설업 종사자가 경력을 쌓으면서 자연스럽게 해당/유관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방식으로 공급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공공체육시설을 소유/관리하는 조직의 절대 다수는 지자체이며 시설들은 지자체에서 다시 소속 시설관리공단, 문화재단, 지역생활단체와 같이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단체 등에게 위탁운영을 맡기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공무원 혹은 준공무원 조직이다 보니 외부에서 새로운 피가 수혈되는 것도 쉽진 않다. 또한 센터 확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급 인력 양성, 인력 순환 등이 불가능하여 운영관리자, 시설관리자, 지도자로 채용된 인원이 그 조직 안에서 진급을 하며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은 바라보기 힘든 실정이다. 더군다나 일정급수 이상의 공무원은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에 해당분야에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얻는 것이 힘들다.

서일대 허건식 교수는 "대부분의 직원을 지도자중심(생활체육지도자)으로 하다 보니 기획과 프로그램개발 등의 내근직이 해야 하는 업무는 미비한 것이 많다. 전문적인 프로그램개발자나 기획자들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경영진 역시 공공체육시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것이 문제다. 경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도경력이 대부분일뿐 전문경영자는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공공체육시설의 현실에 대해 털어놨다.

▲ 낙하산 인사, 그 밥에 그 나물?

이런 현실과 더불어 현재 공공체육시설업에서 고질병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라면 '낙하산 인사'다. 최근 TV시사 프로그램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각종 공단, 재단, 협의회에는 단체장의 친인척, 지인, 혹은 해당 지역구 유력인사의 청탁으로 비전문가의 채용이 이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공공체육시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절대다수의 공공체육시설은 운영 전문가 집단보다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비영리 법인 등에서 위탁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과 신문을 통해 보도된 것만 해도 서울시내 한 구청 산하의 시설관리공단, 경기 북부 한 시의 문화재단, 경기 남부 모군의 문화재단 등에서 인사비리가 일어나고 있었다. 대전시 의 어떤 구에서는 국민체육센터 위탁 운영 입찰을 두고 구의회 의원들 개입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낙하산 인사와 관련된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공공체육시설의 감시-감찰 활동이 무의미 해진다는데 있다. 지역민의 세금으로 건립된 시설이 어떻게 운영되는 감시하는 것, 사고가 일어났다면 철저한 감찰을 통해 관련자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도 해당 지자체의 의무다. 하지만 지자체 유력인사의 '내 사람'이 있는 조직이라면 어느 수준의 감시와 감찰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 전문성 확보 위해선 민간결합도 한 방법

공공체육시설이 허덕이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운영조직이 비탄력적이고 단기간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허건식 교수는 "무엇보다도 시설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 해당지역의 철저한 시장조사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계획된 시설이 되어야하고 필요한 시설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공공체육시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민간단체과 결합하는 방법도 있다. 허건식 교수는 "지금은 민간위탁이 맞다 생각한다. 학교나 공공시설의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낙하산 인사가 팽배한 시점에서는 민간위탁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민간단체과 결합했을 때 공공체육시설은 득을 볼 수밖에 없다. 공공체육시설의 3개 축, 운영, 시설관리, 지도자 육성에 있어서 민간단체들은 이미 한참 앞질러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운영, 이용객접대, 불만접수처리, 회계관리, 프로그램 개발 및 기획, 시설관리 및 보수, 지도자 육성 등의 모든 분야에서 공공단체는 뒤쳐진 상황이다.

최근 공공체육시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민간 운영 업체가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져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고도 폐업 혹은 오픈을 포기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적 자본을 통해 지자체는 스포츠시설이라는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을 민간에서 제공하는 공공과 민간의 영역의 결합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일 수밖에 없다.

민간단체도 영리/비영리단체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영리단체가 뛰어든다고 해서 공공체육시설 소유기관의 입장에서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전문가 보유, 운영경험에서는 영리단체가 비영리단체를 앞서는 것이 대부분이며 소유기관의 입장에서는 민간업체가 위탁운영을 통해 최대 다수 공공의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성공인 것이다. 또한 운영 중 이윤을 남긴 것에는 분배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설의 전반적인 운영, 회계내역에 대한 감시-감찰을 오히려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위탁운영을 맡길 단체를 선정하는데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며 그 과정이 투명해야하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다.

국내에서는 몇 개의 대기업이 이 분야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대부분 사업을 철수하거나 최초 설정했던 목표를 낮춰 시행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내고 있는 업체는 코오롱 글로텍(주) 스포렉스가 있다. 코오롱 글로텍(주)의 스포렉스 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송승회 이사의 말을 잠깐 들어보자.

