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경찰이 된 이유

2010. 1. 4. 03:26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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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무예수련생들이 경찰직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경찰의 업무에서는 반드시 무예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대부분 경찰에 지원하는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막연한 생각을 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나 액션드라마에서 비춰지는 경찰은 마치 무예의 달인처럼 보이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지능범죄가 날로 증가하며, 각종 첨단 장비가 개발되고 있어 무예기능보다는 수사능력에 따른 자질을 우선시하여 선발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난폭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강력범죄는 극성을 부린다. 이로 인해 무도경찰 특채나 무도단증소지자 우대라는 명목으로 무예경력자를 채용하는 현실을 볼 때 아직은 무예가 경찰과 친숙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첨단수사와 과학을 활용하고 있는 이 시대에 경찰은 99%이상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이런 현장에서는 무예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하고 여러 무예를 수련한 영등포경찰서 강력계 강의구 형사를 만나 경찰과 무예의 관계를 들어 보았다.


운동처방사의 꿈접고, 경찰 투신 그 이유는


해남의 바다소년이었던 강형사는 가끔 한적한 바다를 찾는다.
강 형사가 경찰에 입문한지는 11년째다. 예리하지만 부드러울 때는 한없이 부드러운 형사라고 동료들은 입을 모은다. 그가 이러한 부드러움과 강함을 함께 소지한 이유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는 땅 끝 마을로 불리는 전남 해남에 위치한 바닷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간척지가 되어 바다가 멀리 보이지만, 그가 어렸을 때에는 ‘노루목’이라는 작은 언덕처럼 생긴 뒷산이 있었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 무예라고 보기에는 비정형화된 권법류를 동네 어른에게 배웠다고 한다.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할 때 그것이 도대체 무슨 무예였을까. 몇 번이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냥 싸움기술 또는 정권단련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권법을 수련하고 땀을 식히며 내려다 본 앞 바다의 노을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 노을은 강 형사에게 큰 영향을 줬다. 어린 학생이었지만 노을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그 후 태권도를 수련하고 사춘기를 겪으면서 힘들 때면 그 노을과 함께 많은 꿈을 꾸었다고 한다. 운동 후 흐르는 땀을 느끼고, 땀이 식을 때 즈음이면 다시 기술을 생각하고, 성인이 되어서의 삶을 생각하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편안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강 형사는 현재 재직 중에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필자가 지인을 통해 그를 소개받기 전 들은 이야기가 있다. 그는 원래 운동처방을 전공한 유능한 대학원생이었다. 운동처방에 무예를 접목하려는 그의 노력은 대학원을 함께 한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였다. 그는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었다. 이런 그가 갑자기 경찰에 투신한 이유에 대해 대학원동료들은 의아해 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에게 조심스레 물어 보았다.

“운동처방에 대한 관심은 비과학적인 훈련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올바른 운동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비과학적인 훈련법의 근원적인 문제는 운동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급변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경찰로서 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운동사회에서 우리 일반사회를 처방하는 일로 전환되었을 뿐 그 내면의 생각은 동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찰무예는 상대를 읽고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

이어 그에게 경찰업무수행과 무예가 어떤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경찰을 희망하는 무예수련자들이 생각과 같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자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예를 수련한 사람은 상대를 읽을 줄 안다는 것과 무예의 우위에 따른 자신감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격투신의 모습은 단지 이야기일 뿐입니다”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가장 짧은 시간에 범인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범인이나 형사가 아무 상처 없이 검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조사와 현장조사, 그리고 범인의 심리적 상태까지 미연에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러한 숨은 노력이 중요한 경찰업무인데도 불구하고 TV나 언론에서는 결과만을 중시하거나 흥행물로 취급해 버리는 현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과연 위험한 현장에서 무예를 수련한 것이 도움이 되었을까? 그는 태권도수련이 범인에 대한 판단력과 자신감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강 형사는 태권도 시합에서 수많은 상대와 경쟁해야 했고, 수를 읽는 방법을 배웠다. 이를 경찰이라는 신분에 적용해 상대를 읽는 방법을 남보다 빨리 배웠다고 한다. 특히 상대를 판단할 때에는 상대의 무예실력도 있겠지만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를 검거할 때나 수사할 때도 마음을 읽지 못하면 아무것도 풀어가지 못하는 것이 경찰의 현실이라고 한다. 

“죄가 죄를 낳는 것이지 인간이 죄를 낳는 것은 아닙니다. 삶의 판단력이 흐려져 범죄자가 되고 사회에서 격리되는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삶의 판단력이 올바로 선 다면 범죄 없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경찰을 범인만 검거하는 직업인으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경찰은 우리 사회의 올바른 삶을 지키기 위한 직업이고, 그 삶을 보호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의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경찰의 노력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 때 삶의 판단력이 흐려져 범죄자가 되었던 이들을 사회에서 다시 만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을 만나면 그는 열심히 사는 모습에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그들이 계속 열심히 살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기도해 주는 것이 경찰의 마지막 서비스입니다. 그들이 자신을 이기고 올바른 삶을 살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강 형사는 체력훈련에 소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경찰업무 특성상 체력이 떨어지면 버티기 힘들고, 자기관리가 안되면 수사능력에도 많은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태권도를 수련한 경험 때문에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 수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끝으로 경찰을 희망하는 무예수련생들에게 말을 전했다. “무예는 우리 몸을 알아가고 사회를 알아가는 기초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무예가 뛰어나 경찰에 투신한다는 생각보다는 나를 이기고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을 무예의 역사나 철학에서 배웠으면 합니다. 경찰이 아니더라도 무예인들은 항상 경찰과 같은 마음으로 우리 사회를 위해 살아가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예를 만난 사람들은 격주 화요일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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