▲ 민간위탁운영의 강점

코오롱 글로텍(주)에서는 센터 지도자로 입사해 관리직을 겸하는 일이 일반적이며, 실력을 인정받는 지도자 출신 운영/관리직은 경영진으로까지 진출하는 사례도 있다. 이는 지도전문인력이 전공을 살리면서도 전담업무/유관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관리/운영 인력으로 성장하는 모델이 현실에서 실현된 경우라 할 수 있다.

코오롱 글로텍(주) 스포렉스 사업본부 송승회 이사는 지도자 출신이 관리/운영을 겸직하는 모델이 공공체육시설에도 충분히 적용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송승회 이사는 "행정직과 지도직이 나눠져 있어 겸직을 못하니까 공공시설은 인원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 지도자가 사무직을 겸직하면 불필요한 임금지출을 줄일 수 있고 직원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앞길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송승회 이사도 수영지도자로 입사를 했던 경우인데, 코오롱 글로텍(주)는 대리급부터 지도자도 행정업무를 겸한다. 숙달이 되고 근무성적이 우수하면 과장, 부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을 거친다. 행정업무와 함께 경영을 배우기 때문에 이는 차후 사업을 확장하거나 기획할 때 강력한 힘으로 발휘된다. 현장업무를 거쳤고 운영, 관리 등의 행정업무를 겸했기 때문에 체대 출신의 지도 전문성과 현장 장악력, 관리자로서의 관리능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체육시설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입지선정-설계 과정에 대해서도 송승회 이사는 "일단 해당지역의 인구와 경제규모를 파악한다. 그리고 근처 청소년 수련관, 복지회관, 시군구민 체육센터 등 공공시설과 민간체육시설에 어떤 체육시설이 있는지를 살핀 후 건립을 추진해야하며, 지을 때는 정확한 대상 설정과 콘셉트 결정을 통해 어떤 분야의 운동시설을 넣을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중복되는 시설은 피하고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 부분만 잘해도 초기투자비의 30%이상은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입지선정 및 설계과정에서 전문성이 확보되면 운영시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이는 향후 매출극대화와 비용 최적화라는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세금지출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공공체육시설 민간영리단체가 맡았을 때 우려되는 공공성 저하의 문제에 대해 송승회 이사는 "영리법인과 비영리 법인 구분없이 똑같이 경쟁입찰을 해서 시민에게 비용을 적게 들이고 서비스를 잘 할 수 있는 곳을 주면 된다. 같은 비용이면 영리법인이 하는 것이 서비스가 더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볼 수 있다.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비영리법인이 하면 공공성 강화가 가능하고 영리법인이 운영하면 공공성이 훼손 된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소유기관입장에서는 이용하는 시민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더욱 많은 이용인원이 이용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공공성에 적합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민간업체에서는 자사 홍보, 인력 양성등과 같은 무형의 이득이 있기 때문에 큰 돈을 벌지 못해도 충분히 괜찮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 민간위탁운영의 주의사항
 
공공체육시설의 경우 소유기관에서는 공공체육시설 자체로 독립채산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계속된 적자를 지자체 재정으로 메우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위탁을 준 경우 대부분 지자체 산하의 공단, 재단, 단체 등에서 이를 맡지만 이들 또한 전문성이 떨어져 재위탁을 맡기는 경우도 가끔 찾아볼 수 있다.

결국 돌고 돌아 민간단체에서 위탁을 맡지만 대부분은 충분한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영세업체인 경우다.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익힌 업체에서 적자가 날 것이 뻔한 사업에 뛰어들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영세업체나, 적절한 노하우를 익히지 못한 기업은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지 못해 허덕이다 도산하거나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일도 상당하다. 실제로 올해에도 3군데의 공공체육시설이 위탁을 맡은 민간업체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인해 3개월~6개월 기간 문을 닫은 일도 있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의 몫이었다.

채산성 악화로 인해 물값을 줄여보겠다고 목욕탕에서 나온 오수를 수영장 물로 재활용하는 촌극도 있었는데, 이것은 재정이 뒷받침 되지 못한 영세업체가 시설관리에 허점을 드러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공공체육시설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이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 운영하는 생활체육시설을 의미한다. 건물과 장치를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단순한 시설 설치업으로 치부하기 쉬운 업종인 관계로 전문성이 결여된 단체가 관리, 운영하는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공공체육시설의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관리하는 전문 지도자, 현장경험이 풍부한 시설관리 전문가, 효율향상의 노하우를 갖춘 운영전문가가 합쳐져야 한다. 스포츠 산업의 인프라가 구축되고 체육이 생활에 자리잡기 위해선 공공과 민간이 서로의 힘을 합치고 교류를 해야한다. 현실적으로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공공체육시설의 부실운영/사고사례를 줄이는 것이다.

조선닷컴 스포츠리뷰팀 se@chosun.com
원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0/15/20101015009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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